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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에 대해

글쓴이 : PUM 날짜 : 2013-11-05 (화) 22:42 조회 : 1468
 
지금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우리가 '추락'하며 즐겁게, 신나게, 의미있게 노는 동안
바로 그 시간에,
또 같은 하늘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모른다고 해서 큰 피해를 받는 것도 아니지만,
함께 사는 이 세상의 십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
 
 

[밀양 송전탑 반대 이유]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에 대한 나눔문화의 긴급 호소문

 
20131001-01.jpg 
따듯한 볕의 마을, 경남 밀양(密陽). 밀양은 높고 수려한 산세,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강줄기와 드넓은
평야가 있어 예로부터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곳이었다. 주민들은 산과 나무와 태양에 의지해 평생
농사지으며 이 땅을 일궈왔다. ⓒ나눔문화


지금 밀양 산골마을에 방패로 무장한 3,000여 명의 경찰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7,80대 어르신들을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 
송전탑을 막아온 지 9년째, 어르신들은
“이제 나는 목숨도 내놨다. 내를 죽이고 세우라.”며 
산속 건설현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2일 부터 송전탑 공사를 강행한다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고, 
하루 전날인 1일 새벽부터 경찰과 한전 직원들은 주민들을 끌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70대 어르신 한분이 실신하기도 했습니다.
노인들에게 수천명 병력이 투입되는 것은 전쟁터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지난 5월 경찰 500명이 투입되었을 때도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크게 다쳤습니다.
국회와 언론에서는 ‘제2의 용산참사’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은 전력난과 관계없습니다

765kV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될 전기를 
서울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해 세워지는 세계 최대규모의 송전탑입니다. 
하지만 당장 밀양 송전탑을 건설하지 않아도 전력대란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한전이 국회에서 인정했듯, 신고리 3, 4호기의 전력은 
기존 송전선로를 이용해도 충분히 수송할 수 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전력도 345kV로 나누어 지중화하면 충분합니다.
또한 수명이 다해가는 고리 1~4호기 노후 원전이 2025년에 가동 중단되면 
밀양 765kV 송전탑은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전기는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력 확보가 아닌 전력 관리입니다. 
비효율적인 중앙독점 시스템에서 전기는 매일 버려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기절약 기술만 도입하더라도 낭비되는 에너지 30%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군사작전하듯 밀양 송전탑 건설을 강행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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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765kV 송전탑, 누구도 그 아래서 살고 싶지 않다. 현재 전국 송전탑은 3만 9천여 개.
10년 안에 약 1,700기의 송전탑이 더 지어질 예정이다. 밀양에 들어설 765kV 초고압 송전탑은
강력한 전자파 때문에 소도 불임 되고,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



한전이 해야 할 일은 어르신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원전 검증입니다

한전은 전국 지부에서 인원을 차출해 약 1,000명을 밀양에 투입했다고 합니다. 
지금 한전이 해야 할 일은 밀양 어르신들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철저히 원전 안전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작년 국내 원전 23기 중 9기가 고장 났습니다. 무려 고장률은 40%에 가깝습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1%가 원전 안전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원전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마저 위협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한전에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관리와 함께 
원전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연구해 불안을 해소해달라는 것이지
70,80 노인들이 평생 일궈온 삶터를 밀어내고,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면서
불필요한 송전탑을 건설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 결정이 곧 법질서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얼마 전, 이성한 경찰청장은 밀양에서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희생도 감수하라는 뜻입니다. 
경찰이 보호해야 할 것은 송전탑 건설 계획이 아닙니다. 
국민입니다. 밀양의 7,80대 어르신들입니다.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누릴 수 있는 풍요라면, 
그 풍요는 얼마나 폭력적이고 야만적이겠습니까. 

그렇기에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더디더라도 안전하게, 되돌아가도 신중하게 결정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고, 국민이 행복한 사회입니다. 
희생을 발판 삼아 국가정책이 강행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경찰은 정부 결정이 곧 법질서인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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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만 농사짓고 살게 해주이소." 2013년 5월, 한국전력은 송전탑 건설을 강행했다.
밀양 할머니들은 매일 새벽 산에 올라 공사를 막았다. 500여 명의 전경과 한전은 할머니들을 상대로
인권유린을 일삼고 폭력을 행사했다. ⓒ나눔문화


