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희의 이야기로 풀어본, 열린대학 4회차 이야기
-양승희
벌써 4회차라니!! 한주 한주가 어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첫날 엄청난 환대를 시작으로 “나 읽기”의 마지막 시간인 이날의 주제는
“불안에서의 해방, 잠재성에 대해서” 였다.
열린대학 입학식 때 함께 해주시고 음악으로 우리의 마음을 풀어주셨던 안석희 선생님의 강의였다.
열린대학에서 이야기 나눴던 내용 중에 지금의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였던 걸 아셨는지 숨의 성희샘이 이번 활동 리뷰어로 나를 추천하셨더랬다. 평소에 글을 써버릇하지 않아서 그런지 글쓰는 게 어색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풀어내 보겠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불안에서 해방된다고 해도 불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너무 불안에만 시선을 돌리지 말고 잘할 수 있는 부분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잠재성은 내 안에 있지만 현실화 되지 않은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계기를 통해 잠재성의 문이 열릴 때도 있고 닫힐 때도 있을 것이다. 삶에서 잠재성을 열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났을 때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정확하게 적진 못했지만, 대략 이런 이야기로 강의의 문을 열어주셨다. 창조적 대화론 책에 관해서,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셨었는데.. 이 때 집중을 못했던 탓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ㅜㅜ
그리고는 음악 시험의 불안을 극복하신 이야기부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삶을 살아오셨고 어떻게 음악을 통해 세상과 만나오셨는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악기를 만드는 사람(새로운 잠재성을 알게 된 순간)이 됐을 때의 이야기,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현재의 생각에 이르기까지의 일화 등 편안한 목소리와 웃음 띤 얼굴로 서사를 쭉 이야기 해주셨다. 물론 그 안에 불안과 잠재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녹여서 말이다.
한 사람의 역사가 눈에 보이듯 상상되었고 불안하다고 가만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지 고민하며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신 분 같았다. 거기다 강의 내내 해맑은 웃음을 짓고 계신 걸 보고 어떤 면에서는 해탈한 도인 같은 느낌도 살짝 들었다.
#나의 불안을 인정하고, 잠재성을 마주하기
나는 6월 말 퇴사 직후, 앞으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절망감 그리고 나에 대한 실망감이 엄청 컸었다. 나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관계 맺기도 잘하지 못했던 것 같고 일로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 같아 내 삶에 오점(?)을 남긴 것 같다는 생각이 매일 나를 괴롭혔다. 이런 것들이 다 실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불안에서 온 생각들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자 목표했던 것을 하지 못했을 때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과거에 나는 힘든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 딛고 잘 일어섰던 사람이었다. 어떤 활동을 하던지 실패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저 모든 활동은 경험이고 그 경험들이 쌓여 나를 더 단단하게, 그리고 삶을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잘 될 거야. 나를 믿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불안과 걱정이 몸에 밴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불안하고 걱정하는 내 모습이 당연한 내 모습인냥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강의를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내가 너무 불안에만 초점을 두고 지냈던 건 아닐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직면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불안에만 집중 하다보니,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고 불안만 남아서 나를 괴롭혀왔던 건 아닐까? |
성희샘의 말을 빌려보자면, 불안이 왔을 때 내가 나에게 친절하지 않고 너무 불친절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안이 왔을 때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고 스스로 다독이며, 불안과 제대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불안한 내 모습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을 전환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것도 내면의 힘(나를 사랑하고 나를 믿는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잦은 실수와 질책으로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는 지경까지 갔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과거의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하는 게 중요한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남을 신경 쓰며 남에겐 친절, 나에겐 불친절했던 게 아닐까 싶다. 비로소 글을 쓰며 정리를 하다보니, 누가 뭐래도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해야 함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열린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함께하는 분들과 이야기 나눌 때면 항상 생각이 확장됨을 느낀다. 꺼졌던 내 삶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의 불씨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도 좋다. 특히나 이번에 들었던 강의는 마음에 아주 커다랗고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놓은 듯하다. 나에게 이렇게 큰 따뜻함을 안겨준 것은 바로 잠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안에 있지만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 이 말만 들었을 뿐인데, 내가 들었던 어떤 위로보다도 따뜻하게 다가왔다. “아직은 네가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네 안에 잠재성이 있고 그 잠재성이 어떤 계기와 만나면 문을 활짝 열 수 있을거야. 네 속에 잠재성은 자리하고 있어. 너는 그런 존재야.” 라며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내 안에 숨어있는 잠재성은 뭘까 너무 궁금해졌다. 내 잠재성의 문을 열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런 계기가 있긴 했을까.
