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안테나ㅣ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의 공공적 역할과 공유지로서의 가능성
청소년을 마을과 배움의 주체로 호명하며 마을배움터의 공공성에 대한 재해석과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의 공공적 역할과 공유지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우이 역에서 북한산 오르는 길을 따라 200m쯤 올라가다 보면 코끝 가득 맛있게 빵 굽는 냄새가 난다. 냄새를 따라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빨간 벽돌의 눈에 띄는 건물이 보인다. 지붕에는 아이가 하늘을 맑게 쳐다보고 있다. 삐뚤빼뚤한 글씨에 정거장을 연상케 하는 간판만이 어렴풋하게 건물의 정체성을 말해 준다. 연면적 100평쯤 되는 7개의 공간을 갖춘 이곳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조례(제27조)에 의해 추진된 제1호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이하 '숨')이다.
▲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전면 ▲ 지붕 위 하늘을 보는 아이상 (作노시은)
# 공공시설 맞아요?
서울시에서 위탁 운영 하는 곳이니 공공시설이 맞다. 그러나 딱딱한 공공시설의 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이 묻는다. "공공시설 맞아요?"
대부분 공공시설(위탁시설)은 다 지은 공간에 위탁단체가 들어가지만 '숨'은 위탁단체인 품 청소년문화공동체(이하 '품')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과정을 함께 만들어갔다. 효율과 동선을 고려하기 보다 상상이 가능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순간순간 발길을 멈추고 서로가 부딪히고 마주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설계도 바꾸기를 여러 번, 완공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필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공동체 공간 조성팀 도움 덕분이었다. 공간을 운영할 '품'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행정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며 물심양면 함께 했다. 협약의 관계에서도 서울시는 갑과 을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서 협력을 약속했다.
사람들은 이런 '숨'의 사례에 반응하고 호응했다. 2019년 9월 개관한 '숨'은 2020년 1월 생활 SOC 지역참여 선도사례로 선정되었다. 기존 방식을 넘어선 '숨'의 탄생이 위탁시설이 담고자 하는 꿈과 이상을 관과 잘 협력하여 만들어 나가는 공공성의 좋은 사례가 되기를 바랐다.
생활 SOC 지역참여 선도사례 선정 ▶ <생활 SOC 지역참여 선도사례집> 보러가기 마을배움터 완공 전, 지역의 각계 단체들은 물론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마을배움터 설치의 필요성과 역할, 운영 방향 그리고 기존 공공시설의 획일적 공간구조를 넘어선 창의적인 공간 설치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해당 내용들은 설계팀에 전달되었다. (사례집 본문 중) |
# '숨'은 그러면 뭐하는 곳인가요?
- 기초단위 중심의 마을배움 거점을 넘어 : 권권역단위 마을배움 거점으로의 역할
마을사업 내에서 실천과 교류의 범주가 자꾸 축소된다. 현재 동 단위 마을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당면한 삶의 문제를 당사자가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동 단위의 실천은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모든 마을의 거점들이 자치구 중심이다. 더불어 광역 중심이다. 그 빈틈사이(권역)를 연결할 무언가 필요하다. '숨'은 동북권역 내 존재하는 교육시설과 단체, 다양한 사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배움을 연결하고 지원한다.
- 청소년, 마을에서의 단순 참여를 넘어 : 마을의 주체, 배움의 주체로 청소년 호명하기
마을에 대한 인식 정도와 관계없이 청소년들은 마을 속에서 영향 받으며 살아간다.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처음으로 만나는 세상이기에 이 시기 마을에 대한 경험은 청소년들이 사회를 인식하고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말처럼 마을은 청소년에게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실천해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무대인 것 이다. 청소년에게 마을이 중요한 이유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례 주체의 대부분은 삼사십대의 주민들 - 주부, 활동가, 예술가 - 이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공간을 조성하고 마을 교육과 동아리 활동을 만든다. 여기에 청소년은 많지 않다. 청소년이 마을 활동의 전면적 주체로 나서기 어려운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잠재적 청년이자 마을의 주체로 성장할 씨앗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는다면 청소년들에게 마을활동에 참여하고 기여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숨'은 청소년을 마을과 배움의 주체로 호명하여 그들이 마을에서 존재 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마련해 가려 한다.
