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성장과 연대[한이의 열린 방] 열린대학 3차시 리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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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주제는 '나'


-마을배움터 청년 인턴 이한



 일주일이 금새 지나간다. 다시 수요일이다. 나는 오늘 가회동에 있는 문화디자인 자리에 가기로 했다. 민들레는 익숙하니까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혜자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그 전부터 많이 전해들어서 그분이 궁금하기도 했다. 

 

 오디세이 민들레 교실이 있는 정독도서관 근처는 눈 감고도 다닐 정도로 정말 익숙하다. 그래서 이제는 멋진 카페가 많은 것도, 사람이 아주 드글드글하게 많은 것도, 거리에서 활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무 감상도 들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던 것 같다. 날씨가 좋아서 그랬을까? 무감정하기만 했던 거리를 걸으며 마음이 평온했다. 아주 고요하고, 조금은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 


 


 자리는 생각보다 아담했고 따사로운 햇볕이 잘 드는 큰 창문에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앉아있는 북촌 동네를 소개해주시는 것으로 오늘의 모임이 시작됐다. 나는 이 동네야말로 서울의 자랑거리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깊고 의미있는 동네라는 것을 떠나 길을 걸을 때의 느낌이 서울의 여타 거리와는 전혀 다르다. 서울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오히려 빌딩이 빼곡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 위치에, 이 풍경에, 이 거리가 존재한다는 모순을 무시하고도 아름다워서 좋아한다. 

 



#본격적인 시작!



 오늘 오고간 이야기의 주제는 조금 낯설었다. 최혜자 선생님께서 서두로 꺼내신 현장 활동가와 연구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문화사업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마음에 깊이 들어오는 말들이 있었기에 오늘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본다면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을 연구자는 모른다’는 이야기는 공부만 한 사람은 실무를 모른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말을 못해서 내 논리가 격파당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장활동가들의 경험도 공감됐다. 곧바로 ‘사유와 언어는 같은 것이어서 완성도 높은 언어를 가지려면 자기탐구가 필요하다, 사유를 훈련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이어질 때는 박수를 치고 싶었다. 가려웠던 곳을 시원하게 긁히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나를 알아차리려고 할 때마다 삐걱거렸고, 답답했다. 당장 현실에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미루면서까지 내 행동의 이유를 찾거나, 나에 대해 사유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17살 때 민들레를 거치면서 나를 찾는 일은 충분히 해봤으니까 이제는 바쁘게 살면서 실력을 쌓아야 할 때인 것 같았다. 계속 나만 생각하면서 파고들려고 하는 건 성장이 멈춘 아이의 행동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들은 이야기는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내가 필요없다고 느꼈던 자기탐색이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3년만에 다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왠지 재밌었다. 


 


#자기탐색, 어떻게 하는 건가요?


 올해는 너무 바쁘게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자신이 마치 거대한 굴레 속에 아주 더디게 돌아가는, 그렇지만 열심히 돌아가는 작은 톱니바퀴처럼 느껴졌다. 계속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나의 주체의식이었다는 것은 몰랐기에 그저 손과 머리를 굴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오늘은 그동안 가지고있던 인식과 실천의 괴리를 줄여줄 수 있는 해결책을 알게되었다. 그럴땐 자기탐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무언가를 연구하고 탐구한다는 것이 대체 뭘까? 심지어 그 대상이 나 자신일 때는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버린다. 내가 주인인 이 작은 우주를 혼자 뒤지고 뒤져봤자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같이 할 사람이 필요한가 싶었다. 그런데 누가 나를 탐구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을까? 이게 같이 할 수 있는 작업이긴 할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증상과 해결의 예시는 오늘 이 자리에서 무수히 들었지만 나에게 적용할 줄을 몰라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그리고 나는 바쁘다. 한가로이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인간은 한 평생 자신을 연구해야 한다는데 다들 어떻게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최혜자 선생님의 적확한 언어들이 나를 자꾸 후비고 들어왔다. 

 


 사실 자기탐색의 방법은 잘 모르겠다. 맞는 말이고 나에게 필요하다는 건 직감으로 알았다. 그런데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살면 살수록 어려운 일이 많아진다. 청소년기에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게 가장 쉬운 일 같다. 정답이 없고 내가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답답하고 막막하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길을 즐겁게 건너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민들레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오늘 이 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살은 모든 게 혼란이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사람들과 지내며 이런 과정을 겪는다는 것은 다행스럽다.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이것이 싫지는 않다. 사실은 반가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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