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을배움[2019 십대셰프학교] 청년셰프를 찾다!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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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다는 건

마을배움터에선 매 끼니를 해먹는다. 이 바쁜 와중에 왜 그렇게 비효울적으로 사는건데?라고 묻는 이도 있을 것이다. 맞다. 매우 비효율적이다. 장을 보고 밥을 하고 설거지까지 하면 길게는 3시간 이상 밥을 하는데 시간을 쓴다. 하지만 밥하기를 놓지 않는 이유가 분명 있다. 내 일의 터전이 삶의 터전으로 전환되는 것, 내 스스로 그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밥상을 차릴 수 있게 되는 것, 갑작스러운 손님에게 숟가락 하나 놓으며 밥 먹자고 말할 수 있는 것, 인공화학조미료에 민감한 혀를 찾은 것,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나의 음식이 달라지는 변화를 알아채는 것, 좀 더 좋은 소비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는 삶의 자극을 얻는 것... 

 


먹는 다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행위이기에 이 행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와 주변 그리고 지구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더 나은 가성비와 맛집 그리고 먹방이 음식 문화에 자리 잡았다. 그만큼 십대 사이에선 티비에 나오는 그런 멋진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들은 늘어났지만, 사람 냄새나는 음식의 의미가 사라지고 생략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내가 하는 소비와 내가 선택한 음식, 내가 만든 요리가 어떤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가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배움인 것이다.


#. “멋진 청년셰프썜과 함께 하면 좋겠어요.”

작년 셰프동아리를 실험적으로 운영해보았다. 자유롭게 요리를 한다는 것, 그 안에서 자기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지만 요리에 대한 지식과 기술, 요리를 바라보는 가치와 시선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들 입에서 “멋진 청년셰프쌤과 함께 하면 좋겠어요."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 스스로 뭔가의 욕구가 생긴 것, 아쉬움을 느낀 것은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모든 것들이 충족되는 상황과 조건을 계속 준다면, 스스로 배움의 주체로 설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생각은 멈추고 습득하게만 되는.. 결국 아이들은 사라지고 가르치는 사람만 남는 그런 배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옳다커니. 그럼 어떤 청년 셰프와 함께 하고 싶은데?  

 




요리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지만, 함께 배워가는 즐거움이 있는 사람

저희(십대)랑 말이 편하게 통하는 사람

저희(십대)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사람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정리하면 이렇게 4가지를 가진 사람을 아이들은 상상하고 있었다. 무언가 편하게 털어놓고 싶고, 배우고 싶고,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 평가와 판단이 아닌 인연을 맺어가기 그리고 상상하기


아이들의 의견이 반가웠다. 십대면 십대, 청년이면 청년 세대로 분절된 프로그램과 사업이 넘쳐나는 이 시기에 배움터에서는 그 세대를 자연스럽게 버무리는 시간들을 축적해가고 싶었다. 그 버무림이 아이들의 의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참 반가웠다.  

 


홍보를 시작했고, 단숨에 10명의 청년들이 신청 해주었다. 홍보물에 쓰여진 언어들에서 ‘다름’을 느낀 흔들리고 있는 청년, 새로운 자극을 찾는 청년, 자기 가치를 함께 키워가고 싶은 청년 등등 다양했다.  

 


한 사람 한 사람 30분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전화 통화로 만남을 시작했다.

각자의 삶에 대한 고민이 요리와 연결되어 하나씩 부딪혀 가고 있는 청년들이 많았고,

뭔지 모를 ‘끌림’이 있는 청년들이 많아서 참 반가운 전화들이었다. 

 


전화를 마치고, 이전보다 더 큰 기대감과 설렘을 가지고 한 사람씩 직접 만나 진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만남이 포장된 언어와 표정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써 만나고 싶어 어떤 배려들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환영 문구를 붙이기도 하고, 면접이 아닌 수다라는 언어를 사용했다. 이야기의 시작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고민했고, 배움터 식구들을 정성스레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직접 만든 매실청을 건네기도..



대부분의 면접은 상대방을 알아내기 위해, 판단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진정 알아간다는 것은 어디에서부터 어떤 태도로 시작되어야 할까.

아주 작은 배려와 태도에서부터 그 시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부딪혀가며 알아간다.

그리고 그 순간의 만남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나’에게 달려있음을. 

 


판단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인연을 맺어가기 위한 시작으로 면접이 수다가 되고 이후 우리들의 삶에 대해 상상으로 이어졌다. 

 

 

 





청년 셰프와 첫 만남이었지만 삶, 요리, 문화, 십대에 대한 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끊이지 않고 쏟아졌고, 그 수다 안에는 반가움과 기쁨이 함께 공존했다.  

 


주어진 대로 정해진 대로 따라 하고 습득하는 배움방식에 대한 비판의식, 그로 인한 무기력...

사람과 환경의 본질적 역할과 향기를 찾기 위한 고민들...

정해진 전문성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전문성을 위한 토대에 대한 고민들..

나의 철학과 가치를 찾기 위해 스스로 했던 행위들...

사람 냄새나는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첫 만남에 눈빛과 마음을 알아챌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반갑고 행복한 일인가.

이렇게 소중한 인연이 만들어졌다.

참 많이 웃고 떠들며 앞으로 같이 만들어갈 시간들에 대해 즐거운 상상이 시작될 것 같다.


#. 첫 만남 후, 청년들의 이야기


청년 박솔아

"오히려 대학시절엔 그림과 삶을 지겨워하고 갓 대학을 졸업하고 

아무 대책 없이 사회로 나왔을 때는 방문미술이라는 상업미술교육세계에서 

내 철학과 삶의 가치가 그들의 이해관계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세상에서 내가 혼자인 것처럼 방황하고 좌절 했을때

만약 이렇게 가까이에 배움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성장하는 게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두려움이나 주저함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게 도전하고 실험하는 청춘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움과 사명감을 느꼈어요.



마을배움터에서라면 내가 징검다리처럼 선세대로부터 나도 그런 따뜻한 마음과 지지를 받고

나도 다음세대에게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저 또한 끊임없이 낙담하고 고민하고 넘어지는 청춘이라 내 이야기를 함께 공감해주고 자신의 고민처럼 들어주고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는 마음 든든한 어른이 마을에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지 알기 때문에

저도 항상 그런 어른친구가 되고 어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데

마을배움터는 그런 생태계가 아닐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년 김민희

“오늘은 마을 배움터 민정 님의 초대를 받아 방문하게 되었어요.

시작은 청년 세프 모집이었지만.. 우리 마을의 문화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과,

저도 함께 동참해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의 삶에서 주체성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들을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오늘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앞으로 뭔가 재미난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설렘을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청년 안지혜

“인터뷰 하고 나오면서,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제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정말 요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본가에 내려가는 내내 고민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요리를 정말 사랑합니다만,

너무 오랜 시간 함께했기 때문에 놓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됐어요.

요리를 일로써 더이상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걸 알았습니다.

따뜻하게 인터뷰해주시고, 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결국, 한 사람의 청년 셰프가 아닌 일단 청년들끼리 한번 모여볼까? 라는 상상이 시작되었다.

셰프학교도 한 명의 청년셰프가 아닌 3명의 청년셰프와 함께 합을 맞춰가면서 만들어 가고픈 욕심이 생겨났다. 

 


앞으로 6명의 십대셰프와 3명의 청년셰프가 만나 삶을 요리하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바라보고 만져볼 예정이다.^^(앞으로 십대셰프학교 이야기 계속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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