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을배움[2019 십대셰프학교] 셰프학교를 상상하다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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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둘러앉아 이야기만 하려면 얼음땡 놀이를 하듯 얼음이 되어버리는 십대셰프가 몇 명 있다. 단둘이 이야기하면 수다쟁이가 되면서 친구들만 모이면 입을 다물고 표정도 굳어버린다. 굳어버리진 않더라도 말을 할 때 부자연스러운 친구도 있다. 아마 서로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아직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이기엔 어딘가가 풀리지 않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첫째 모임, 둘째 모임 땐 서로의 틈을 보기도 하고 그 틈에 살짝 들어가 보기도 하며 조금씩 굳어있는 몸과 마음을 살짝 녹이는 시간을 보냈다. 기나긴 중간고사가 끝나고, 간만에 다시 모인 셰프들. 다시 얼음이 된 친구도 있었지만, 다행히 몸으로 조금 놀다보니 틈을 금방 내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수다를 나눠보았다.  

 


십대와 접촉하며 아이들과 나누는 ‘수다’에서 강력한 힘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성향에 따라 말로 하는 수다가 편안하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 또한 다른 의미의 수다라고 생각한다. 한번 터진 수다에는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고민을 하다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도 하고, 더 깊은 고민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그리고 경계가 풀려지면 누구보다 ‘솔직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자유로운 수다를 나누는 사람이 바로 십대다. 셰프 한명 한명이 갖고 있는 그 솔직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셰프학교를 상상해보자>


지극히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이야기해볼 수 있었음 했다.

우리가 모여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 무엇을 만져볼 수 있을까, 어떤 감각을 깨울 수 있을까.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조리학원과 조리학교가 아닌 이곳에 제각각 무엇을 해보고자 모이게 되었는지 서로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청년셰프도 포함이다. 청년과 십대가 서로를 배려하면 최대한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내가 담긴 요리 만들기.


십대셰프를 모집할 때부터 많은 친구들이 원하고 있던 것이 ‘나만의 레시피’만들기였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의 것’을 찾고 싶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요리학교를 다니고 있는 십대들은 직접 요리 할 수 있는 시간은 터무니없어 적었고, 요리할 수 있는 시간엔 요리 자격증에서 보는 레시피 대로만 해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조리학원이든 유튜브에서든 인터넷에서든 떠도는 수많은 레시피를 따라 해보는 것 말고 내가 담긴 무언가를 찾아갈 수 있는 배움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귀한 것이라는 걸아는 친구들이다. 나를 담는 요리는 단순히 이것저것 요리실험만 해본다고 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건드릴 수 있는 요리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요리여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요리를 직접 개발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대접해보는 기회를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아직 모르는 게 많은 학생이지만 나의 요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면 해요." 

 



“우리는 요리를 잘하고 좋아하니까 우리의 이야기와 의미가 담겨져 있는 코스 요리를 만들어서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어요.”





 

나의 요리에 이야기가 있다는 것, 나만의 요리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나는 무엇에 감동받지? 무엇을 싫어할까? 나는 어떤 맛이 나는 사람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담긴 요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셰프학교에서는 요리를 기술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느리고 더딜지라도 나의 이야기가 쌓일 수 있는 경험과 나를 탐구해보는 시간을 놓지 않고 함께 가보고 싶다. 

 


#. 사람과 기억을 연결하는 음식 만들기


“음식은 맛뿐만 아니라 기억이 함께 한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따라 그 맛이 좋게 남기도 나쁘게 남기도 하잖아요. 잊혀 지지 않는 음식도 있구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음식의 기억을 수집해보고, 또 다른 음식의 기억을 남겨주고 싶어요,”

 


“맞아요. 저희들끼리도 좋고, 아니면 소중한 사람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면서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기억에 관심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맛에 대한 이야기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배움터에서는 최대한 직접 밥을 해먹고 있다. 어떤 밥을 해먹을까 궁 리하고, 계절에 맞는 제철음식을 찾게 되고, 그 음식을 만들며 나누는 편안한 대화들이 나를 채우고, 초대한 사람에게 대접할 음식을 정성스레 만드는 과정들이 쌓이며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먹던 음식에 다른 시간과 기억들이 쌓이니 먹는다는 건 내 삶에 아주 큰 부분으로 채워졌다. 어떻게 먹고, 무엇을 먹고,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음식에는 다양한 이야기와 색깔이 생겼기 때문이다.  


셰프학교를 상상하며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생겨나고, 그 연결이 내 일상의 또 다른 힘으로 작용되는 음식의 힘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 입에서 음식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이보다 반가울 수가 없었다.


 

“ 음식은 몸과 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에게 맞는 음식, 한 그릇 음식을 먹더라도 그 사람의 건강을 위한 음식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다의 꼬리를 물어 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사람의 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할 때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가를 알아야 함은 요리사로써 장착해야 하는 당연한 배움이어야 할 것이다.  

 


평소 한의학에 관심 많은 청년셰프 솔아도 이야기했다.

“몸을 생각한 요리를 할 때 우리들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관찰’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음식을 만들어줄 것인가를 고려할 때, 음식을 먹을 사람을 가까이에서 관심 갖고 관찰하다보면 어떤 요리를 대접할지 단서가 많거든요.”