어르신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고향 땅만이 아닙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밀양에서 가구당 400만 원 지급 등 보상을 약속하며
“밀양 송전탑 건설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작은 거짓은 우정을 망치지만 큰 거짓은 나라를 망칩니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일에는 더 큰 이익이 걸려있기 마련입니다.
밀양 송전탑과 연결될 신고리 5~8호기의 최대 건설비용은 총 12조 원입니다. 
정부와 한전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할 
신고리 원전을 위해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입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는 그 나라의 양심과 도덕을 타락시킵니다. 
지금 어르신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평생 살아온 고향 땅만이 아닙니다.
미래세대가 이어갈 도덕과 양심입니다. 
어르신들은 “나 살자고 남 죽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미래가 있겠나? 
우리가 남겨줄 게 달리 뭐 있겠노, 이 땅이다. 미래다.”라며 높은 산 속 움막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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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절대 안 된다! 안돼!”  나무를 껴안으며 전기톱을 막았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산을 깎아 내는 포크레인을 멈춰 서게 했다. ⓒ나눔문화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적 강제 진압은 안 됩니다

지금 어르신들은 3,000여 명의 경찰 병력과 
포크레인 앞에서도 꿋꿋이 땅을 지키고 있습니다. 
평생 허리 숙여 농사지으며 떳떳하게 살아온 밀양 어르신들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어르신들을 돈 더 달라고 떼쓰는 노인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을 가로막는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어떤 이유로든 생명을 위태롭게 만드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강제진압, 공권력 투입만은 안 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공사 강행을 철회하고 밀양 어르신들과의 성실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돌아보면, 이 시대의 빛나는 성장과 도시를 떠받치기 위해 
우리 농촌 마을의 어르신들은 가장 큰 희생을 당해왔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전력자립도 3%, 서울의 전력공급을 위해
밀양의 오랜 삶터와 주민들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전기를 얼마나 쓸 것인가.’
지금 밀양 어르신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쁜 에너지를 거부하고, 개발보다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전환해 나갈 때입니다.

 
 
 
 
 
"남자 아이가?" 

두 시간 가까이 추수한 볏단을 묶는 일을 마칠 무렵 할아버님이 한 여학생에게 이야기하십니다. 어깨까지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한 여학생이 대답합니다. 

"예? 저 여잔데요." 얼굴에 헐~ 하는 표정과 함께. 
"아 일케 예쁜 아를 갖고 왜 남자라고 그래요. 참 내." 
"헐헐헐 나이를 먹다보니 통 구분이 안 가. 헐헐헐 구분이 안 가." 

할머님이 할아버님을 타박하고, 할아버님은 연신 변명을 하십니다. 여학생은 얼굴이 빨개져 헛웃음을 짓고, 같이 일하던 아이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어댑니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산골짜기에 한동안 웃음소리가 가득 찹니다.

밀양으로 가을 농활 떠난 아이들 

기사 관련 사진
  신고리핵발전소 3호기의 제어케이블 부품 성능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가운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7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은 서울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율동을 선보이는 모습.
ⓒ 윤성효

지난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성미산학교 중고등학생과 교사들은 경남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과 고답마을에서 가을 농활을 진행했습니다. 감도 따고, 고구마도 캐고, 깨도 털면서 농성하시느라 밀린 주민분들의 농사를 도와드렸습니다. 아침에는 따뜻한 미역국, 어묵국을 끓여 추운 새벽부터 농성장을 지키는 어르신들에게 가져다 드렸습니다. 일을 하면서 어르신들과 수다도 떨고, 몇몇 분과는 인터뷰를 통해 살아오신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고맙다, 고맙다. 일을 도와주는 우리들에게 내내 고맙다고 이야기하시는 어르신들, 농사일이 끝나면 홍시며 고구마를 한아름 안겨주시는 어르신들을 만나는 우리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일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일주일을 보낸 학생들의 모습은 여행 전에 비해 부쩍 성숙하게 느껴집니다.

밀양과의 인연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2년 6월에 있었던 학교 특강 시간에 이계삼 선생님(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을 모셔 우리 교육의 문제에 관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강의 말미에 밀양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이치우 할아버님 이야기와 공사를 막느라 고생하고 계신 어르신들 이야기였습니다. 

