총 게시물 42건, 최근 0 건
   

무늬만학교 히말라야 멜람치 살이 이야기

글쓴이 : 정이가령 날짜 : 2015-01-16 (금) 18:07 조회 : 977
IMG_1573.JPG


세상이 만들어놓은 길을 빨리 뛰어가기 보다,
조금 돌아가고 조금 더 힘들더라도 내 두 발로 직접 내 길을 걸어가며 내 삶의 길을 만들어가고 싶다던 십대들이
있었습니다.
그 십대들은 세상이 만들어놓은 학교보다 스스로 배우고 조금 더 즐겁게 배우고 싶었어요.
그 친구들 하나 둘, '무늬만학교'라는 이름으로 모여 서로의 길에 발자국을 내며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삼각산 산바람이 부는 우이동, 작고 어두운 지하 공간에서 매일 만나 함께 하루를 열고, 밥을 먹는 같이 살아가는
일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참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주는 교과서 대신 참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세상에 대한,
나에 대한, 삶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배움을 조금씩 쌓아갔습니다. 그렇게 함께 공부 하며, 누군가 만들어놓은 지식을
외우려하기 보다 서툴더라도 나의 생각을
스스로 물어가며 스스로 만드는 배움의 중요함을 알았고, 내가 어떤 모습의 세상에 사는지, 세상과 나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지도 조금씩 느끼고, 알아갔습니다.
'앎'이 쌓여질수록 '그렇다면 나는 정말 어떻게 살면 좋지?'라는 고민 역시 깊어졌고, 때로는 언젠가 끝날
이 무늬만학교와의 시간이 불안해지기도 했고,
그 시간이 끝나면 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막막함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살아가는 무늬만학교의 일상은 참 바빴고, 숙제도, 할일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힘차게,
숨차게 걷다가 한 숨 크게 들이키고,
잠시 '네팔', '히말라야'라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으로 묵직한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렇게 걷던 길에서 만난 네팔은 시작부터 참 강렬했습니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어떤 버스를 타야할지, 화장실은 어디에 있을지, 어디로가면 좋을지
사소하고도 무수한 그 순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하는 그 여행의 시간에서 마음에 품고 있던 질문들은
더 집요해졌습니다.
그러다 히말라야를 걸었습니다. 엉켜있던 질문들을 잊을 만큼 걷고 또 걸으며 히말라야 자연을 느끼니,
마음의 풍경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걷고 또 걷다 히말라야 헬람부 언저리 욜모 민족들이 모여 사는 '멜람치걍' 마을을 만났습니다.
그리곤 5주의 시간을 그 곳에 안겨 살았습니다. '허그하우스'라는 집에 짐과 마음을 풀고 아직은 사람
손 때가 묻지 않아 휑했던 집을 쓰고 닦으며 '우리 집' 삼았습니다.

IMG_1179-horz.jpg
자연에 안겨 있는 허그하우스에서의 삶은 모든 것을 스스로 일궈내야 '먹고 사는 것'이 가능했고,
그래서 하루 하루 매 순간 겸손하게 배워가는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나무를 베고, 또 나무를 옮겨 와 그 나무로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일,
구경만 할 땐 참 쉽게 보이던 일이 직접 땀을 내어보니 겨우 붙은 불씨가 참 고마웠습니다.
손수 밥을 지어 조금 부족해도 누구와든 나눠먹는 삼시 세끼가 참 즐거웠고 한편으론 배가 고프기도 했고요.
그렇게 돈과 기계에 내 삶을 맡기기보다 내 손으로 일구는 일상을 위해 자연의 리듬에 귀기울여 따르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자연에 안겨 있었습니다.
IMG_1113-horz.jpg
딱 5주만 머물 '이방인'들에게 멜람치걍 마을 사람들은 참 쉽게 '곁'을 내어 주었습니다.
따뜻한 찌아, 직접 농사지은 먹거리들, 즐거운 수다, 따뜻한 온기, 걱정과 염려, 응원과 지지.
어느 때든 만나면 '어디 가? 찌아 마시고 가~' 하며 늘 먼저 곁을 내어 주었습니다.
나누는 것이 몸에 베어 있어, 그 무엇이든 어떻게든 같이 나누는 것이 참 몸에 베인 마을 사람들과
서로 참 따뜻하게도 안겼습니다.