문득 몽골에서의 활동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몽골로 에코투어를 온 청소년들과 지도자들에게 몽골의 사막화에 대해 설명하는 중요한 역을 내가 맡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 방학이 끝난 후 방학생활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에도 청심환을 먹고 이야기할 정도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걸 힘들어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사막화에 대해 설명해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할 수 있을지 불안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피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과 나도 한 번 남들 앞에서 이야기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합쳐져, 이왕 기회가 온 거 잘 해내고 싶었다. 남들은 하루 이틀이면 될 일을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들여서 계속 연습해야 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하는 당일에 함께 몽골에서 지내는 다른 동료들에게 엄청난 칭찬과 응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구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일지 몰라도 나에겐 진짜 큰 일이었다. 진심을 다해 준비했고 그것이 참가자들에게도 잘 전달이 됐으며, 이야기를 하면서 나 또한 즐거웠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어쩌면 불안을 마주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잠재성의 문을 여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불안”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데, 불안 이후 잠재성의 발견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하리만큼 불안이 불안하지 않아졌고 불안에게, 그리고 불안했던 나에게 고마움까지 느껴졌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불안해하는 내 마음에게 “불안, 그건 네 안에 숨어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가 될거야. 걱정마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후련해진 순간
강의 이후에는 제비뽑기를 통해 하트와 별로 그룹을 나눠 각자 생각을 정리한 후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난 항상 이런 자리가 좋다. 강의를 듣고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사유의 시간을 갖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작업을 하면서 내 생각이 좀 더 명확히 정리되는 것 같달까?
우리 모둠에서는 15분 정도 각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한 명씩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불안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어떡하지?’가 불안이라면 ‘어떻게든 되겠지.’가 해방인 것 같다. 지금의 순간이 계기라고 생각되고 이 시기를 잘 딛고 넘어가고 싶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나에게 숙제를 하나 내줬다.
“나의 역사는 어땠을까?” 정리해보기
이 또한 나를 탐구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쩌면 잊고 있었던 나의 잠재성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 열린대학까지 해보기로 했는데.. 아직 시작 안했다는.. ㅎㅎㅎ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오늘부터라도 생각해봐야겠다.
2016년? 17년? 그때쯤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됐을 때가 있었다. 내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거라며 호기롭게 직장은 그만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지는 것 같다는 내 말에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 있다.
“앞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 하겠구나. 백수가 된 걸 축하해~!”
이 친구는 이때부터 잠재성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걸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앞에 펼쳐질 다양한 삶에 대한 기대감이 마음을 가득 채웠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힘든시간(불안으로 가득한 시간)이 나에게는 새로운 잠재성을 발견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다시 물 위로 끌어 올려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한 예술가의 서사였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계속 바닥으로만 가고 있던 내 감정을 이렇게까지 올려주셨다는 것에 무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다양한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말 무궁무진하고 다채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늘 해오던 활동 말고 낯선 활동에 자신을 노출시켜보는 것도 잠재성을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순간이 나에게는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앞으로도 열린대학에서 공부하고 사유하며, 나라는 존재의 탐구, 내 주위 세상의 탐구, 그리고 그런 세상과 나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함께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다.
