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복지만화가 이창신의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사회복지사 열전

 복지만화가 이창신의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사회복지사 열전
품 청소년 문화공동체심한개


 

품 청소년 문화공동체(이하 “품”)의 심한기 대표.  

나는 그를 형이라 부른다.  

형과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시절 과 선배의 권유로 청량리에 있는 청소년수련관으로 자원봉사를 나갔을 때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선배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한기 형이었다.  

1992년 선배들 중 뜻을 같이 형들이 모여서  

“품 청소년 놀이문화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이르는데 이것이 바로 품의 시작이다.  

열전 취재를 빌미로 오랜만에 형을 만나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인터뷰형식을 가졌지만,  

정말 편안하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단어(코드)들이 떠올랐다.
 

  

개 : 별명 - 세상을 향해 짖어대다.

한기형의 별명은 개다. 욕도 잘하고 시끄럽게 짖어댄다고 해서 장난식으로 붙여진 별명이 개였다. 하지만 형이 본격적으로 개란 별명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형은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그 것이 설령 사회복지계가 추진하고 있는 일이라도 반대를 했다. 일례로 교육복지투자우선사업의 TFT에서 활동할 당시 학교사회사업가들이 그 일은 학교사회사업가들이 맡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형은 학교 안에서 청소년들의 교육, 문화, 생활,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학교사회사업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말이 와전되어 ‘심한기가 학교사회사업가가 하면 안된다’는 말을 했다고 소문이 나고, 여기저기서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자 형은 한발 짝 물러나기보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사회복지계에 잘못되고 있는 점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갖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 더 짖어대고자 스스로 심한개라 부르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학교사회사업계 일각에서는 아직도 자신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신의 진의를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현재 사회복지사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소통”과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지적하였다. 사회복지사들은 자기 영역에 대해 너무 폐쇄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문제해결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보다 행복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였다.

욕 : 자신만의 언어

한기형은 욕을 참 잘 한다. 처음 형을 만났을 때 사회복지를 한다는 사람이 욕을 하는 것에 대해 적잖이 놀라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욕이 그리 싫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마치 욕쟁이 할머니처럼 욕이 정겹다고나 할까?  

형의 욕에는 두 가지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친한 사람들에게 쓰는 호칭이고, 다른 하나는 욕먹을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일갈이다. 전자는 좋은 욕이요, 후자는 좋자고 하는 욕이다. 전자가 별 생각 없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라면, 후자는 고민 속에 나오는 건전한 비판이다. 욕은 형에게 있어 나름의 언어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 히말라야에 다녀온 이후로 욕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자신의 욕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일일이 열을 올리며 대응하기 보다는 보다 여유있게 대처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십여년동안 욕하는 모습이 보아온 나로서는 형다운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아 다소 낯설기까지 하다. 어쩌면 형도 그만큼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형의 욕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형의 욕을 그냥 언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뉘앙스로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은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 할 때 가장 자연스럽지 않은가? 이제는 점차 보기 힘들어지겠지만....

음악 : 하늘에서 내려온 빛

음악은 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형이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이다. 경희고 신입생 때 고3 선배들의 그룹사운드 공연을 보고 마치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쏟아지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그 길로 바로 선배들을 찾아가 밴드 동아리에 가입하고 본격적인 음악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축제 때나 공연 때는 모두들 좋아하지만 평상시에는 문제아 취급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이다.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지역사회개발학과를 진학하게 된 형은 청소년복지를 다루는 학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꿈을 키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강남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대학시절 내내 음악활동을 계속 한 것은 물론 군 제대 후 청소년수련관을 찾아가 음악동아리를 맡아 지도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이 무렵이 내가 형을 만났을 때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작한 형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품”의 초창기 주요 활동인 “노래품”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예전처럼 그룹활동은 하지 않지만 음악을 듣고 얘기하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얼마전 강북청소년문화축제인 추락 10주년 행사에서 후배들과 연주하며 신명나게 놀았다는 형은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무대에서 즐겁게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고 한다.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

형의 인생에 있어 첫 번째 빛줄기가 음악이었다면, 16년 동안 품과 함께 살아오면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때는 청소년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3년 동안 진행했던 캠프 “삶의 뿌리를 찾아서”였다고 한다. 그 때가 가장 열정적이었고, 24시간 지치지도 않는 것 같았고, 같이했던 후배들과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웠다고 회상하였다.

그리고 지금껏 형이 살아온 삶의 방식, 태도, 생각 등에 대해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은 4년전 히말라야와의 만남이라고 한다. 산을 좋아한 형은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삶을 뒤로한 채 2달간 티벳으로 떠나서 20일동안 혼자서 히말라야를 여행하게 된다. 항상 사람들과 복작거리며 생활하다 홀로 히말라야에서 하늘과 접하며,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은 강렬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깊게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닫힌 원형에서 열린 원형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지금도 품 사무실 앞에는 커다란 만다라가 그려져 있다.)

히말라야를 다녀온 후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 지인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더니 급기야 네팔에 '품 사무소'를 개소하기에 이른다. 지금도 형은 1년에 반은 네팔에서 살고 있다. 히말라야로 지인들을 안내하고, 네팔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형은 스스로를 “무당”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신과 사람을 이어주듯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화적인 무당이 되고자 한 것이리라.

이러한 삶의 변화는 품 사업에도 그대로 녹아나 있다. 현재 품에는 목표가 없다고 한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가고, 그 속에서 일하는 우리가 행복하자라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 형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나갈까? 그리고 무엇을 나눌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말했다. 

 “창신아, 너도 같이 히말라야에 가야지?”  

 2007. 12. 복지 만화가 이창신

[월간 Social Worker 2008.1월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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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군에서 제대한 후 나는 품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주로 캠프에 같이 참가했다. 형과 함께 자원봉사하던 시절부터 캠프를 다녔기 때문에 여름만 되면 캠프가 생각난다 해도 과언이 아닌다.

캠프를 위해 참 여러가지 준비를 했던 기억들이 난다. 동대문 문구 시장과 방산시장을 돌며 캠프 풀품을 구입하기도 했고, 프로그램을 짜고, 공부도 하고, 노래 연습도 하고, 전지에 캠프 일정표를 손으로 일일이 그리던 기억도 새롭다.

누구보다 캠프를 많이 진행했던 품에서 요즘 진행하는 캠프는 계획없는 캠프다. 계획이 없다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캠프가 더 어울릴 것 같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놀도록 하는 캠프 말이다. 이 캠프에서는 아이들을 돌리고, 기합 주고, 억지로 눈물을 짜게 만들거나, 장작에 석유를 부어 큰 불을 붙이고 캠프파이어라 부르는 프로그램은 없다. 그냥 아이들이 스스로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놀 수 있도록 하는 캠프이다. 그래서 이름도 "참 맑은 물살 캠프"이다. 품이 10년 이상 캠프를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철학을 집대성한 캠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캠프는 주주의 자녀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품의 가치와 철학을 이해하고 주주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는 회원의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캠프인 것이다. 최근 3년 전부터 우리 두 아들이 이 캠프에 참가하고 있고, 큰 아들은 올해 중학생이 되어 보조교사로 참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