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을배움[2018 마을배움 동아리] 면접인듯 면접 아닌 이야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29
조회수 1864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십대들이 많다.

십대에게 동아리는 어떤 의미일까? 시험을 보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가 관심 있는 활동을 친구들과 작당모의를 하고 상상하던 것을 펼쳐보고, 작던 크던 수많은 판단과 선택 그리고 관계가 뒤엉킬 수 있는 살아있는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었다. 

 


혁신학교에 다니는 십대들은 동아리 과부하 상태이다. 큰 동아리, 작은 동아리 이것저것 2개에서 3개씩 동아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은 동아리 활동 자체가 무겁게 다가오는 친구들도 참 많다. 자발적으로 자율동아리는 만들 수 있지만 딸려오는 조건들에 원하는 동아리를 만들지 못하기도 한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동아리를 선택해서 시간아 흘러라 하며 앉아있는 친구들도 참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동아리 활동에 애착과 의지가 강한 십대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동아리 활동에 크게 관심 갖지 않는다. 00해야 한다는 의무는 있지만, 아이들 활동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관심과 애정은 상대적으로 참 적은게 현실이다. 그러한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마을배움터에 찾아왔다. 학교에 공문하나 보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15개의 동아리가 단숨에 신청 전화가 들어왔다.  

 


대부분 학교에서의 활동이 아쉬워서 혹은 학교에서 동아리지원이 부족해서 혹은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싶어서였다. 가장 어린 친구들 중에는 관심 있는 분야 하나를 통해 여러 명의 친구들을 모았지만 학교에서 동아리를 개설할 수 없고 어떤 누구도 지원해주지 않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찾아온 십대도 있었다. 

  


5월부터 6월까지 한 동아리 당 2시간씩의 면접을 보았다. 면접이 아니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응원하는 첫 만남의 자리였다. 두개의 동아리와 첫 만남을 가진 후, 식구들과 면접 본 동아리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의도하진 않았으나 평가 아닌 평가와 판단이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아차.. 싶었다. 

 


마을배움터에서의 면접은 무슨 의미여야 할까? 이곳에 찾아온 십대들이 돌아가는 길엔 어떤 마음이었으면 좋을까? 우리에겐 서로 어떤 시간이 필요한 걸까? 흔히 생각하는 면접은 갑과 을 그리고 평가와 판단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면접이라는 단어를 생각 없이 사용했고, 아이들을 판단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살펴보아야 함은 분명히 있지만, 공문 하나에 삼삼오오 전화를 걸고, 직접 찾아온다는 것 자체에 마을배움터에서 있는 짧은 시간이 아이들에게 자극과 응원이 되었어야 했다. 일상적으로 수많은 판단과 평가를 받는 십대에게 마을배움터에서는 좀 더 자유로웠으면 했고, 자신들의 활동 그리고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고, 응원과 지지를 진심으로 받았으면 그리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했다.  

 


면접이지만 따듯하게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손수 만든 환영문구를 만들어 붙였고, 동그랗게 원을 그려 앉았다. 그리고 마을배움터와 품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동아리에 대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과 이후에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을지 상상해보는 시간으로 채웠다. 서로가 주고받는 눈빛과 표정에 들뜬 마음과 상상들이 풍겼다. 면접이지만 면접이 아니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동아리가 놀이터 동아리이다.  

 

성암여중 댄스팀 라온제나, 유니크, 아도러블!!

성암여중 치어리딩팀 슈퍼루키!!

숭곡중 댄스동아리 여우별, 혜화여고 댄스동아리 화양연화!!

삼각산고 신문제작 동아리 잠수함의 토끼, 삼각산고 위안부 동아리 소녀의 꽃!!^^ 

 

저마다의 색깔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지만 모두 하나같이 열정적이고 하고 싶은 것들이 쏟아지는 친구들이었지요.^^ 

 

 성암여중 치어리딩 동아리 '슈퍼루키' 면접 사진 / 성암여중 댄스 동아리 '라온제나' 면접 사진

 

이후에는 마을배움터에서 마을배움동아리를 함께 할 십대도 찾았다. 연극동아리, 셰프동아리, 버스킹동아리 3개의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마을 속에서 자신의 삶의 향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을교사와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십대들이 만나 동아리 활동을 한창 하는 중이다. 마을배움동아리는 모든 과정이 시도이자 실험으로 마을에서의 배움을 찾는 과정으로 진행해보려 한다. 이후에 마을배움동아리 이야기도 자세하게 전할 예정!^^ 

 

버스킹동아리를 통해 해보고 싶은 것 나눔 / 연극동아리에서 하고픈 것 나눔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100명이 넘는 십대들을 만나며 정말 많은 수다를 나눴다. 학교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의 아이들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절절히 느끼는 순간도 참 많았다. 그리고 얼마나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지, 그것을 함께 할 공간과 어른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된다.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면접을 진행할 것인지, 얼마나 더 가능성 있는 십대를 찾을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었지만, 서로가 마주하는 첫 만남에서 무엇을 서로 교감할 수 있고 자극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아차..! 하던 그 찰나는 나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다. 앞으로도 한 번을 만나던 1분을 만나던 그 시간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가보려 한다.  

 

 

*놀이터 동아리와 마을배움동아리의 면접과정 그리고 모두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던 '여는축제'를 영상으로 만나보자!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