밀양에 한번 방문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2012년 10월 성미산학교 중고등 학생, 교사들은 당시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던 밀양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밀양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첫 방문지였던 보라마을에서 이종숙 이장님이 이치우 할아버님 돌아가신 이야기를 하고 계실 때 뒤쪽에서 몇몇 학생들은 도깨비풀을 서로의 옷에 던지며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철이 없던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이계삼 선생님께서 밀양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동화전 마을을 방문하면서 학생들은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동화전 마을에서는 어르신들이 겨울을 날 수 있는 황토벽돌 농성장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고, 우리들은 농성장 만드는 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농성장을 만들기 위해선 15kg 벽돌을 지게에 지고 30분 넘게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어이없어하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올라간 정상에서 만난 할머님, 할아버님들께서 우리 학생들의 마음을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고맙다, 욕봤다, 물마셔라, 벽돌 이리 줘라, 하나 날랐음 됐으니 고만 해라..." 

우리들은 친손주처럼 자신들을 챙겨주시고 걱정해주시는 어르신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이 일을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마 몇몇 친구들은 농성장 텐트 옆에 자리한 자그마한 채소 텃밭도 보았을 것입니다. 그 텃밭에는 상추, 쑥갓, 시금치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은 힘들고 삭막한 싸움 속에서도 소박하게 삶을 이어가고 계셨습니다. 정상의 농성장에 한번 다녀온 이후 우리 학생들은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진심으로 열심히 벽돌을 날랐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렇게 우리는 농성장을 짓기 위한 100장 넘는 벽돌을 모두 산 위로 날랐습니다. 

핵발전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학생들 

밀양에서 이틀을 보낸 마지막 밤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밀양에 남아서 일을 더 도와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여러 학생들이 자신들이 서울에서 생각 없이 쓰는 전기로 인해 이곳 분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반성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핵발전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밀양에 오는 것이 막연히 부담스럽고, 조금은 무서웠었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신문기사나 인터넷에서 본 할머님 할아버님들의 모습은 너무 비장했고, 그런 분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학생들이 마을과 농성장에서 만난 밀양의 어르신들은 정 많고, 소박한, 그냥 평범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기에 학생들이 처음 가졌던 생각은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기사 관련 사진
  2012년 가을, 밀양시 산외, 부북, 상동, 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
ⓒ 윤성효

"밀양에 도착한 첫째 날 이계삼 선생님이 어르신 분들이 국회에 작성해 제출하셨던 탄원서를 보여주셨다. 정말 그 탄원서들은 내가 본 글들 중에 가장 진심어린 글이 아닐까 싶다. 이보다 더 진심을 담아서 간절하게 글을 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들 내용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내용은 '그냥 지금 이대로 살게 해 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더 나은 것, 또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하지만 농촌에 계시는 이런 어르신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금 이대로'라는 말이 이렇게 와 닿는 말인 줄은 몰랐다."

"대부분 어르신들은 보상은 필요 없다고 이대로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고 큰 꿈을 꾸고 있는 나에 비해 너무나도 소박하셨다. ... 정상에 도착했을 때 한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 송전탑 싸움 끝나고 평화로워지면 다시 오그라... 뭔가 간절했고 감동스러웠다. 다시 안 올수가 없었고 오고 싶었다. ... 밀양은 내 생각과 달리 정말 좋은 곳이었다. ... 우린 서울에 살고 전기를 쓴다. 송전탑도 전기를 옮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벽돌을 지고 올라간 곳은 정말 아름다웠고, 우리에게 보란 듯이 크레인 한 대가 서 있었다. 힘들게 올라온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손을 꼬옥 잡고 '수고했어 고마워'라고 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니 더 울컥한다. 내려오는 발걸음이 무거웠고, 다음에 또 올께요 꼭 올께요 하며 약속했다. 할머니는 그래 끝나고 끝나고 끝나고를 반복하셨고 또 눈물이 났다."
                                                            -2012년 2학기 학생들의 여행 후기 중에서

밀양은 저와 우리 학생들에게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배우는 학교였던 것 같습니다. 평생 농사만 지어오셨기에 어눌하고 투박했지만, 어른신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화려하고 논리적인 주장들보다 더 깊이 우리의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정직하게 자신의 노동으로 살아온 이들에게서 배어나오는 진실성이었습니다.  단 이틀간 할머님, 할아버님들과 함께 일하고 이야기했지만 우리 어린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밀양의 어르신들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언어와 논리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어른들의 판단보다 오히려 정확합니다. 

밀양이 너무 아름답다는 학생, 밀양 어르신들이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같이 느껴진다는 학생, 밀양이 고향이 된 것 같다는 학생, 할머님, 할아버님들을 만나며 오히려 힐링이 된 것 같다는 학생. 송전탑 싸움 없는 밀양에 와서 일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 좋겠다는 학생. 이 친구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인정 많은 어른들이 계신 이곳에 송전탑이 세워진다는 것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어리지만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합니다. 