IMG_1274-horz.jpg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고, 밥을 짓고, 몸을 쓰고 해가 높이 뜨면 부지런히 마을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같이 뛰어 놀고, 서로 다른 생각을 만나기도 하며 그렇게 자연에서 마을에서 살아보았습니다.
조금씩 자연의 리듬이 더 선명하게 들렸고, 리듬에 맞추어 살다보니 아주 자연스러운 자연의 것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흙, 물, 불, 바람, 햇빛, 나무 그리고 그것을 빌려 지은 집, 그것을 빌려 먹는 밥,
그리고 오직 내 것인 줄 알았던 내 몸과 마음까지도, 모두 인간의 조건이 아니라 자연의 조건임을 깨우쳐
갔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방식을 하나 둘 만나보니, 편리와 효율을 위해 기계에 맡기지 않아도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든지 멋지게 살 수 있음을 느끼고 보았습니다.

IMG_1267-horz.jpg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일구어가는 마을의 사람들은 우리와 참 많이 달랐습니다. 하품할 때 '크하하 옴마니
밤메 홈'이라는 티켓 불교의 진언을 함께 중얼거리시는 할아버지, 태어날 때부터 라마(스님)여서 종교는
나에게 그저 삶인지라, '종교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가 없다'시는 마을의 아저씨,
아주 적은 수의 아주 쉬운 단어만으로 사람과 종교,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삶의 지혜를 나누어 주시는 할머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네팔, 그리고 멜람치 마을을 더 살기 좋게 만들고 싶다는 청년들,
그저 언니 오빠, 형아들이 있는 허그하우스가 좋아서 등교길에, 점심시간에, 또 하교길에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마을의 꼬맹이들.
참 다른 환경에서 참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사는 참 다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다름이 있어 또옥 같기도 했습니다.


그 다름과 같음을 부지런히 만나며, 결국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저절로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네팔보다 발전된 나라 잖아?' 라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꽤 오래 멈칫하며 '무엇이 발전이고,
어떤 발전이 필요한지' 고민해 보아야했고 또 그 발전에 '돈'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아야 했습니다.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 함께 하는 삶의 방식이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마을'의 의미에 생각을 키워보며 '마을'은 애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종교가 뭐야?'라고 묻지 않아도 이미 삶 깊숙이 스며든
그들의 '종교'를 만나며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시 되짚어보며 종교와 삶,
신과 인간이 조금 더 자유롭게 섞여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IMG_1489-horz.jpg

자연과 사람에게 안긴 5주간의 시간은 무엇보다 '나'에게 안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을 만나 불편해하기도, 힘들어하기도, 또 즐거워하기도, 감탄하기도 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또 다른 '나'와 함께 부지런히 움직이고, 질문을 하고, 말을 걸고, 기록을 하고,
대화를 하며 '나'를 더 힘껏 안고 편안하게 마주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나'라는 사람이 걷고 있는 길이 더 잘 보이기도 하고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이뻐보이기도 했으며,
한국에서의 배움들이 다시 내 것으로 좀 더 풍성하게 채워지고,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멜람치, 허그하우스 그곳에서 산 5주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나에게 안기어 힘껏 사랑하고 서로를 들인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눈물과 웃음을 흠뻑 묻히는 참 별스러운 작별을 유난하게 나누고서야 멜람치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멜람치를 떠나, 다시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참 즐겁게 그리고 기쁘게 멜람치에서의 배움들, 마음들을 풍성하게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멜람치에서의 시간은 참 너무도 꽉 찬 시간이라 앞으로 살아갈 순간,
만들어갈 삶의 길목에서 언제든 우리들을 귀찮게도, 기쁘게도, 성가시게도 하겠구나, 했습니다.
나의 두 발로 내 삶의 길을 만들어가고 싶다던 그 십대들은 지금 각자의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일 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졸업' 시키고 있는 시간입니다. 불안하기도, 막연하기도 하지만
멜람치에서 느끼고 만들고 온 여운과 힘 덕분인지 그저 나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입학 같은 졸업'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 십대들에게,
멜람치에서의 시간은 조금 다른 색깔의 용기와 확신, 스스로를 응원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살아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힘껏 살아보며, 사랑하며 만든 힘이라
이 십대들이 앞으로 살아갈 삶 어딘가 에서든, 어느 구석에서든 불쑥 불쑥 솟아날 듯 합니다.
두 손 모아,
나마스떼 :)

IMG_1573-1.JPG

 

 
 

이름 패스워드
비밀글 (체크하면 글쓴이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왼쪽의 글자를 입력하세요.
   

 
Copyright ⓒ www.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