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활동] 파견 활동가의 품 알아가기 8. 네팔 품 존재의 이유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1-07-25
조회수 256

품의 네팔 사업



오랜만에 올립니다.
아직 실감나지 않지만, 어느덧 저는 네팔입니다 >.<
지역과 교육 사업에 이은 품의 네팔 사업 정리_ 거의 한달 만에 완성해서 올려봅니다.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고, 네팔 품의 이야기 정리 시작해봅니다. :)

2008. 1. 11 이하니





1. 네팔 품 존재의 이유

품의 지난 16년 과정을 나의 언어로 정리할 때, 품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사람’ 중심의 가치, 대안적 사회 변화의 필요성, 사회적 가치와 변화의 실천가능성 등을 이야기했었다. 네팔 품 역시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품의 생각에 나 역시 동의한다. 장소와 사람들은 달라졌지만 품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고 네팔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품이 수없이 들어온 ‘왜 하필이면 네팔인가?’ 그리고 ‘한국에도 할 일이 많은데 왜 구지 네팔이라는 곳까지 가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그동안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합의가 품안에서 이루어져왔다. 심한기 선생님의 네팔 여행과 우연히 마주하게 된 네팔 아이들이 그린 행복에 관한 하나같이 똑같은 그림들을 통해 한국에서 품이 해온 일들을 네팔에서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천에 옮겨왔다. 품 역시 네팔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네팔에서의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지금의 품은 네팔에서 한국과 같게 또 다르게 행복한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 “허울뿐인 세계화”에 대한 부드러운 저항

품이 하는 일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소소한 일상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좀 더 거시적인 렌즈를 통해서도 재해석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화 현상에 대해 다양한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계화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보통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계화는 매우 복합적이며 심층적인 커다란 흐름과 현상이지만 동시에 개개인의 일상에 깊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허울뿐인 세계화에 대하여 단 몇 줄로 그것을 정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세계화가 네팔과 같은 세계의 빈곤 국가들의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다만 그것이 허울 좋은 겉포장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그들의 비판적인 사고를 무디게 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품이 하는 일들이 직접적으로 반세계화를 표방하는 활동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들 스스로가 현재로부터의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변화해야할 부분들과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하며, 그 변화를 일상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품의 네팔에서의 활동이 “허울뿐인 세계화”에 대한 부드러운 저항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냥 만났으니깐_

네팔 품의 존재에 이유에 대해 그냥 품과 네팔이 만났으니까 라는 말을 왠지 꼭 하고 싶다. 품이 아이들과 지역 또 교사나 예술가들과 인연이 닿았던 것처럼 네팔 역시 품과 그 인연의 끈으로 단단히 맺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이것은 논리적이거나 구체적인 대답도 아니고, 더욱이 이런 정리 보고서에 어울릴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대답들로 풀어내보아도 무언가 석연치 않는 부분이 남는 것들도 많이 있는지라 나름의 이유를 적어본다.



2. 네팔 품이 품고 있는 일

네팔 품에 대해서는 품에 처음 왔을 때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품을 담당하는 맹쌤과 두 번에 걸쳐 더욱 깊고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네팔 품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네팔에서 실무자로 활동할 부분이기에 지금까지 품의 다른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네팔 품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정확이 이해하고, 각각의 그림들을 그려보고, 그것들을 또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맞춰보는 상상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품이 네팔에서 처음으로 했던 1일 워크숍을 시작으로, 올해 세 번째를 맞이하게 될 네팔에서의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네팔에서는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어렵고, 대부분 부유한 계층의 아이들이 이용하게 되는 사교육 영역에서는 각 학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아이들의 교육은 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요소 뿐 아니라 교사의 의식이나 수업의 질적인 면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성장만을 부르짖으며 획일화 되었던 우리 교육의 잘못된 과정을 네팔 역시 비슷하게 밟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대부분의 교사들 역시 자신들의 역할이나 책임성에 대해 충분히 그 중요성을 인식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교사들, 그리고 그밖에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예술가나 청년 등을 대상으로 품은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는 외부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네팔 품의 활동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이것이 중요한 이유가 단순히 외부로 크게 드러나고 많은 사람들이 품을 접할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그들의 소소한 일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문화교류사업