저는 교사지만 어른은 쉽게 갖기 어려운 이 순수한 감수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밀양 어르신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도움을 드리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또다른 밀양 주민일 수밖에 없는 이유 

그 여행 이후로 밀양의 일은 저희 학교 중고등 학생들의 일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올해 4월 도보여행에서 우리는 울진에서 밀양까지 257km를 걸었습니다. 5월 공사가 재개되고 탈핵희망버스가 밀양으로 떠날 때는 30여 명의 학생들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학생들은 SNS를 통해 송전탑 반대 인증샷 릴레이를 하기도 하고, 추운 날 농성하시는 어르신들께 보낼 핫팩 기금을 모금하기도 합니다. 아직은 중학생들에게 버겁게 보이는 다카키 진자부로 선생의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을 함께 읽는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여러 활동들을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자발적으로 합니다. 

갈수록 청소년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 시대에 밀양의 할머님, 할아버님들처럼 우리 학생들 스스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분들을 저는 만나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은 "외부세력이 밀양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미성년자가 동원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저희 학교뿐 아니라 어르신들께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자발적으로 밀양을 찾는 많은 청소년들의 순수한 마음을 왜곡하는 것일 것입니다. 만약 한전이 밀양 어르신들만큼 어린 친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들은 송전탑을 짓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여행을 마치며 한 선생님은 "밀양의 할머님, 할아버님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분들 중 하나다. 학생들도 사실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약한 사람들이 서로 돕는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밀양에, 송전탑 공사장에 살지 않는 사람들을 '외부세력'이라고 비판하지만, 밀양에 함께 하는 이들은 같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로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거대한 개발의 흐름 속에 약한 이들이 소외되고 고통받는 일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사실 또 다른 밀양 주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밀양의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일이기에 밀양 어르신들에게 지지와 도움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도 정당한 일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부, 한전, 언론들은 밀양 어르신들과 밀양에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왜곡을 멈추고, 공사 중단과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성미산학교 교사입니다.
 
 
 
 
 
 
 
 
 
 
 
 
 
 
 
 
 
 
 
 
 
 
 
 
 
 
 
 
 
 
 
 
 
 
 
 
 
 
 
 
 
 
 
 
 
 
 
 
 
 
 
 
 
 
 
 
 
 
 
 
 
 
 
 
 
 
 
 
 
 
 
 
 
 
 
 
 
 
 
 
 
 
 
 
 
 
 
 
 
 
 
 
 
 
 
 
 
 
 
 
 
 
 
 
 
 
 
 
 
 
 
 
 
 
 
 
 
 
 
 
 
 
 
 
 
 
 
 
 
 
 
 
 
 
 
 
 
 
 
 
 
 
 
 
 
 
 
 
 
 
 
 
 
 
 
 
 
 
 
 
 
 
 
 
 
 
 
 
 
 
 
 
 
 
 
 
 
 
 
 
 
 
 
 
 
 
 
 
 
 
 
 
 
 
 
 
 
 
 
 
 
 
 
 
 
 
 
 
 
 
 
 
 
 
 
 
 
 
 
 
 
 
 
 
 
 
 
 
 
 
 
 
 
 
 
 
 
 
 
 
 
 
 
 
 
 
 
 
 
 
 
 
 
 
 
 
 
 
 
 
 
 
 
 
 
 
 
 
 
 
밀양에서 다시 <난쏘공>을 생각하다
 
 
한 저소득층이 있었다. 서울 허름한 판자촌에서 살던 저소득층은 도시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행정 대집행에 의해 철거 계고장을 받는다.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졌지만 입주비가 없는 가족은 입주권을 헐값에 팔고 뿔뿔이 흩어진다. 딸 한 명이 고생 끝에 입주권을 찾아왔지만, 아빠는 추락사했고 나머지 가족은 멀리 이사를 가버렸다.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 우울한 사연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줄거리다. 소설 속 이야기에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지금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멀리는 일방적으로 서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발한 1971년의 광주 대단지 사건이 있고, 가깝게는 2012년의 두물머리 행정 대집행, 올해 제주도 강정 마을 행정 대집행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다시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싸고 갈등과 폭력의 메커니즘이 고개를 들었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과 지역 간 불평등 문제, 핵발전 수출을 둘러싼 정치적 이슈 등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일이다. 일부는 여전히 '초고압', '탈핵', '지역 간 불평등'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탈핵' 문제가 중요하다고 해서 밀양 사태 과정에서 나타난 정책과 반대 의견 사이의 갈등 구조를 뒤로 놓을 순 없다. 송전탑 설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촌부들이나 "시민 단체 빨갱이"들이 국익을 헤치고 있다는 식의 논리를 제일 앞에 놓는 이유가 바로 갈등의 생성 이유와 해결 과정에 관해 찬반 양쪽 모두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2011년 미국 상공회의소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3%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지지하지만, 미국 내 재생 가능 에너지 도입 계획의 45% 가량이 지역 주민의 반대로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더라도 에너지 인프라 건설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는 걸 시사한다.

