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공부모임을 소개합니다. “꾸시보디” (Khusi Boudhi /행복한 깨달음)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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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7번째 오~히말라야 그리고 문화기획자와 함께했던 ‘히말라야 공감여행’이 준 따뜻한 기운 덕에 

오래전부터 마음만 먹고 있었던 ‘히말라야 공부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히말라야 공부모임 모집 포스터)


히말라야, 사람 그리고 진득한 인연의 끈으로 모인 10명의 도반(道伴)이 손을 들었습니다. 모두가 품 주주이기도 합니다. 

7월 은평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의 첫 모임으로 시작으로 원주 옆집동네, 품 사무실 그리고 12월에는 제주도로 공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상과 삶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고 히말라야 속 다양한 현상과 형상을 찾아 탐색 해보고 있습니다. 

티베트 불교, 칼라차크라, 룽다, 히말라야의 향기와 종이, 띠까, 스투파 등 그곳에서 만났던 기억과 느낌들이 

각자의 생각과 일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공간과 장소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2006년에 시작한 오~ 히말라야 여행이 준 선물이기도 하고, 품과 사람을 이어가는 행복한 끈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공부모임의 글과 이야기를 모아 작은 책을 내고 ‘꾸시보디’만의 ‘오 히말라야’ 여행을 떠나볼 상상도 해봅니다.


[ 히말라야 공부모임(꾸시보디)의 글과 이야기들을 모아 봤습니다.] #

 

# 무당

히말라야 공부모임에서의 ‘공부’는 아마도 머리에서 시작해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공부, 가슴에서 시작해서 현실을 뚫고 나가는 나의 손과 발로 이어지는 움틀 거리는 공부일 수도 있다. 설명하기 힘든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부이기에 서로의 머리, 가슴, 손과 발을 이어주고 응원하는 공부일 수도 있다. 첫 모임에서부터 그런 공부가 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이제 4번의 만남을 했지만 꾸시보디에서 체감되는 온도는 점점 깊어지는 듯하다. 꾸시보디를 지탱하고 있는 에너지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각자의 일상과 삶을 나누고 응원하는 근황 토크 그리고 각자의 색깔과 질문으로 탐색하고 나눠보는 히말라야 공부인 것 같다. 이 두 개의 에너지는 마치 차크라처럼 연결되어 있다. 관계나 정서를 버려두고 지적 욕망만을 채우는 공부 모임도 아니고 ‘허’한 욕망만을 채우는 술모임도 아니다. 꾸시보디에 나오면 가족의 느낌이 들고,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공유해도 될 것 같은 믿음이 있다는 표현들이 덕에 더 따뜻해진다.

 

#유미

첫 모임을 마치고 치킨 골뱅이 집으로 가는 길에 대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곳에서는 나를 평가하는 사람은 없겠구나!’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히말라야를 함께 여행했던 동행자들은 여전히 지금의 내 삶까지 동행해 주고 있단 안도감이었다.

 

두 번째 꾸시보디에서 말과 마음을 가볍게 내어놓고 또 가볍게 원주 지정면 어딘가에 흘러 보내고 왔나 봅니다. 그렇게 어떤 자리에서든 가볍게 내어놓다 보면 칼라차크라처럼 하나 된 우주에서 또 다른 나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올해 히말라야 그리고 영혼의 흔들림. 이미 있었던 전조증상, 보이는 것을 습관처럼 쫓았던 지난 10년, 그것을 돌아보는 시간 속에 드러나는 또 다른 것들과 경제적 위기 상황. 그런 상황에서 지금 정토회 불교대학에서 만나고 있는 것들 그리고 매일 108배를 하고 있는 새로운 일상들. “쉽고 낮고 가벼운 마음”


#혁민

공부모임 다음날 줄곧 잠을 잤다. 숙취에 절인 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듣고 있다 보면 당장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버릇이 최근에 생겼다. 대부분은 오늘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고 그렇기에 내일을 포기하자는 마음일 것이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빌라 골목을 지나 품이 보일 때쯤, 입간판을 정리하는 성희샘이 보였다. 입간판에 적힌 꾸시보디 멤버 이름도 눈에 들어왔다. 아직 도착한 사람은 없었지만, 성희샘의 다정한 손글씨 덕분에 이미 다 모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모두가 모여 근황을 나누는 시간을 좋아한다. 별일 없이 지내 이야깃거리가 없더라도, 힘든 시간을 보내 정리가 되지 않았더라도, 온전한 마음이 드러나면 그 감정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준다. 겪지 않은 시간을 함께 나누는 느낌은 좋은 소설이나 드라마를 볼 때 느껴지는 감정과 비슷하다.

 

#진이

오~ 히말 여행도 그렇고 후속 모임 외에 쿠시보디 모임 역시 그렇다. 이곳에서는 진짜 '나'의 모습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안도감을 준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열망들을 하나씩 꺼내보던 시간도 즐겁다. 다들 무언가 하나씩 품고 온 것이 뭐랄까 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석 같은 열망들을 옆에서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천천히 찾아봐야지...

