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종강, 1학기 '숨' 잘 쉬셨나요?

7월 10일, 툭툭툭 깊은 여름을 예고하는 비가 떨어졌다. 기쁜 웃음인지, 긴장되는 웃음인지 오묘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했다. 3월 12일 아직은 추운 바람이 불던 초봄에 처음 만났던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며 나누던 이야기들, 각자의 삶을 돌보고 싶어 했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그 이후 120여일의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총 7번의 숨을 나눠 쉬었다.
3월12일, 숨학교 첫날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http://baeum.easel.asia/kor/archiving/index.php?m=v&idx=113&pNo=1&code=board6&s_part=1
# 우리가 남긴 언어들
함께 나눈 이야기에서, 글에서, 단톡방에서. 7번의 숨을 나눠 쉬는 동안 실컷 내뱉은 날숨과 힘껏 들이쉰 들숨에서 많은 말들이 남았다. 그 언어들을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쉬워 한 장의 사진에 각자가 남긴 언어들 중 한 문장을 골라 담아 보았다.
한 문장 안에 담긴 활동가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마음에 깊게 남는 언어들이다. 그들의 삶 마디마디 마다 이 언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남겨지고 있었을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장들
한 학기를 정리하는 시간. 묵직한 숙제도 내 드렸다.
1학기 종강 숙제
- 지금까지 참여해 온 숨학교에서의 생각, 배움, 자극, 상상, 기억 등이 담긴 개별 돌아보기 발표를 준비해주세요.
- 숨학교 노트에 적었던 일기와 소감, 숨학교에서 나눠준 자료, 카톡방의 글이나 사진 등을 참고해서 1학기 동안
자신에게 다가온 배움, 기억, 자극, 사유, 상상들을 피피티 형식으로 만들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 가능하면 피피티 형식으로 하면 좋고 더 특별하고 신나는 방식으로 준비하셔도 좋습니다. 대신 ‘나의 여행에 묻
는다’에 관련한 질문과 사유, 매회 숨학교 참여시에 느꼈던 것들이 담겨야 합니다. 그리고 2학기에 해보고 싶
은 것에 대한 상상들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함께 발표해주시면 됩니다.
(개별 노트에 기록된 좋은 내용 발췌, 과정 사진 첨부, 진행 시 감동적인 타인의 이야기 등)
그러나 바쁜 일상을 살아가야 하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고 이야기 했다. 그게 또 숨학교의 분위기도 하기에. 그래서 잘 나눠야 한다는 걱정도, 그리고 잘 나눠줬으면 하는 기대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이들은 숨학교에 나오지 못한 날에도 과제를 남몰래 하고 있었고, 책을 읽고 있었고, 그 과정의 사유들을 처음 나눠 준 공책에 자분자분 적어가며 언제나 숨학교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답사지를 선정하고 교통동선을 살피고 답사지의 역사 문화 지역개관을 정리해서 프린트 물을 만든다. 지금까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 계획이었다. 일단 뱅기표를 샀다. 두근두근 하다는데 타이완 지도가 필요하다. 답사계획이 짜고 싶어진다. 숨쉬는 여행과 여행의 경계에 서 있다”
역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순샘은 자신이 숨 쉬는 여행과 매번 해온던 방식의 일적 여행의 경계에 서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던 함민복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매번 똑같은 방식의 여행이 아닌 나를 위한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질문으로부터 틈과 균열이 생겨났다. 그 틈과 균열이 일어날 때 우리는 머리는 복잡해지고 마음은 쿵쾅거린다. 그 사이로 아름다운 꽃 한송이는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숨학교의 과정을 잘 글로 담으면 좋겠다고 선물한 빨간 수첩에 최인정 샘은 그녀의 일상을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나로 온전히 있어 본 시간이 얼마나 되던가?’ 첫 시간에 스스로에 물었던 질문에 인정샘은 스스로 답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 수첩에 담긴 그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에 황홀했던 시간이다. 그 훔쳐 본 일기에는 최인정이라는 사람만이 아닌 최인정을 둘러싼 수많은 존재들이 있었고 그 존재들과 살아오며 겪은 성찰들이 적혀있었다. ‘사람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남는 것은 그 지역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아니라,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의 대화이고 온도임을 떠나본 자는 알 수 있는 듯하다.
은하철도 999의 이야기로 시작한 순임샘. 순임샘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지금 살아가는 삶이 생존하는 삶인지 진정한 삶인지에 대해 고민했고, 내가 나 다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숨여행을 해보고 싶어 했다.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서 우리는 그냥 익숙해져 살아가기 쉽다. 그런 익숙함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삶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멈추지 않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인듯 싶다.