▲ 2020년 12월 숨에서 진행한 청소년들의 비대면 축제 ‘십개판’ (유튜브로 송출)
청소년들이 1년간 해왔던 활동을 공유하고, '숨'의 심한기센터장과 '민들레'잡지 장희숙편집장이 청소년 한명한명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 청소년을 만나는 마을배움 활동가, 단순 실천을 넘어 스스로의 성장을 꿈꾸고 지역 간의 만남을 꿈꾸기
학교의 시스템에서 풀지 못한 문제를 마을이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각종 마을교육 사업들이 등장했고, 그 연결 선상에 활동가들도 양적으로 많아졌다. 지역은 활동가에게 사업을 해내는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며 쉼과 성장에 대한 고민보다 역량 강화 교육에 힘을 쏟았다. 때문에 자기 지역과 실천을 벗어나 상상하고 사유하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청소년이 마을의 주체, 배움의 주체로 호명되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만나는 활동가들이 먼저 자기 삶의 주체로 서야하기 때문에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 '숨'의 근거 있는 자신감
'숨'의 위탁 단체인 '품'은 시스템과 공공성에 편입되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과 활동을 위해 많은 위탁제안을 거절했다. 그럼에도 늘 지속가능한 안정성에 대한 어려움과 아쉬움은 있었는데 '마을이-학교'를 진행하며 공공성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시작되었다. 공공이랑 이름 아래에서도 자율 과 낭만을 잃지 않고, 어려운 조건과 환경으로 지치지 않고, '품'이 지켜온 소중한 가치와 뜻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품'은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 '숨'을 위탁받게 됐다.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공공시설, 공공영역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응원과 격려가 더 많았다. 공간, 사업과 운영, 사람과 일상에 대한 새로운 상상과 시도를 만들고 싶었다. '숨'의 3년 역사는 '품'의 29년 역사와 연결되는 힘이 있다. '품'이 29년간 축적한 힘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마을배움터로 집중되고 있다.
마을이-학교는? 2015년 ~ 2017년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마을상생프로젝트로 강북에서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 삼각산 재미난마을, 열린사회북부시민회, 숭곡중학교, 삼각산고등학교가 '품'과 협업하여 마을 중심으로 배움을 고민하자고 만들어낸 사업이다. |
# '숨'이 품는 꿈
- 새로운 공공성의 좋은 사례로써 확장되기
거버넌스는 '(키를) 조종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mam에서 왔다. 즉 정부가 혼자 키를 잡지 않고 시민 사회와 키를 나눠 잡는 역할 분담을 통해 정부와 시민 사회의 관계를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형태가 아니라 보다 수평적인 파트너 관계 또는 네트워크 관계로 운영
- 공공성, 하승우 -
'숨'과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공동체공간조성팀은 키를 나눠잡고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시와 키를 함께 잡고 공공이라 규정지어진 것들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공공성의 사례로 확장되어 갈 수 있는 꿈을 꾸려 한다.
<서울특별시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운영 위·수탁 협약서> "본 협약서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서울특별시와 청소년 문화공동체 "품" 사이의 권리, 의무, 협력관계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서울시"와 "품"은 상호협력 및 동반자 정신에 입각하여 서울시에서 최초로 조성하는 마을배움터를 원활히 운영하고 마을배움터 운영의 수범사례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양자는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고 상호 협력을 통한 민관협치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나가며 상호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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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이 마을과 배움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사례와 가능성 만들어 내기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자리와 위치는 어디일까? '숨'이 늘 고민하는 것이다. 다양함이 부딪히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공간에서 스스로 배움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주체적 인간으로 청소년이 살아갈 수 있도록 '숨'은 그들의 자리와 위치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
-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공유지가 아닌, 감각의 공유지로 존재하기
'숨'은 공간을 받은 위탁시설로써 서비스만 제공하는 곳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다. 신나는 마을배움 공유지는 물리적인 것을 넘어 서로의 가치와 태도, 감각, 성장 등이 공유되는 공유지로 존재하길 꿈꾼다. 추상적일 수 있는 감각의 공유지를 만들어가며, 이를 언어화해서 공유하려 한다.
- 추상적 언어를 객관화 하기
'숨'이 많이 받는 피드백 중 하나가 너무 추상적인 언어로 해석되어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오니 서로 소통될 수 있는 언어를 갖는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연구 사업을 통해 내•외부 논의를 통해 추상적 언어를 객관적 언어로 만들어 가보려 한다.