 



‘아 자꾸 위를 만지는 걸 보니 위가 평소에 자주 아픈가?’, ‘눈을 자꾸 깜박이는 구나. 눈이 건조한가’, ‘손발이 엄청 차구나.’ ‘턱 주변에 뭐가 많이 낫네’ 등등.. 아주 작고 사소한 관심과 관찰에서 시작된 요리는 어떤 요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심은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요리를 함으로써 생명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나의 선택들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만드는 한 그릇 음식 안에 타인을 위한 어떠한 마음들이 필요한지, 무엇을 알아야 할지, 어떤 시간들을 채울지에 대한 고민이 담기길 바란다. 음식을 통해 사람들과 기억을 공유하고 그 기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위해 다양한 상상과 시도들을 해봐야겠다. 

 

 


# 나만의 컨셉을 가지고 떠나는 요리 여행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설렌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우리 모두는 여행을 욕망하고 꿈꾼다. 우리가 여행을 욕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비일상성’이 아닐까 싶다. 일상의 무료함, 지루함, 권태로움을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이동을 통해 벗어나보고 싶어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똑같은 일상, 지금 이 순간 버겁게 느껴지는 책임감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한다. 셰프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욕망을 찾아가보자던 아이들에게도 ‘힐링여행’은 빠지지 않은 주제였다. 더불어 아이들이 여행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일상에서의 특별함을 요리라는 주제로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알아보고 싶어요. 가까운 일본의 음식이나, 동남아의 향신료에 대해서 알아보고도 싶고요”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구석구석 숨은 맛있는 디저트 집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도 함께 멀리 있는 곳이 아닌 동네탐방을 해보면 좋겠어요”


 


청년셰프 솔아도 마찬가지 였다.  

 


“저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농부든 요리사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왜 농사를 짓는지,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등.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식재료를 다루는 마음가짐과 요리를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깊이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십대 친구들과 함께 경험해 보고 싶어요”

 




                                    




십대셰프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세상을 만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가 살아가는 곳을 낯설게 바라보고 상상하며 스스로 사유의 시간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 새로운 배움을 만들어 가는 활동들을 요리를 매개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보고 싶다. 그 활동이 어쩌면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매력과도 일치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이들에게 그저 비일상적 공간에서의 힐링여행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곳을 낯설게 바라보고, 누군가를 만나 친구가 되고, 새로운 배움이 만들어 지는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여행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해주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가까운 곳으로, 또 먼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 보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갈 예정이다. 여행을 준비하며 상상하며 만나는 모든 시간의 사유들은 스스로에게 소중한 배움이 될 것이다. 그 여행은 또 다른 여행 그리고 배움으로 아이들의 삶을 연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 서로의 배움을 나누려는 십대셰프


십대 셰프 중 여자아이들은 디저트에 관심이 많다. 관심이 많다보니 디저트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펼쳐진다. 디저트 카페에 가서 다양하게 맛도 보고 싶어 하고, 잘 알려진 디저트 카페가 아니라 동네마다 숨겨진 디저트 맛집을 찾아 나서보고 싶어 한다. 더불어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음료에도 관심이 많아진다. 또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음식이다 보니 주변 친구들에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 제가 평소에 좋아하거나 잘 만드는 음식을 남들에게 알려주면서 그 레시피를 진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서로의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각자의 특색 있는 요리를 알수도 있을 것 같고요. 남에게 알려주면서 한 번 더 기억하면서 배울 수 있으니 더 좋은 것 같아요”

 


관심사가 같은 아이들이니 서로에게 배울 점도 많아 보인다. 더불어 내가 잘하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내가 아는 것을 전달 한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서로가 배우고 성장 할 수 있음도 이야기 하면서 나눠진다.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들을 앞선다. 마을에서의 배움 그 중심에 우리는 ‘상호 배움’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요리라는 작은 세상을 통해 배워 나간다. 공통의 관심사로 묶이니 이야기의 집중도는 배가 된다. 그 집중도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상상이 필요해 보인다.  

 


#. 앞으로 셰프학교는





 






모아진 이야기들을 토대로 셰프학교에서 해볼 다양한 시도들을 그려보려고 한다. 이벤트와 같은 요리수업 혹은 정형화된 프로그램의 요리수업 혹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전문성’에 맞춰진 요리수업이 아닌 요리를 통해 세상과 삶을 만져볼 수 있는 시도를 꿈꾼다.


요리를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듯하다. 그 과정에서 서로 부딪혀가며 십대도, 청년도, 우리들도 더 좋은 맛이 나는 사람이 되길! 앞으로 요리하듯 왁자지껄 좌충우돌의 시간이 되길!


다음 모임은 동대문의 괴짜 예술가 DRP를 만나러 가보려 한다. 현란한 DDP에 가려진 네팔, 중국, 러시아, 우주베키스탄, 몽골 등 현지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각 나라의 식재료를 탐험하고, 처음 보는 낯선 재료들로 파티음식을 만들고 나눠먹으며 신나게 놀고 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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