며칠 뒤 러시아로 여행을 떠나는 현주샘은 ‘여행을 다녀온 나는 당신들이 알던 허현주’일까요? 하는 물음을 던지며 발표를 마무리 했다. 새로운 힘을 얻고 이전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로 살아갈 현주샘의 여행을 응원한다.
이외에도 많은 문장들이 마음에 남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용에 다 담지 못했지만 이곳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마이자, 활동가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정체성의 연결은 기쁨을 만들어 내기도, 아픔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그 여러 정체성을 어떻게 연결하고 편안하게 풀어지도록 해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 우리의 다음 숨은 무엇이 될까?
이혜순 _ 무중력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채송아 _ 반짝반짝 및나 주변도 함께 빛나게 하는 힘
홍지희 _ 힘있게, 자기 삶을 만들고 있는 사람
최인정 _ 서로의 삶과 삶을 따스하게 나누고 싶은 사람
이주연 _ 고민의 결이 깊고, 맑은.. 에메랄드 바다빛 같은 사람
허현주 _ 넒게, 이제는 깊게 자기를 바라보려 하는 사람
이순임 _ 겸손함, 당당함 그리고 포용의 힘이 있는 사람의 여행자
안민자 _ 세상이 정한 ‘정답’을 의심하는 사유의 힘
신지아 _ 작지만 움틀거리는 씨아의 에너지와 같은 사람
김흥경 _ 마주앉아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
숨학교에 왜 신청하게 되셨냐는 물음에 30~40분 넘게 통화를 하고 함께 한 10명의 사람들이다. 그 통화 너머 들려왔던, 느껴졌던 그녀들의 느낌을 3월 12일 첫 자리에 적어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살아가다 보면 오래 보지 않아도 그 사람 자체에서 느껴지는 어떤 분위기나 마음들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 듯 싶다.
여행에는 우리가 살아온 현실, 앞으로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의 논리가 아니라 다른 논리로 살아 보고자 하는 욕망이 들어 있다. 특히 배낭여행객의 마음은 이 한 번뿐인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방식의 삶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욕망으로 움직인다. 그 이후에는 다시 이 현실로 돌아올지라도,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조금은 다른 형태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희망을 가지고 저 ‘다른삶’으로 떠나 보는 것이다.
-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정지우 -
어쩌면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었던 듯하다.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조금 다른 삶을 만지고 만나며 제 삶을 더 열심히 살아내고 싶은 욕망이 깊게 깔려 있기에,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자기 스스로의 숨에 충실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다음 숨은, 언제나 그렇듯 준비된 것은 없다. 10명의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 해왔던 상상, 담았던 이야기가 연결되어 다음 숨을 함께 내 뱉게 될 것 같다.

어느덧 종강, 1학기 '숨' 잘 쉬셨나요?
7월 10일, 툭툭툭 깊은 여름을 예고하는 비가 떨어졌다. 기쁜 웃음인지, 긴장되는 웃음인지 오묘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했다. 3월 12일 아직은 추운 바람이 불던 초봄에 처음 만났던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며 나누던 이야기들, 각자의 삶을 돌보고 싶어 했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그 이후 120여일의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총 7번의 숨을 나눠 쉬었다.
3월12일, 숨학교 첫날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http://baeum.easel.asia/kor/archiving/index.php?m=v&idx=113&pNo=1&code=board6&s_part=1
# 우리가 남긴 언어들
함께 나눈 이야기에서, 글에서, 단톡방에서. 7번의 숨을 나눠 쉬는 동안 실컷 내뱉은 날숨과 힘껏 들이쉰 들숨에서 많은 말들이 남았다. 그 언어들을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쉬워 한 장의 사진에 각자가 남긴 언어들 중 한 문장을 골라 담아 보았다.
한 문장 안에 담긴 활동가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마음에 깊게 남는 언어들이다. 그들의 삶 마디마디 마다 이 언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남겨지고 있었을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장들
한 학기를 정리하는 시간. 묵직한 숙제도 내 드렸다.