아직 4년차에 100평 남짓 공간에 6명의 활동가각 전부이지만, '숨'은 늘 꿈꾼다. 물리적 공간은 작지만, 실천 공간은 작지 않다. 늘 공공의 경계를 흔들고자 한다. 경계의 흔들림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공공은 또 다른 새로움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숨'은 넓은 품으로 꿈을 꾼다.
글·사진_문성희(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 팀장)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발행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 102호(2021.5.7)
정책안테나ㅣ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의 공공적 역할과 공유지로서의 가능성
청소년을 마을과 배움의 주체로 호명하며 마을배움터의 공공성에 대한 재해석과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의 공공적 역할과 공유지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우이 역에서 북한산 오르는 길을 따라 200m쯤 올라가다 보면 코끝 가득 맛있게 빵 굽는 냄새가 난다. 냄새를 따라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빨간 벽돌의 눈에 띄는 건물이 보인다. 지붕에는 아이가 하늘을 맑게 쳐다보고 있다. 삐뚤빼뚤한 글씨에 정거장을 연상케 하는 간판만이 어렴풋하게 건물의 정체성을 말해 준다. 연면적 100평쯤 되는 7개의 공간을 갖춘 이곳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조례(제27조)에 의해 추진된 제1호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숨'(이하 '숨')이다.
▲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전면 ▲ 지붕 위 하늘을 보는 아이상 (作노시은)
# 공공시설 맞아요?
서울시에서 위탁 운영 하는 곳이니 공공시설이 맞다. 그러나 딱딱한 공공시설의 모습이 아니다. 사람들이 묻는다. "공공시설 맞아요?"
대부분 공공시설(위탁시설)은 다 지은 공간에 위탁단체가 들어가지만 '숨'은 위탁단체인 품 청소년문화공동체(이하 '품')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과정을 함께 만들어갔다. 효율과 동선을 고려하기 보다 상상이 가능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순간순간 발길을 멈추고 서로가 부딪히고 마주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설계도 바꾸기를 여러 번, 완공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필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공동체 공간 조성팀 도움 덕분이었다. 공간을 운영할 '품'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행정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며 물심양면 함께 했다. 협약의 관계에서도 서울시는 갑과 을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서 협력을 약속했다.
사람들은 이런 '숨'의 사례에 반응하고 호응했다. 2019년 9월 개관한 '숨'은 2020년 1월 생활 SOC 지역참여 선도사례로 선정되었다. 기존 방식을 넘어선 '숨'의 탄생이 위탁시설이 담고자 하는 꿈과 이상을 관과 잘 협력하여 만들어 나가는 공공성의 좋은 사례가 되기를 바랐다.
# '숨'은 그러면 뭐하는 곳인가요?
- 기초단위 중심의 마을배움 거점을 넘어 : 권권역단위 마을배움 거점으로의 역할
마을사업 내에서 실천과 교류의 범주가 자꾸 축소된다. 현재 동 단위 마을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당면한 삶의 문제를 당사자가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동 단위의 실천은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모든 마을의 거점들이 자치구 중심이다. 더불어 광역 중심이다. 그 빈틈사이(권역)를 연결할 무언가 필요하다. '숨'은 동북권역 내 존재하는 교육시설과 단체, 다양한 사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배움을 연결하고 지원한다.
- 청소년, 마을에서의 단순 참여를 넘어 : 마을의 주체, 배움의 주체로 청소년 호명하기
마을에 대한 인식 정도와 관계없이 청소년들은 마을 속에서 영향 받으며 살아간다.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 처음으로 만나는 세상이기에 이 시기 마을에 대한 경험은 청소년들이 사회를 인식하고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말처럼 마을은 청소년에게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실천해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무대인 것 이다. 청소년에게 마을이 중요한 이유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례 주체의 대부분은 삼사십대의 주민들 - 주부, 활동가, 예술가 - 이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공간을 조성하고 마을 교육과 동아리 활동을 만든다. 여기에 청소년은 많지 않다. 청소년이 마을 활동의 전면적 주체로 나서기 어려운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잠재적 청년이자 마을의 주체로 성장할 씨앗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는다면 청소년들에게 마을활동에 참여하고 기여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숨'은 청소년을 마을과 배움의 주체로 호명하여 그들이 마을에서 존재 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마련해 가려 한다.