대형 핵발전소나 화력 발전소는 물론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 역시 지역의 문화와 환경, 지역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 결코 완전한 대안은 아니며, 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신고리 3호기 용량 1.4기가와트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더 많은 지역이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야 한다. 효율이 나쁘면 재생 가능 에너지 설치는 사실 불가능할 것이고, 효율이 좋아진다고 해도 여전히 핵발전소에 비해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중앙 집중화된 핵발전을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 송전탑과 지역 불평등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대규모로 표면화가 될 가능성이 적어서 그렇지 재생 가능 에너지 역시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민들의 동의와 부지 확보에 있어 만만치 않은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단순히 A를 B로 대체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재생 가능 에너지 도입이 자꾸 반려되는 이유를 지역 주민의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 부족, 프로젝트 주체에 대한 불신 등에서 찾았다. 지역 주민이 전기 중심의 사회 구조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발전 설비가 가지는 환경적 사회적 부작용이 작다는 점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공급을 중심에 놓는 사람들이 생각할 법한 논리다. 그렇기 때문에 '클린 테크니카(Clean Technica)'와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 세력이 미국 상공회의소 보고서를 받아쓰며 "지역 이기주의(NYMBYism)"라고 몰아붙이는 것일 테다. 이런 분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개인적 기본권을 이기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다수에 근거한 집단주의고, 설령 재생 가능 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생태 파시즘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적 주체로서 그 지역 주민들을 인정한 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이다.

덴마크, 독일과 같이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이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는 어떨까. 각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지역 주민들에게 해당 프로젝트에 따른 혜택과 위험 요인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충분히 전달하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한다. 정보의 공평한 공유를 통해 합의 지점을 찾고, 그 합의에 대한 책임 역시 공유하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근본적인 갈등의 여지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폭 넓은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그런 과정을 두는 것이 그 사회의 에너지 시스템이다.

반면 우린 어떤가? 정부가 에너지 공급 안정성이라는 하나의 요소를 전부인 양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갈등 해소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추후 정부와 한국전력이 환골탈태해서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을 최우선 한다고 해도 '대규모'라는 전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밀양 송전탑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 우리 정부는 무식하거나 무능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하긴,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자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묵살하는 걸 보면 정부와 한국전력의 사회적 상상력이 딱 거기까지인 게 분명하다.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능력이 거기까지란 의미고.

송전탑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 사회의 노력에도 그런 과정이 있었는지 반추할 필요가 있다.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저항하는 건 기본적인 권리다. 하지만 이대로 송전탑 건설이 저지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현대 에너지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담론이 있다. 밀양의 할머니들에게, 또 탈핵을 원하는 이들에게 송전탑은 절대악이지만 그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이들에게 송전탑은 고마움의 대상일 수도 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선 생태 파시즘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연구차 유사한 현장을 다녀온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이런 말을 들었다고 전한다.

"이런 섬 마을에 전기가 들어와 마을에서 그물 작업을 전기 모터를 돌려 편하게 작업한다. 위성TV도 보고 인터넷도 한다. 나는 송전탑에 감사한다."

'그래서 분산화를 해야 한다, 수요 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뻔한 방향을 제안하자는 게 아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선 반대도 반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합의가, 납득이 가능하다. 송전탑 없는 세상은 무엇이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를 사회와 지역 주민과 공유했는지 생각해보자. 현상에 몰입해 더 큰 질문을 놓치고 간 건 아니었는지.

노력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은 송전탑을 막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치열했을까. 밀양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진정성이 전달되었을까. 그런 과정은 소홀히 하고 밀양을 응원하는 건 대증요법처럼 짧다. 그런 과정 없이 정부가 만든 프레임에 뛰어 들어 숫자를 논하는 건, 아무 생각 없이 "분산화하라, 수요 관리를 하라"고 뭉뚱그리는 것보다 나쁘다.

누구도 절대선일 수는 없다. 또 다른 '난장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 긴 호흡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사회적 숙의 구조부터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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