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을배움[2020년 노는학교] 첫 문 잘 열었습니다.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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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거 해본 적 있어. 근데 별로 재미없었어요.’

‘그거 제 친구가 학교에서 했었는데 그냥 그렇대요.’

‘가위바위보 져서 남은 거 들었는데 하기 싫어 죽을 뻔..’


학교도 학교 밖도 프로그램이 넘쳐납니다.

커피, 베이킹, 연극, 디제잉, 메이크업, 만화, 댄스, 음악, 인문학.......참 다양합니다.

너도 나도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서 한 번씩은 해본 적 있는 것들이 투성이고, 한번씩은 내 주변에서 해본 친구들이 있는 것이지요. 

 


체험중심의 배움은 체험에서 끝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체험이 끝나면 행위만 남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중심적, 단발적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선택한 배움이 아닌 경우도 참 많습니다. 

 


마을배움터 노는학교도 1회~3회 정도로 아주 짧은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단발적 체험을 넘어 참여 청소년의 자발성이 섬세하게 존중되고, 이 다음에 관계와 배움을 상상하게 되는 좋은 첫 시작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 노는교사도 배울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을 만나는 노는교사와 먼저 만나야했습니다. 사전에 한 분 한 분 따로 만나고, 노는교사 전체가 모이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굳이 이렇게 까지 사전과정을 하려고 했던 이유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의 강사들은 자기 것만 하고 다른 분야와 다른 세대와의 접촉은 전혀 없고 정체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노는 학교에서는 노는교사도 배워가면서 자기 학습을 하는 과정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아주 천천히 하던 방식과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참여가 적어도 이번 노는학교는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밌으면서 의미 있는 배움 과정을 계속 공부하고 개발할 예정인데 이에 대해 흥미가 있고, 교사 스스로도 실험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을배움터와 함께 논의하며 서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축적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모두가 모인 첫 자리는 어색했지만, 기분 좋은 자극들이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아이들이랑만 했던 짝꿍을 이뤄 서로 소개해주기도 하고, 마을배움터 노는학교의 방향을 소개하기도 하고, 각 노는교사가 생각하고 있는 프로그램 방향이나 고민거리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송용남(빅데이터로 논다)

빅데이터, 로봇, 코딩교육 이런 걸 다루는데 여기 지역 아이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어떡할까?하는 고민이 있었음. 여기 지역 아이들은 이런 교육이 존재하는지, 이 교육이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고 선택하지 못함. 그래서 친숙한 언어로 전환하고자 함. 하지만 이상한 아이들이 오면 안 됨(이상한 애들이라는 것은 로봇을 가져가고 싶은 아이들, 긴 호흡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이들). 수요가 적은 이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이유는 교육의 공공성을 가지고 아이들의 교육격차를 줄이고 싶음. 이후에 아이들과 십만원 프로젝트로도 연결하고 싶음. 

 


김영아(메이크업으로 논다)

‘손으로 놀자’를 융합하고 싶음. 손은 생각과 행동을 표현하는 도구 중 하나임. 메이크업으로 나를 어떻게 사랑할까를 이야기하고 싶음  

 


페테라이팅(연극)

연극놀이는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됨. 연극은 공연화가 되어야 함. 어린왕자 대본으로 노는 방법을 익히고, 모노드라마를 한 편 찍을까 생각중. 자기를 일상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음 좋겠음.


 

 

 

#. 시끌벅적 요란했던 노는학교


1) 십대교사 심현의 '요리로 논다'

유일하게 십대교사였던 심현. 난생 처음 요리수업을 준비하고, 난생 처음 이력서를 써보고, 난생처음 임명장을 받았답니다. 배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을 넘어 배움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은 스스로가 갖고 있는 '십대'라는 틀이 만드는 한계를 깨보는데 좋은 계기가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마을배움터에서는 십대 노는교사를 계속 찾아가려합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는데 있어서 나이가 많다 적다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싶솊(노는교사 심현은 하룻동안 심솊이라 불리었다.)을 보니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비슷한 나이의 친구가 교사라서 어색하고 떨릴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더 쉽게 다가가고 다가올 수 있었고, 즐겁게 배울 수 있었서 더 좋았어요."


"요리만 배울 줄 알았는데 서로 알아가고 환대받고 요리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더 즐거웠어요." 

 



 





2)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노는교사 영천, 초상화로 논다!

아이들을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동네 청년예술가 고영천선생님과 초상화로 논다를 진행해보았습니다.

처음 받아보았던 강의계획서가 엄청 섬세하고 빡빡하게 적어져있었지요. 무언가를 많이 나누고 싶고, 주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인게 느껴졌습니다.


첫 수업날, 계획대로 생각대로 되는건 하나도 없었고, 영천쌤 눈에는 아이들이 더 연습해야 하는 것이 많이 보였답니다. 그림을 '잘' 완성하며 성취감을 가져갈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보이는 그대로 '잘' 그리는 '방법'을 아는 것이 즐거움을 줄 것이란는 생각들이 너무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부족한 면이 계속 보였습니다. 명암주는 연습도 더 해야하고, 선긋는 연습도 해야하고 , 원근법과 그림자, 빛을 이용한 그림 등등.... 무언가 잘못 되고 있음을 느끼는 첫 날이었지요.


영천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릴적 이야기, 그림을 배워갔던 경험, 마을배움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초상화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 한 명 한명에 대한 이야기까지..


결국엔 그림을 잘 그리게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들이 그림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가져가길 바라는지, 어떤 마음을 담아 그려보는 경험을 해봤으면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나누게 되었습니다.


"벼룩을 유리컵 안에 가둬놓으면 유리컵에 머리를 계속 부딪혀서 컵을 치워도 컵 높이만큼만 뛰는 것처럼. 더 높이 뛸 수 있어도 뛰지 못해요.입시미술을 하면서 그런 답답함을 느껴서 그만뒀어요.

분명히 그랬는데 아이들을 만나보니 제가 유리컵이 되어주고 있는 순간을 마주하네요.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거라 긴장도 많이 했구요. 그림은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멋진 그림을 그리는지 제가 주고 싶은 마음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서간거죠.

고민하다보니 8살 때, 어떤 그림도 배우지 않았던 어릴적 저의 모습이 생각나요. 미술대회에서 은매달을 땄지뭐에요. 그때가 제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내려놓고, 비워내고 저마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어떤 마음으로 그리는지 서로 나누면서 같이 놀아봐야겠어요."

- 노는교사 예술가 고영천쌤 이야기 중에서-


그렇게 두번째 시간에는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기 전, 자신만의 표현이 예술이 되는 몇몇의 예술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각자가 그림을 선물해보고 싶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스스로 이 그림에 무엇을 담고 싶고, 왜 그리고 싶은지 이유들이 생겨났지요.        

 

첫번째 날과 두번째 날 







"선생님 저 그림 더 그리다가 가도 되요?"

- 참여자 수업 마지막 말 중에서-

 

 

 

#. 앞으로 노는학교는...

현이의 요리수업, 영천의 초상화수업처럼 마을배움터에 놀러온 친구들을 있는 힘껏 환대하고, 아이들이 한명 한명의 이야기들이 피워질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려 합니다. 개인의 표현이 존중받아지고, 개인의 존재가 환대받아지고, 새로 경험한 어떠한 배움이 자기 표현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노는학교를 만들어가보려 합니다. 앞으로 아이들도 마을배움터도 노는교사도 이야기와 이야기의 연결, 사람과 사람의 연결로 배움이 생겨나고 그 힘으로 다음을 그려볼 수 있는 시작이 되는 과정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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