▲ 2020년 12월 숨에서 진행한 청소년들의 비대면 축제 ‘십개판’ (유튜브로 송출)
청소년들이 1년간 해왔던 활동을 공유하고, '숨'의 심한기센터장과 '민들레'잡지 장희숙편집장이 청소년 한명한명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 청소년을 만나는 마을배움 활동가, 단순 실천을 넘어 스스로의 성장을 꿈꾸고 지역 간의 만남을 꿈꾸기
학교의 시스템에서 풀지 못한 문제를 마을이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각종 마을교육 사업들이 등장했고, 그 연결 선상에 활동가들도 양적으로 많아졌다. 지역은 활동가에게 사업을 해내는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며 쉼과 성장에 대한 고민보다 역량 강화 교육에 힘을 쏟았다. 때문에 자기 지역과 실천을 벗어나 상상하고 사유하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청소년이 마을의 주체, 배움의 주체로 호명되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만나는 활동가들이 먼저 자기 삶의 주체로 서야하기 때문에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 '숨'의 근거 있는 자신감
'숨'의 위탁 단체인 '품'은 시스템과 공공성에 편입되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과 활동을 위해 많은 위탁제안을 거절했다. 그럼에도 늘 지속가능한 안정성에 대한 어려움과 아쉬움은 있었는데 '마을이-학교'를 진행하며 공공성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시작되었다. 공공이랑 이름 아래에서도 자율 과 낭만을 잃지 않고, 어려운 조건과 환경으로 지치지 않고, '품'이 지켜온 소중한 가치와 뜻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품'은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 '숨'을 위탁받게 됐다.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공공시설, 공공영역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응원과 격려가 더 많았다. 공간, 사업과 운영, 사람과 일상에 대한 새로운 상상과 시도를 만들고 싶었다. '숨'의 3년 역사는 '품'의 29년 역사와 연결되는 힘이 있다. '품'이 29년간 축적한 힘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마을배움터로 집중되고 있다.
2015년 ~ 2017년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마을상생프로젝트로 강북에서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 삼각산 재미난마을, 열린사회북부시민회, 숭곡중학교, 삼각산고등학교가 '품'과 협업하여 마을 중심으로 배움을 고민하자고 만들어낸 사업이다.
# '숨'이 품는 꿈
- 새로운 공공성의 좋은 사례로써 확장되기
거버넌스는 '(키를) 조종하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mam에서 왔다. 즉 정부가 혼자 키를 잡지 않고 시민 사회와 키를 나눠 잡는 역할 분담을 통해 정부와 시민 사회의 관계를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형태가 아니라 보다 수평적인 파트너 관계 또는 네트워크 관계로 운영
- 공공성, 하승우 -
'숨'과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 공동체공간조성팀은 키를 나눠잡고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시와 키를 함께 잡고 공공이라 규정지어진 것들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공공성의 사례로 확장되어 갈 수 있는 꿈을 꾸려 한다.
"본 협약서는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서울특별시와 청소년 문화공동체 "품" 사이의 권리, 의무, 협력관계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서울시"와 "품"은 상호협력 및 동반자 정신에 입각하여 서울시에서 최초로 조성하는 마을배움터를 원활히 운영하고 마을배움터 운영의 수범사례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양자는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고 상호 협력을 통한 민관협치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나가며 상호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한다."
- 청소년이 마을과 배움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사례와 가능성 만들어 내기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자리와 위치는 어디일까? '숨'이 늘 고민하는 것이다. 다양함이 부딪히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공간에서 스스로 배움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주체적 인간으로 청소년이 살아갈 수 있도록 '숨'은 그들의 자리와 위치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
-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공유지가 아닌, 감각의 공유지로 존재하기
'숨'은 공간을 받은 위탁시설로써 서비스만 제공하는 곳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다. 신나는 마을배움 공유지는 물리적인 것을 넘어 서로의 가치와 태도, 감각, 성장 등이 공유되는 공유지로 존재하길 꿈꾼다. 추상적일 수 있는 감각의 공유지를 만들어가며, 이를 언어화해서 공유하려 한다.
- 추상적 언어를 객관화 하기
'숨'이 많이 받는 피드백 중 하나가 너무 추상적인 언어로 해석되어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오니 서로 소통될 수 있는 언어를 갖는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연구 사업을 통해 내•외부 논의를 통해 추상적 언어를 객관적 언어로 만들어 가보려 한다.
아직 4년차에 100평 남짓 공간에 6명의 활동가각 전부이지만, '숨'은 늘 꿈꾼다. 물리적 공간은 작지만, 실천 공간은 작지 않다. 늘 공공의 경계를 흔들고자 한다. 경계의 흔들림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공공은 또 다른 새로움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숨'은 넓은 품으로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