그러나 바쁜 일상을 살아가야 하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고 이야기 했다. 그게 또 숨학교의 분위기도 하기에. 그래서 잘 나눠야 한다는 걱정도, 그리고 잘 나눠줬으면 하는 기대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이들은 숨학교에 나오지 못한 날에도 과제를 남몰래 하고 있었고, 책을 읽고 있었고, 그 과정의 사유들을 처음 나눠 준 공책에 자분자분 적어가며 언제나 숨학교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답사지를 선정하고 교통동선을 살피고 답사지의 역사 문화 지역개관을 정리해서 프린트 물을 만든다. 지금까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 계획이었다. 일단 뱅기표를 샀다. 두근두근 하다는데 타이완 지도가 필요하다. 답사계획이 짜고 싶어진다. 숨쉬는 여행과 여행의 경계에 서 있다”
역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순샘은 자신이 숨 쉬는 여행과 매번 해온던 방식의 일적 여행의 경계에 서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던 함민복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매번 똑같은 방식의 여행이 아닌 나를 위한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질문으로부터 틈과 균열이 생겨났다. 그 틈과 균열이 일어날 때 우리는 머리는 복잡해지고 마음은 쿵쾅거린다. 그 사이로 아름다운 꽃 한송이는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숨학교의 과정을 잘 글로 담으면 좋겠다고 선물한 빨간 수첩에 최인정 샘은 그녀의 일상을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나로 온전히 있어 본 시간이 얼마나 되던가?’ 첫 시간에 스스로에 물었던 질문에 인정샘은 스스로 답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 수첩에 담긴 그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에 황홀했던 시간이다. 그 훔쳐 본 일기에는 최인정이라는 사람만이 아닌 최인정을 둘러싼 수많은 존재들이 있었고 그 존재들과 살아오며 겪은 성찰들이 적혀있었다. ‘사람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여행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남는 것은 그 지역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아니라,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의 대화이고 온도임을 떠나본 자는 알 수 있는 듯하다.
은하철도 999의 이야기로 시작한 순임샘. 순임샘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지금 살아가는 삶이 생존하는 삶인지 진정한 삶인지에 대해 고민했고, 내가 나 다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숨여행을 해보고 싶어 했다.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서 우리는 그냥 익숙해져 살아가기 쉽다. 그런 익숙함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삶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멈추지 않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인듯 싶다.
며칠 뒤 러시아로 여행을 떠나는 현주샘은 ‘여행을 다녀온 나는 당신들이 알던 허현주’일까요? 하는 물음을 던지며 발표를 마무리 했다. 새로운 힘을 얻고 이전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로 살아갈 현주샘의 여행을 응원한다.
이외에도 많은 문장들이 마음에 남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용에 다 담지 못했지만 이곳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마이자, 활동가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정체성의 연결은 기쁨을 만들어 내기도, 아픔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그 여러 정체성을 어떻게 연결하고 편안하게 풀어지도록 해야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 우리의 다음 숨은 무엇이 될까?
이혜순 _ 무중력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채송아 _ 반짝반짝 및나 주변도 함께 빛나게 하는 힘
홍지희 _ 힘있게, 자기 삶을 만들고 있는 사람
최인정 _ 서로의 삶과 삶을 따스하게 나누고 싶은 사람
이주연 _ 고민의 결이 깊고, 맑은.. 에메랄드 바다빛 같은 사람
허현주 _ 넒게, 이제는 깊게 자기를 바라보려 하는 사람
이순임 _ 겸손함, 당당함 그리고 포용의 힘이 있는 사람의 여행자
안민자 _ 세상이 정한 ‘정답’을 의심하는 사유의 힘
신지아 _ 작지만 움틀거리는 씨아의 에너지와 같은 사람
김흥경 _ 마주앉아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
숨학교에 왜 신청하게 되셨냐는 물음에 30~40분 넘게 통화를 하고 함께 한 10명의 사람들이다. 그 통화 너머 들려왔던, 느껴졌던 그녀들의 느낌을 3월 12일 첫 자리에 적어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살아가다 보면 오래 보지 않아도 그 사람 자체에서 느껴지는 어떤 분위기나 마음들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 듯 싶다.
여행에는 우리가 살아온 현실, 앞으로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의 논리가 아니라 다른 논리로 살아 보고자 하는 욕망이 들어 있다. 특히 배낭여행객의 마음은 이 한 번뿐인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방식의 삶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욕망으로 움직인다. 그 이후에는 다시 이 현실로 돌아올지라도,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조금은 다른 형태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희망을 가지고 저 ‘다른삶’으로 떠나 보는 것이다.
-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정지우 -
어쩌면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었던 듯하다.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조금 다른 삶을 만지고 만나며 제 삶을 더 열심히 살아내고 싶은 욕망이 깊게 깔려 있기에,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자기 스스로의 숨에 충실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다음 숨은, 언제나 그렇듯 준비된 것은 없다. 10명의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 해왔던 상상, 담았던 이야기가 연결되어 다음 숨을 함께 내 뱉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