맹쌤은 한국과 네팔 간의 문화교류사업이, 앞선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을 통해 다져진 토대 위에서 그 변화를 위한 실천을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전에 아태국제이해교육원의 이승미 팀장님이 말씀하셨던 “동등한 입장에서의 문화적 교류를 위한 저변확대”라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을 통한 인식의 변화. 그것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네팔-한국 간의 문화교류사업은 어쩔 수없이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쪽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기존의 문화교류사업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서로의 다른 점, 특히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지 못한 사람이나 나라의 다른 점이 그들의 약점으로 인식되지 않는 가운데 진정한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다면 이는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민족과 민족 간의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 팀이 길어야 2주라는 기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품이 진행하는 문화교류사업을 너무 거창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될 변화의 흐름에 대한 확신을 가져보기로 한다. 그리고 말로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다른 문화교류사업들과는 차별화된 품의 색깔이 나는 문화교류사업들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 오 히말라야

품이 네팔과 인연이 닿은 후 처음으로 시도했던 사업이 2006년 오 히말라야였고, 그렇게 시작된 오 히말라야는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게 됐다. 사실 오 히말라야는 지금처럼 네팔에서의 품 활동이 가능하도록 물꼬를 틔웠던 1일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또한 품의 설명처럼 품이 좋아하고 품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자리라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품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 네팔에서 품과의 인연을 지속해 온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방식의 인연 맺기와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년 함께하게 될 더 많은 사람들과 그 안에 차곡차곡 쌓이게 될 시간들을 통해 네팔 품의 사업이 품의 주주와 소중한 인연들에게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청년 자원 활동 동아리 ‘Happy Vibration'

네팔 청년 자원 활동 동아리인 ‘Happy Vibration'의 시작과 그 활동은 작년 한해 네팔 품의 흐름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문화예술 워크숍을 통해 만난 젊은 예술가 청년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실천은 무엇보다 품이 바라던 ’행복한 진동‘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품이 한국에서 해온 지역사업에서 늘 강조해오던 것처럼 결국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그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그 땅에 발붙이고 있는 사람들의 변화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네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네팔 사람들에게 이방인일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온 다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들 또한 그러한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도울 뿐이지 우리가 그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이거나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한다. 품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중간 매개자임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Happy Vibration'의 활동이 더욱 반갑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행복한 진동’이 앞으로 잘 이어져 또 다른 새로운 진동들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앞으로의 또 다른 품의 과제가 될 것이다.


# 네트워크 다지기

처음에 두레품을 통해 네팔 품을 접했을 때, “허울 좋은 네트워크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했는데, 요즘 많은 이들이 그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숫자와 실적만으로 평가되는 방식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이 되어버린 사회이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있어서도 큰 함정에 빠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쉽게 연결해생각해 볼 수 있다. 네트워크, 즉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서로의 가치에 공감하며 함께 뜻을 모아 일해 나갈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 단체의 수나 그 관계의 횟수 또는 기간만으로 평가될 수 있겠는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조금’의 생각을 하지 못한 채 “허울 좋은 네트워크의 함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품의 네트워크 관련 사업은 어떠할까를 생각한다. 품은 앞선 여러 경험을 미루어, 지금 조심스럽지만 적극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관계들을 찾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관계를 형성을 위해 서로를 잘 알려면 무엇보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알고 있는 품이기에 결코 서두르지는 않는 것 같다. 매개자로서 네팔에서 일하기 위해 현지 또는 그 밖의 활동가들을 알고 함께 일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잘 알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네팔 사업에서 늘 염두에 두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네트워크 다지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3. 앞으로의 네팔 품

네팔 품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살펴보았으니, 그에 따른 앞으로의 네팔 품을 상상해 보는 일은 비록 그것이 추상적인 것으로 그친다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네팔에서의 행복한 진동이 여러 갈래로 뻗어져 나가는 상상을 하는 나이지만, 그것이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며,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정도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팔 품을 공부하며 지난달에 만나 뵈었던 선생님들이 해주신 이야기들 중에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부분들이 담겨 있었다. 품의 일이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잘 될 때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겠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앞으로의 네팔 품 사업을 할 때 잊어서는 안 될 기본 토대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내용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 아태국제이해교육원의 강대근 선생님 & 이승미 선생님(국제교류!)

