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허현주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여행하고 싶은 나라의 원두를 구하려고 하신 분은 안 계셨던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 그리 많지 않았고, 처음에 내가 우려한대로 아마 본인이 여행하고 싶은 국가에서 나는 원두를 구하기란 쉽지 않으셨을 것 같다. 시중에서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원두 종을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다.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과테말라 안티구아, 케냐 AA. 이 세 종류의 원두가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가장 대중적이고, 구하기 쉽다. 그 외의 원두들은 좀 더 발품 팔고, 열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구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커피시장이 많이 커졌다고는 하나, 다른 유럽,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그리 큰 시장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남은 원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경우들이 많고, 그렇기에 우리가 구하고 접할 수 있는 원두 역시 매우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커피에는 정말 다양한 맛과 향이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 커피에 있는 다양한 맛과 향을 다 느끼고 알지 못한다. 그저 한입 마셨을 때 느껴지는 쓰다, 신맛이 난다, 고소하다 등 강렬하고 익숙한 맛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우리에게 여행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그 공간과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다양한 문화, 삶, 표정, 모습 등이 있지만 음식의 맛으로, 사진의 풍경으로 느껴지는 눈에 보이고 표현되는 그 몇 가지의 강렬함으로 그 여행지와 여행을 평가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보지 못한 채. 나 역시 커피를 마시고 접한지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 속의 애정을 느끼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애정을 느끼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커피라는 작은 콩에 담겨진 다양함을 알고 나서인 것 같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유명한 관광지와 맛집, 랜드마크만 보는 것이 아닌 그 공간에 있는 다양한 길을 보는 것, 사람을 마주하는 것, 부딛혀보는 그 과정이 여행의 재미를 더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갖고 온 원두에 대한 얘기를 나눈 후 심쌤이 잠시 차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차가 대중화되지 않았으면 커피도 대중화되기 어려웠다는 것. 그 과정과 역사 속에 담긴 사치, 착취, 불공정에 대한 얘기들도 덧붙여 같이 해주었다. 그 얘기는 지금의 커피와 시장 구조를 알기 위해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우리가 현재 천원, 이천원으로 쉽게 소비하고 접할 수 있는 ‘커피’의 이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학교에 오신 선생님들도 ‘공정무역’카페에서 파는 원두를 사오셨겠지. 과거의 얘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니까. 현재와 과거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중요하지만 숨학교 선생님들에게 ‘카페’라는 공간의 원래 의미도 같이 얘기되고 전달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은 들었다. 유럽에서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는 부와 권력이 있는 특권층이 커피를 소비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대중화되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대화하고, 서로 알아가며 문화를 만들고, 여유를 즐기고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커피와 여행’을 연결하는 지점에서 심쌤이 중요하게 얘기해준 비판적 시각과 함께 소비와 각성제로써의 커피와 카페가 아닌 여유와 대화로서의 얘기 역시 함께 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든다.
숨학교의 이날 수업 주제는 ‘커피와 여행’이었다. 각자가 여행해보고 싶은 곳의 원두 혹은 가장 좋아하는 원두를 소개하고 직접 커피를 내려 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나는 한 명의 청년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그리고 숨학교 선생님들의 원데이 커피 선생님으로 이 자리를 같이했다. 그래서 이날의 준비물 역시 자신이 가보고 싶은 나라에 대한 원두나 좋아하는 원두를 갖고 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숙제를 처음 들었을 때 ‘좀 어렵겠네.’ 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원두가 생산되는 지역이 제한적이고,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원두는 더욱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 전부터 나는 선생님들이 어떤 원두를 갖고 오실지, 그 원두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 올지 궁금증이 있었다.
