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성장과 연대[한이의 열린 방] 열린대학 5차시 리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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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느껴야 할 '불편'들


-마을배움터 청년인턴 이한





 오늘 강의의 주제는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배움터에서 미리 들었다. 예전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고, 책을 찾아본 경험도 있어서 디지털 리터러시도 그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같은 리터러시에 관한 것인데도 미디어와 디지털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분야처럼 느껴졌다. 


 안성댁 강의를 듣기 시작하고, 조금 졸기도 하고, 중요한 것들은 메모했다. 그렇게 두 시간 가량 지나니까 강의가 끝났다. 그때까지는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가 있다거나 내가 화두로 잡을 문제거리랄게 그다지 없었다. '배움은 주체적인 사람에게 오는 것인데 내가 너무 무미건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이후에 다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이 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줬고, 여러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머리가 활발하게 돌아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일상에서 마주한 불편한 장면들


 모두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시대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디지털 기술이 편리하기만 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한편 마음이 불편해지는 장면들이 있다는 이야기에도 크게 공감됐다. 떠올려보면 일상 속에서 어떤 장면을 볼 때 불편한 순간들이 있었다. 



- 부산국제영화제는 온라인으로 티켓팅을 한다. 내 옆에 계셨던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보고 싶은 영화들이 전부 매진되어서 어쩔 수 없이 겨우 한 자리, 두 자리 남은 영화들을 예매하셨다. 부국제에서 현장예매를 한다는 것은 영화를 못본다는 것과 다름없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들을 1주 전, 2주 전 예매창이 떴을 때 몇 번의 클릭으로 쉽고 빠르게 예매했었다. 그 장면이 불편했다. 온라인으로 접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문화생활에서도 낙오된다. 




- 어느 날 밤, 친구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시간이 아주 늦은 때였다. 나는 오전 12시든 2시든 집에 가는 것이 초조하지 않다. 카카오택시는 언제든 잡히니까. 그래서 그날도 맘편히 늦게까지 놀았다. 내가 부른 택시가 곧 온다길래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길가에 웅성웅성하는 사람 무리가 있었다. 모두 나이가 많으셨다. 그때는 별 생각 없이 왜 저렇게 모여있나 싶었지만, 알고보니 택시가 잡히지 않으셔서 곤란하신 거였다. 그분들은 잘 돌아가셨을까? 집에 가는 택시에서 내내 신경이 쓰였다.




- 우체국에는 키오스크가 없다. 쉽고 빠른 방법 없이 모두 번호표를 뽑고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준등기 우편 하나를 부치는데 아주 오래 걸렸다. 솔직히 불편했다. 내 앞에서 오래 걸린 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택배 하나 부치는데 이곳저곳을 왔다갔다 하고, 주소를 쓰는 것이나 결제를 하는 것도 엄청 오래 걸리셨다. 다시 생각해보면 때때로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이기적인 것이었다. 



 주제는 디지털 리터러시였지만 내가 집중한 것은 오늘날 시대의 특성이자 나 자신과도 떼어놓을 수 없는 '디지털세계'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불편함이었다. 데이터, 알고리즘, 별점, AI 등등. 편리함이 훨씬 커서 무뎌지는 불편함들에 대해. 다시 한번 신경을 날카롭게 세워볼 수 있었다. 




 오늘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느꼈던 불편함 속으로 파고들어봤다. 간단히 알 수 있었는데, 내가 느낀 불편의 원인이 불평등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쉽게 할 수 있는데, 나처럼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나는 한번도 내가 이 시대의 기득권 세력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어쩌면 디지털 시대에서 만큼은 기득권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편히 누리고 마음껏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불편함이 마냥 거부감이 드는 불편함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극이 되고 깨어나게 해줘서 감사했다. 아무리 귀를 기울이고 잘 보려고 신경 써도 내가 모르는 부분들은 분명 있다. 그럴 때에 이런 부딪힘들이 시야를 확장되게 해주는 것 같다. 


 여러 선생님들께서 '디지털 시대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하셨다. 다들 따뜻한 마음을 갖고계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어려움을 느끼는 누군가를 위해 나서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력감이라는 것을 몰랐다. 만약 앞으로 내가 타인을 보고 도울 수 없어서 무력해진다면, 나에게는 그것이 나쁜 감정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반가울 것 같다. 이렇게 선의라는 마음을 배울 수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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