승희의 이야기로 풀어본, 열린대학 4회차 이야기
-양승희
벌써 4회차라니!! 한주 한주가 어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첫날 엄청난 환대를 시작으로 “나 읽기”의 마지막 시간인 이날의 주제는
“불안에서의 해방, 잠재성에 대해서” 였다.
열린대학 입학식 때 함께 해주시고 음악으로 우리의 마음을 풀어주셨던 안석희 선생님의 강의였다.
열린대학에서 이야기 나눴던 내용 중에 지금의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였던 걸 아셨는지 숨의 성희샘이 이번 활동 리뷰어로 나를 추천하셨더랬다. 평소에 글을 써버릇하지 않아서 그런지 글쓰는 게 어색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풀어내 보겠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불안에서 해방된다고 해도 불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너무 불안에만 시선을 돌리지 말고 잘할 수 있는 부분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잠재성은 내 안에 있지만 현실화 되지 않은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계기를 통해 잠재성의 문이 열릴 때도 있고 닫힐 때도 있을 것이다. 삶에서 잠재성을 열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났을 때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정확하게 적진 못했지만, 대략 이런 이야기로 강의의 문을 열어주셨다. 창조적 대화론 책에 관해서,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셨었는데.. 이 때 집중을 못했던 탓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ㅜㅜ
그리고는 음악 시험의 불안을 극복하신 이야기부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삶을 살아오셨고 어떻게 음악을 통해 세상과 만나오셨는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악기를 만드는 사람(새로운 잠재성을 알게 된 순간)이 됐을 때의 이야기,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현재의 생각에 이르기까지의 일화 등 편안한 목소리와 웃음 띤 얼굴로 서사를 쭉 이야기 해주셨다. 물론 그 안에 불안과 잠재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녹여서 말이다.
한 사람의 역사가 눈에 보이듯 상상되었고 불안하다고 가만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지 고민하며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신 분 같았다. 거기다 강의 내내 해맑은 웃음을 짓고 계신 걸 보고 어떤 면에서는 해탈한 도인 같은 느낌도 살짝 들었다.
#나의 불안을 인정하고, 잠재성을 마주하기
나는 6월 말 퇴사 직후, 앞으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절망감 그리고 나에 대한 실망감이 엄청 컸었다. 나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관계 맺기도 잘하지 못했던 것 같고 일로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 같아 내 삶에 오점(?)을 남긴 것 같다는 생각이 매일 나를 괴롭혔다. 이런 것들이 다 실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불안에서 온 생각들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자 목표했던 것을 하지 못했을 때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과거에 나는 힘든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 딛고 잘 일어섰던 사람이었다. 어떤 활동을 하던지 실패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저 모든 활동은 경험이고 그 경험들이 쌓여 나를 더 단단하게, 그리고 삶을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잘 될 거야. 나를 믿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불안과 걱정이 몸에 밴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불안하고 걱정하는 내 모습이 당연한 내 모습인냥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너무 불안에만 초점을 두고 지냈던 건 아닐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직면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불안에만 집중 하다보니,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고 불안만 남아서 나를 괴롭혀왔던 건 아닐까?
성희샘의 말을 빌려보자면, 불안이 왔을 때 내가 나에게 친절하지 않고 너무 불친절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안이 왔을 때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고 스스로 다독이며, 불안과 제대로 마주했을 때 비로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불안한 내 모습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을 전환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것도 내면의 힘(나를 사랑하고 나를 믿는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잦은 실수와 질책으로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는 지경까지 갔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과거의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하는 게 중요한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남을 신경 쓰며 남에겐 친절, 나에겐 불친절했던 게 아닐까 싶다. 비로소 글을 쓰며 정리를 하다보니, 누가 뭐래도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해야 함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열린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함께하는 분들과 이야기 나눌 때면 항상 생각이 확장됨을 느낀다. 꺼졌던 내 삶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의 불씨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도 좋다. 특히나 이번에 들었던 강의는 마음에 아주 커다랗고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놓은 듯하다. 나에게 이렇게 큰 따뜻함을 안겨준 것은 바로 잠재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안에 있지만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 이 말만 들었을 뿐인데, 내가 들었던 어떤 위로보다도 따뜻하게 다가왔다. “아직은 네가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네 안에 잠재성이 있고 그 잠재성이 어떤 계기와 만나면 문을 활짝 열 수 있을거야. 네 속에 잠재성은 자리하고 있어. 너는 그런 존재야.” 라며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내 안에 숨어있는 잠재성은 뭘까 너무 궁금해졌다. 내 잠재성의 문을 열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런 계기가 있긴 했을까.