사실 허현주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여행하고 싶은 나라의 원두를 구하려고 하신 분은 안 계셨던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 그리 많지 않았고, 처음에 내가 우려한대로 아마 본인이 여행하고 싶은 국가에서 나는 원두를 구하기란 쉽지 않으셨을 것 같다. 시중에서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원두 종을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다.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과테말라 안티구아, 케냐 AA. 이 세 종류의 원두가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가장 대중적이고, 구하기 쉽다. 그 외의 원두들은 좀 더 발품 팔고, 열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구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커피시장이 많이 커졌다고는 하나, 다른 유럽,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그리 큰 시장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남은 원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경우들이 많고, 그렇기에 우리가 구하고 접할 수 있는 원두 역시 매우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커피에는 정말 다양한 맛과 향이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 커피에 있는 다양한 맛과 향을 다 느끼고 알지 못한다. 그저 한입 마셨을 때 느껴지는 쓰다, 신맛이 난다, 고소하다 등 강렬하고 익숙한 맛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우리에게 여행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그 공간과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다양한 문화, 삶, 표정, 모습 등이 있지만 음식의 맛으로, 사진의 풍경으로 느껴지는 눈에 보이고 표현되는 그 몇 가지의 강렬함으로 그 여행지와 여행을 평가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보지 못한 채. 나 역시 커피를 마시고 접한지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 속의 애정을 느끼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애정을 느끼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커피라는 작은 콩에 담겨진 다양함을 알고 나서인 것 같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유명한 관광지와 맛집, 랜드마크만 보는 것이 아닌 그 공간에 있는 다양한 길을 보는 것, 사람을 마주하는 것, 부딛혀보는 그 과정이 여행의 재미를 더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갖고 온 원두에 대한 얘기를 나눈 후 심쌤이 잠시 차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차가 대중화되지 않았으면 커피도 대중화되기 어려웠다는 것. 그 과정과 역사 속에 담긴 사치, 착취, 불공정에 대한 얘기들도 덧붙여 같이 해주었다. 그 얘기는 지금의 커피와 시장 구조를 알기 위해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우리가 현재 천원, 이천원으로 쉽게 소비하고 접할 수 있는 ‘커피’의 이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학교에 오신 선생님들도 ‘공정무역’카페에서 파는 원두를 사오셨겠지. 과거의 얘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니까. 현재와 과거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중요하지만 숨학교 선생님들에게 ‘카페’라는 공간의 원래 의미도 같이 얘기되고 전달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은 들었다. 유럽에서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는 부와 권력이 있는 특권층이 커피를 소비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대중화되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대화하고, 서로 알아가며 문화를 만들고, 여유를 즐기고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커피와 여행’을 연결하는 지점에서 심쌤이 중요하게 얘기해준 비판적 시각과 함께 소비와 각성제로써의 커피와 카페가 아닌 여유와 대화로서의 얘기 역시 함께 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든다.
숨학교 선생님들과 각자가 준비해온 원두로 직접 커피를 내렸다. 내가 한 번 설명해주고, 선생님들이 그 후에 직접 내리셨다. 나에게 한번 설명을 들었다고 바로 잘 내리기는 쉽지 않다. 아마 금방 까먹으실거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커피를 알려주고, 어떻게 하는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나의 방법이자 방식 정도?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을 필요는 없고, 정답이라고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 선생님들이 핸드드립을 내리는 장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핸드드립 내리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 내렸을 때의 선생님들의 모습과 두 번째 내렸을 때의 모습이 변했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처음이기에 당연하게 하는 긴장, 두려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한번이 어렵지 한번 하고나면 별일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닫는다. 핸드드립을 내리는 숨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랬다. 처음에는 긴장하고 어색하고, 잘못되면 어떡하지 걱정과 두려움으로 커피를 내렸다면, 다시 커피 내릴 때는 훨씬 편하고, 부드러운 표정과 모습들로 커피를 내렸다. 커피도, 여행도,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읻들이 처음엔 어렵고 무섭고 긴장으로 다가오지만, 막상 한번 하고 나면 별 것 없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힘 아닐까. 숨학교 선생님들이 돌아가서 생각했을 때 커피를 잘 내렸다 못 내렸다가 아닌 다시 했을 때의 스스로 변한 모습들,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별 것 없다는 것을 담아가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시간을 같이 보낸 후 오늘 자리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자리는 매우 인상 깊었다. 사실 아이들과 소감을 얘기하면 좋았다, 재밌었다 등의 단편적인 소감과 오늘 이 순간에 대한 감정으로만 얘기될 때가 많이 있다. 하지만 오늘 숨학교 선생님들의 자기 얘기들은 이전 애들과 만나며 봐왔던 것들과는 또 다른 풍성한 얘기들이 펼쳐져서 인상 깊었다. 평소에 자주 갔던 카페에 원두가 다양하게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지아쌤의 얘기처럼, 평소에 커피 마실 때는 빨리빨리, 타인과 얘기할 때 일 적으로 마셨던 모습을 발견하고 편안함과 릴렉스한 커피의 의미를 찾았다는 주연쌤의 얘기처럼. 조금 더 관심 갖고 탐구하며 커피를 마시면 다른 것들이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얘기한 순임쌤의 얘기가. 그 외의 다른 선생님들이 이 자리에서 느끼고 얘기해준 소감들이 이 시간을 진행한 심쌤과 나의 얘기보다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주제와 연결해도 억지스럽지 않은 연결이 다 가능한 단어인 것 같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뜻과 의미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채워가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다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역시 이 자리를 통해 커피를 통한 여행의 또 다른 연결과 상상이 가능했던 시간이었다. 숨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커피를 통한 또 다른 여행의 경험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