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은, 저의 제2의 집 - 김지우 주주 인터뷰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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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구함은 세상을 구함이다” 

탈무드에 그런 격언이 있었죠. 살아가기 팍팍한 현대 사회입니다. 21세기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요. 세금이 부족해서 구제할 수 없는 재해. 끼어들어봐야 역효과라 멈출 수 없는 전쟁. 남의 집안 일이니 간섭할 수 없는 가정폭력. 본인의 노력이 부족하니 도울 수 없는 빈곤. 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폭력적인 문장 하나로, 무수한 우주의 멸망을 관망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모든 언어는 결국 사어가 될 테고 모든 도시는 결국 유적이 되고 모든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존재하겠지만, 그 당연함이 과연 조금이라도 더 지속 가능한 멸종을 위해 허우적거리지 않을 핑계가 되나? 하나의 세계라도 더 구하기 위해 이국 땅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지우입니다.



1.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정식 학사는 올 가을에 시작하기 때문에,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직 법을 공부한 것은 아니죠 (웃음). 아직 배우지도 않았는데 올 여름 로펌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어서 큰 고난입니다...... 지금은 국제 기업 분쟁 쪽을 다루고 있는데요. 세상을 구한다는 유학 초 포부와는 많이 벗어났지만 일이 잘 맞아서 근래 고민입니다. ‘미끄러져도 추락하지는 않을 수 있도록, 안전망 같은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법으로 전과했는데요. 그걸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낼지, 또 어떻게 인생이라는 제한적인 시간 내에서, 저라는 사람의 행복을 지켜내며 전달할지는 아직도 번민이 심하네요.

 

2. 품과 어떻게 인연이 되었나요?

밴드를 만든다는 홍보지를 봐서 한번 가봤었는데 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잘 안됐습니다. 그 이후 메일링 리스트에 있었는지 ‘십만원 프로젝트’에 대한 홍보가 왔었어요. 당시 제가 중3이었는데, 학문적인 조사를 하고 싶다는, 특히 청소년의 자해 문제에 대해 파헤쳐 보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어요. 제가 운이 나쁜건지 한국의 우울증 발병률과 자살률이 그렇게 높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제 주위는 자꾸 사람들이 죽어나거나 죽겠다고 울거든요. 학문 또한 대학 밖에서 연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죠, 한국은. 지금은 영국에 있는데 상대적으로 자료에 대한 접근성도 좋고, 본인이 노력만 한다면 도움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꼭 모교 교수가 아니어도 말이죠. 제가 한국 대학을 학사로 가본 적 없으니 단정할 입장이 되지 못하지만, 그런 점은 참 안타깝네요.

여하튼, 돈도 돈이지만 ‘누구에게라도 도움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냅다 지원했고 덕분에 초창기 멤버이자 한때 십만원 프로젝트 최연소 멤버였는데요. 내가 하는 일을 어른들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준다는건 참 의미있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어른들은 허락하거나 도와주기 전에 효용부터 따지곤 하잖아요. ‘이걸 하면 대입, 미래 연봉에 도움이 되나?’ -여담이지만 도움이 됩니다. 전 저 쓸모없는 경험들로 소액이지만 장학금도 받고 명문대 오퍼를 받았거든요!

안타깝게도 제 조사 프로젝트는 제가 원하는만큼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남들은 할 수 없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품에서 또래와 어른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정치인도 몇 번 만나고, 그 정치인들 덕분에 이 사회에 더 절망하고...... (웃음)

 다시 생각해보면, 전 마을배움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있었네요. 한때 제게 원가정 밖의 다른 가족 같았던 마음의 고향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청소년들의 집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건 무척이나 슬픈 일이었죠. 마을배움터와 품은 제가 방황할 때 많은 도움을 줬지만 –지갑 없이 가출했다가 M선생님이 결제해주신 택시 타고 마을배움터로 간 적이 있습니다.- 함께한 청소년들 중 저는 도움이 가장 덜 필요한 입장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요. 유학에서부터 보이지만 빈말으로라도 사회적 약자라고 하면 위선이거든요......

그러니까, 품 같은 단체가 없으면 죽었을 사람들이 있거든요. 정상성 내에서 사는 사람들은 보통 상상하지 못해요. 가족이라는게, 꼭 혈연 가족일 필요도 없이, 자신을 보호해주는 존재가 자라나는 아이에게 무슨 의미인지. 그 제대로 된 지지망이 없으면 사람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내게 품은 그런 숨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슬픕니다.


우)십만원프로젝트 첫날 지우의 모습 / 좌)숨예산삭감당시 지우 기자회견 발언 모습

 

3. 왜 품 주주가 되었나요?

내가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고 싶어서요. 그리고 상술 했듯, 품은 이 사회에 필요한 제2의 집이니까요. 사라지면 안될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4. 품에게 바라는 점은?

모든 별이 결국 죽음을 향해 빛나는 것처럼 모든 삶은 각자의 의미로 괴롭습니다. 하지만 항성의 남은 수명을 맨눈으로 관측할 수 없듯, 지금 누가 구명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오만은 위험합니다. 그렇기에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두에게 상냥한 사회가 아닐까요. 누구든 공평하게 도움받을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아무리 바닥으로 떨어져도 그곳이 지옥은 아니도록.

다시금 말하자면 저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도움이 필요한 환경의 아이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없이 나를 받아주어서 감사했습니다. 제 목숨을 미분 한다면 그 한 갈래는 품의 사랑이 이루고 있을 겝니다.


지금까지 존재했 듯 앞으로도 존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