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성장과 연대[활동가 연구학교] 활동가 전서희의 후기

활동가 전서희, 활동가 연구학교

제대로 마주하기

당신이 이곳에 들어올 때 진정으로 꿈꾼 것은 무엇이고, 이곳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일상적으로 힘든 것이 무엇이고, 변화를 원하는 부분을 무엇일지를 듣고 풀어보면 어마어마한 것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 것들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 활동가연구학교 5회차, 심한기 선생님의 피드백 중

9회 차, 두 달. 나는 조금 더 성장하고 싶었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는 것에 의심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활동기간이 쌓이면서 묵묵히 해오던 일을 한다는 것이, “혹시 안주하는 것이면 어떡하지”라는 스스로 파둔 구멍에 빠져 불안하기도 했고, 눈에 보이는 변주를 주고선 “그래 이 정도면 안주하는 건 아니지.” 하고 자기만족을 하기도 했다. 연구라는 말이 그럴듯 하게 내게 객관적인 자기 확신을 줄 것 같았고, 애써 혼자 의미를 두던 일들에 대해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청년활동을 고강동에서, 꾸마 안에서 시작하면서 당사자의 자주성을 지키면서, 관계를 연결하는 일을 여러 면으로 노력해왔다. 청소년이 청년이 되듯, 단절이 아닌 자연스럽게 마을 내에서 에너지를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싶었고, 안심할 수 있는 관계들을, 재밌는 일들을 자신의 동네에서 찾을 수 있길 바랬다. 필요한 만큼만 청년이라는 바운더리를 만들고, 함께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남녀노소 어울릴 수 있는, 함께하면 신나고, 어렵더라도 내 안에 무언가 남는 그런 일들을 나를 포함한 여럿 청년들과 하고 싶었다. 고강동에 청년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올해로 4년째가 되었다.

#내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

 이번 연구학교 과정을 통해 나의 현장을 연구하고, 청년들의 현장을 제대로 보고싶다! 라는 욕구가 솟았습니다. 저로 부터의 생각이 아닌, 청년들로부터의 생각, 청년들의 현장을 고민/연구하고 싶습니다.

- 활동가연구학교 신청서, 작성한 내용 중

처음 활동가 연구학교 포스터를 보고서, 바로 신청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신청 설문 폼을 충분히 작성하기에는 제출기한이 짧은 상황이었고, 작성할 당시에 드는 생각들과 문장을 갖춰 작성했다. 신청서에 나타난 나의 욕구는 지금 만나고 있는 청년 당사자들의 대상적, 지역적 범위를 넓혀서 다른 청년들을 보고 싶었다고 적었다. 지역특성이 반영된, 이 지역 청년들의 욕구를 잘 읽고 있는가? 가 궁금했던 것 같다. 

고강동 지역의 청년 실태조사가 머릿속에 그려졌고, 청년활동이 당사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그려졌다. 그렇게 하면 좀 더 정확하게, 성공적(?)으로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사업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보고 있지 못한 것을 연구로 확인하고 채움으로서, 조금 더 필요한 사업을 하고, 지금보다 나은 활동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고강동 청년활동이 지역의 공동체 문화와 당사자의 삶의질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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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동 청년활동이 당사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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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서히, 제대로 마주하기 : 고강동 청년활동을 중심으로

- 세 차례의 연구 주제의 변화

짧은 9회 동안, 나의 연구 주제는 이렇게 변화를 거쳐왔다. 1~4회 동안은 현장연구에 대한 개괄적인 강의가 진행됐고, 5~6회 동안은 연구 주제 초안에 대한 개인 발표와 피드백 시간, 7~8회는 연구조사방법에 대한 강의와 각자의 연구 주제를 다듬는 시간들을 가졌다. 9회 차는 졸업식으로 최종 연구주제와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8회차를 마치고, 다음 졸업식까지 1주일 간의 최종 연구 주제 발표를 위한 자료를 작성할 시간이 있었다. 그때까지도 내 주제는 두 번째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 주제의 범위를 반으로 줄인, 두 번째 주제에 대한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도 이게 맞는지 불편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지금의 나를 마주한다는 주제는, 두 번째 주제를 작성하던 도중에 갈아엎은 결과였다.  

주제를 변경하는 데에는, 연구 주제 초안을 발표했던 당시 내가 썼던 표현들과 그에 따른 피드백들이 큰 영향을 끼쳤다. 발표를 하는 도중에 나는, 스스로 또는 타인에게 잘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싶다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 속에는 어떤 해결하고 싶은 괴로움과 힘듦이 들어 있었다는 연구학교를 다니며 깨닫게 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서 나는 제대로 알고, 제대로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제대로라는 단어를 써서 정확히 해두고 싶은 것은, 표면적인 인정을 통해 확인하는 것 보다, 계속 지치지 않고 해나가고 싶다는 지속 가능한 나의 동기를 확인하는 일이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을 한차례 다지는,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장 활동가 전서희의 괴로움

연구학교 4회 차, 최혜자 선생님이 강의 내용 중, 현장연구자의 연구 영역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지금까지도 아주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활동가는 존재와 인식, 그리고 실천 영역을 동시에 넘나들기 때문에, ‘괴로울 수밖에 없다’라는 대목이었다. 연구를 통해서 한 번씩 멈춰 돌아보는 것이 중요/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인식한 것을 실천하고, 존재하려고 노력했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고, 그동안의 나의 괴로움을 어떤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  나의 연구 주제가 ‘나’를 중심으로 변한 것에는 이 부분이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나는 사업에 대한 의미를 확인하고 싶은데, 연구 학교에서는 활동가 자신으로 방향을 돌렸다. 연구 기간의 한계라는 표면적인 이유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정말 알고 싶고, 변화를 주고 싶은 것은 사업에 있는 것이 아닌 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활동을 잘하고 싶다는 것은, 나 자신이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환기가 됐다. 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되지, 라는 부담과 의구심, 지치는 느낌에서, 잠시 점검하고 시작해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다. 그 안도감은 정말 봐야 할 것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에너지로도 느껴졌다. 나에게는 이런 시간이 필요했구나. 당사자들과 찾던 연결감을, 내 자신과 찾을 시간이구나. 라고 말이다. 

#나 자신을 연구하기

활동가 연구학교에 참여하기 시작할 때쯤 다이어리에 이런 글을 적었었다. 2회 차 연구학교가 끝날 때쯤이었는데, 코로나19 이슈로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던 기간이었다. 정건희 선생님의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림이었는데, 보자마자 사로잡혀 버렸고, 몇 분동안이나 머물러있다가 다이어리를 적었다.  

내가 지금 알고 싶고, 궁리하고 싶은 것은 활동을 통해 내가 꿈꾸는 것, 기대하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 활동가 서히와의 연결을 통한 나의 성장이다. 30대의 성장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불안했던 나에게 활동가 연구학교는, 전서희라는 활동가를 연구할 수 있도록 불을 붙여준, 고마운 활동이었다.

#나를 찾아가는 것, 세상으로 시야를 돌리는 것

나를 찾아가는 일이 무뎌지기도, 일할 시간으로도 벅차다는 이유가 많았다. 세상을 제대로 보고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내가 꿈꾸는 일이었고, 하고 싶은 일이었다. 내가 미처 못 본, 보지 못한 세상을 보기위해, 재밌고 신나는 일을 도모 하기 위해, 올해 나는, 나를 만나기로 했다!

<활동가 서히, 제대로 마주하기 : 고강동 청년활동을 중심으로>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누구보다도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