문득 몽골에서의 활동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몽골로 에코투어를 온 청소년들과 지도자들에게 몽골의 사막화에 대해 설명하는 중요한 역을 내가 맡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 방학이 끝난 후 방학생활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에도 청심환을 먹고 이야기할 정도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걸 힘들어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사막화에 대해 설명해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할 수 있을지 불안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피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과 나도 한 번 남들 앞에서 이야기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합쳐져, 이왕 기회가 온 거 잘 해내고 싶었다. 남들은 하루 이틀이면 될 일을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들여서 계속 연습해야 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하는 당일에 함께 몽골에서 지내는 다른 동료들에게 엄청난 칭찬과 응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구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일지 몰라도 나에겐 진짜 큰 일이었다. 진심을 다해 준비했고 그것이 참가자들에게도 잘 전달이 됐으며, 이야기를 하면서 나 또한 즐거웠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니. 어쩌면 불안을 마주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잠재성의 문을 여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불안”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데, 불안 이후 잠재성의 발견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하리만큼 불안이 불안하지 않아졌고 불안에게, 그리고 불안했던 나에게 고마움까지 느껴졌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불안해하는 내 마음에게 “불안, 그건 네 안에 숨어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가 될거야. 걱정마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후련해진 순간
강의 이후에는 제비뽑기를 통해 하트와 별로 그룹을 나눠 각자 생각을 정리한 후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난 항상 이런 자리가 좋다. 강의를 듣고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사유의 시간을 갖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작업을 하면서 내 생각이 좀 더 명확히 정리되는 것 같달까?
우리 모둠에서는 15분 정도 각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한 명씩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불안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어떡하지?’가 불안이라면 ‘어떻게든 되겠지.’가 해방인 것 같다. 지금의 순간이 계기라고 생각되고 이 시기를 잘 딛고 넘어가고 싶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나에게 숙제를 하나 내줬다.
“나의 역사는 어땠을까?” 정리해보기
이 또한 나를 탐구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쩌면 잊고 있었던 나의 잠재성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 열린대학까지 해보기로 했는데.. 아직 시작 안했다는.. ㅎㅎㅎ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오늘부터라도 생각해봐야겠다.
2016년? 17년? 그때쯤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됐을 때가 있었다. 내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거라며 호기롭게 직장은 그만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지는 것 같다는 내 말에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 있다.
“앞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 하겠구나. 백수가 된 걸 축하해~!”
이 친구는 이때부터 잠재성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걸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앞에 펼쳐질 다양한 삶에 대한 기대감이 마음을 가득 채웠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힘든시간(불안으로 가득한 시간)이 나에게는 새로운 잠재성을 발견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다시 물 위로 끌어 올려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한 예술가의 서사였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계속 바닥으로만 가고 있던 내 감정을 이렇게까지 올려주셨다는 것에 무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다양한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말 무궁무진하고 다채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늘 해오던 활동 말고 낯선 활동에 자신을 노출시켜보는 것도 잠재성을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순간이 나에게는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앞으로도 열린대학에서 공부하고 사유하며, 나라는 존재의 탐구, 내 주위 세상의 탐구, 그리고 그런 세상과 나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함께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