 

올레길을 걸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스투파를 공부하는 시간에는 그 순간만이 존재한다. 이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말에 너만의 진짜 너를 위한 계획을 세워보라는 심다이의 제안.... 25년에는 진짜 나만의 계획을 세워보련다.

 

#따라, 은성

분주함 가운데 칼집을 내어 쿠시 보디를 넣었다. 우겨넣었다. 마음 한구석 끝내 버리지못한 초조함과 불안이 번뜩거렸다. 그러다 모인 이들과 마주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한 켠의 불안이 사그라들었다. 무성영화에 갑자기 들리기 시작하는 소리처럼 희미한 매일에 또렷하고도 생생한 이야기가 기운처럼 느껴졌다.

 

히말라야 공부 모임은 잊고 지내던 따라 여신을 일깨워 주는 시간이다. 매일을 김은성으로 지내며 혼미해질 즈음 '아 맞다' 하고 잊고 있던 것들을 끄집어 낸다. 저기 어디 상자에 구겨넣어 닫아두고 먼지 쌓인채 내버려두다가 '히말라야' 라는 주문을 외치면 열려라 참깨 처럼 저 밑에 던져 두었던 것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지희

올 한 해 나는 어떻게 살았지? 히말라야 공부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2024년을 차근차근 다시 잘 돌아보아도 올해는 네팔 히말라야와 함께한 한 해였다. 1월 사전 모임을 시작으로 2월에 네팔로 떠났고, 3월엔 후속모임까지 하니 1분기가 끝나있었다.

 

원래도 여행 준비 - 여행 중- 여행 다녀온 후 의 단계에서 다녀온 후의 여운이 좋아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네팔 여행은 여운이 아주 짙게 남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옅어지기 마련인데, 여름부터 시작된 히말라야 공부모임 덕분에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으며 하반기를 보냈고, 연말은 도서관 일과 엮어 전시와 영화 상영까지 마무리 하게 되었으니 1년 내내 네팔에 취해있는 듯하다.

 

#성희

사람들이 나눠준 이야기에, 모두 자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히말라야를 다녀 온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남은 흔적을 뒤적여, 고이고이 간직해온 이야기들 앞에, 숙제를 조금 더 열심히 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유미샘이 전해준 종이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야기 자체도 그랬지만, 유미샘이 무언가를 보고, 발견하는 시선은 어떤 시선일까 궁금해졌다.

 

나는, 히말에 가서 무엇을 보았고, 다녀와서 무엇을 간직했나?(세번이나 다녀온 나의 시간에 조금 미안해졌다) “아무리 말해 줘도 기억도 못한다”던 사람이 나여서.. 계속 뜨끔.. 그래도 아침나절 머릿속을 뒤적뒤적 하다보니 하나둘 새어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는게 신기 했다.. 만, 시간이 없어.. 그 정도로 마무리 한 시간에 아쉬움을... 간직한채, 다음에는 조금 더 시간을 써보자 다짐했다!

 

세차례 정도 만나니 익숙함이 쌓여서인지, 이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 같다. 생각하는 방법, 세상을 보는 시선, 꿈꾸고 다시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그 반복을 견디며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까지... 더 묻고, 더 알고 싶은 관계들이 되어간다.

 

 

#세연

해도 달도 별도 아득히도 멀리 있는 것 같다.

걷고 또 걸어도 닿질 않는다.

목이 말라 퍼올린 내 냉수사발에도 이것들이 비친다.

나는 냉수를 귀히 마셔본다.

아득하던 해도 달도 별도 내 뱃속에 함께한다.

 

오랜만에 제주를 왔다. 예전 제주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엔 혼자서 하루를 보냈다. 실패했다. 재빠르게 남은 시간을 사랑하는 이들과 보냈다. 역시 행복이 충만했다. 돌이켜보면 이번 여정은 알아차림의 시간이었다. 이쯤에서 내 삶에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 등등이 무엇인지 바람따라 물따라 흘러들어온 속마음을 둘러본 시간이었다. 사실 둘러본다기보다 마음에 박힌 감정을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지만

'함께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함께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말라를 만지고 두룰때면 치링이 함께하는 것 같고, 히말라야가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히말라야 공부모임은 영혼의 밭을 경작하는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내 안의 나를 만나고 지금의 삶에서 작은 것들을 실천해 나가는 모임이 되었으면 하다

내 삶을 녹슬지 않게 받쳐주는 맑은 복 같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네

 

히말라야 공부모임은 영혼의 밭을 경작하는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내 안의 나를 만나고 지금의 삶에서 작은 것들을 실천해 나가는 모임이 되었으면...

내 삶을 녹슬지 않게 받쳐주는 맑은 복 같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

 

#정아

히말라야의 갔다 온 후에 쓴 글의 제목은 매일매일 윤회하는 여자다. 제 비밀의 기억과 맞닿는 감정이 모두 지나갈 것임을 알아차리며 그것이 다시 저를 태어나게 하고 죽게 만듦을 고대한다. 다그러므로 저는 어제와 같은 사람이면서도 다른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