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을배움청년인턴 이한의 리뷰 - '십만원프로젝트 모모날'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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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턴 이한의 십만원 프로젝트 모모날 리뷰



기대하던 십만원 프로젝트의 첫 모임 날이었다. 오전 10시부터 프로젝트 선배짝꿍이 되어줄 사람들과 배움터 선생님들이 다같이 모여서 공간 꾸미기를 시작했다. 간단히 소개를 듣고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설명해주셨다. 나눠주신 큐시트를 보니 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프로그램들이었지만 일단 재밌어보였다. 시작 전에 할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사실 공간을 꾸미는 일도 이미 다 준비가 되어있어서 배치하고 옮겨놓기만 하면 되는 일들이었다. 오늘 하루를 위해 차근차근 오랫동안 준비하셨을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다. 활기차고 웃음이 많은 분위기여서 햇볕 아래에서 해야 하는 일들도 걱정만큼 힘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많은 곳을 지나오면서 축제를 준비하는 분위기가 이렇게 평화로운 건 처음이었다.



2시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한시 반쯤 첫 손님이 오셨던 것 같다. 처음에는 엄청 떨려서 괜히 낯을 가렸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낯이 익은 친구들이 오거나 점점 사람이 많아질수록 처음 보는 애들한테도 말을 걸고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사람을 맞는 게 금방 편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저번에 한명 한명을 맞아주는 가랜드를 만들었는데 그때 내가 그림을 그린 친구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됐을 때는 너무 반가웠고 나 혼자만의 친밀감이 솟아올랐다.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재밌었다. 아주 빽빽하게 만족스러웠다. 강당 에어컨이 고장나서 너무 더웠는데 그것도 그냥 오늘의 한 폭 같고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애들이 점점 더 말이 많아지고 분위기에 녹아드는 게 보여서 그 점이 반갑고 좋았다. 그 얼굴들을 보면서 애들이 학생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아무 프레임 없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모습이 훨씬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청소년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은 정말 소중하다. 잘 설명할 순 없지만 나는 애들을 볼 때 자꾸 선생님의 마음이 되어간다. 사실 우린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다 비슷한 사람인데 애들을 보면 내가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이런 마음은 왜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분명 이건 나에게 도움이 되는 힘이라는 거다.




내가 처음 십만원 프로젝트 면접에 참여하고 나서 생각했던 것은 참여하는 친구들이 무엇을 받았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 마음은 오늘도 똑같았는데 계속 생각해보다가 한가지 깨달은 것은, 그건 오직 결과로써의 희망사항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내 눈앞에는 바닥에 엎드려 색도화지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적어내려가는 애들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그 종이 하나를 붙잡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참여하는 애들이 어떤 마음을 갖게 될지 어떤 태도로 함께하는지, 이런 과정 같은 것들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중에 남는 거 말고. 지금 이곳, 현재를 더 가치롭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새로 생겨났다. 이미 그들은 잘 해내고 있었다. 지금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새로운 활기가 필요했던 나에게 이런 부분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2022 십만원프로젝트 '시도와 실패할 권리증'


오늘 내내 이곳 모든 사람들의 오른손에 걸려있던 문구는 '시도하고 실패할 권리'였다. 내심 십대 후반의 청소년은 무기력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오늘 완전히 깨졌다. 저 문구에 걸맞는 사람들이었다. 애들과 함께 있으면서 '선한 영향력'이라는 키워드를 새로 가져가게 됐다. 새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우린 서로에게 끝도 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내가 오늘 인생 처음으로 '쌤'이라고 불렸을 때를 잊지 않을 거다. 한순간 내가 가치로운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사실 쌤은 아니었지만 쌤이라고 불러줘서 고마웠다. 어쩌면 쌤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다. 하루종일 논 것 같은데 의미도 남고 애들이랑도 친해지고, 얻은 게 많은 날이다. 이런 큰 모임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진행될 각자의 십만원 프로젝트는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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