하나, 국제교류사업이라는 scheme에 끼워 넣으려고 하지 말기.

‘국경을 넘어선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세미나’ 이후 인연이 된 이승미 선생님을 뵈면서, 이미 품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 오신 강대근 선생님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아태국제이해교육원은 평화와 상생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교육 사업들을 펼쳐온 유네스코 산하 단체이다. 품이 지역에서 직접 활동을 해나가는 조직이라면, 아태국제이해교육원은 좀 더 거시적인 범위에서 일해 나가는 단체로서 다양한 연구도 함께 하고 있었다. 국제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정책적으로 강조하는 요즘, ‘국제(문화)교류’라는 거대한 틀 또한 다양한 실천 현장에 여과 없이 적용되고 있다. 품 역시, 지금까지 품이 해온 일이 바로 그것과 다르지 않은 듯한데, 그 거대한 틀에 무언가 각이 딱 맞지 않는 품의 사업을 적용시키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중이라고 했다.


품이 지금 네팔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네팔 사업’이지 ‘국제교류사업’이 아니라는 강대근 선생님의 말씀은 너무 거대한 scheme만을 쫓다가 지역 내 실천이 공허한 외침으로만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와 오히려 국제적 scheme이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지역적 실천을 아우르는데 한 발씩 늦고 있다는 선생님의 생각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품의 네팔 사업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에 있어서 지나치게 국제적으로 정형화된 scheme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는 말씀 같기도 하다. 사실 이 부분은 내 머릿속에서도 아직 빙글빙글 돌고 있으며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 부분들이다. 현장과 이론, 정책 사이의 갭에서 품이 할 수 있는 역할, 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둘, 서구중심의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세미나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이승미 선생님의 토론문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는 것은 지난 정리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선생님의 글에 보면 ‘서구 중심의 글쓰기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는 미처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그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아차 싶은 부분이 있었다. 전에 네팔 사람이 쓴 ‘Peace Hunters'라는 글을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보면서 도무지 글이 두서가 없고, 무슨 의도로 글을 쓴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승미 선생님은 우리가 서론, 본론, 결론의 논리적 구조와 두괄식이라는 서구 중심의 글쓰기 방식에 지나치게 익숙해져있음을 이야기하셨다. 물론 국제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호소력 있게 알리기 위해서는 그러한 커다란 흐름을 익힐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글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교훈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이는 단순한 글쓰기 방법으로만 국한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생각과 사고 구조를 반영하는 만큼, 이것은 그 사람의 사고 구조 자체가 서구화 되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서구화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나의 생각이 이 부분까지는 확장되지 못했던 것 같다. 네팔 품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꼭 기억해야할 부분임을 새겨 본다.


# 공공예술가 김월식 선생님(문화예술교육!!)

하나, 무엇이든지 즐거워야한다.

강대근, 이승미 선생님과의 만남이 국제교류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김월식 선생님과의 만남에서는 품의 문화예술교육 방향에서 잊지 말아야할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에는 이미 품이 실천해 오고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들은 단순하지만 명쾌했던 것 같다. 그 중에 하나는 무엇을 하든지 즐거워야한다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즐겁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 분명 품의 생각과 통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이 즐거워야한다는 말씀은 매우 기본이 되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품이 하는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이 즐겁지 않다면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생각의 전환과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 같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홀해 질 수 있는 부분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둘, 우리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선생님 말씀 중에서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문화예술교육이 꼭 추구해야 하는 것이 바로 다양성이라는 이야기. 사실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어디까지를 다양성으로 인정할 것인가에서 부터, 옳고 그름의 경계에 대한 머리 아픈 이야기들로 이어지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은 나 역시 예전부터 중요하다고 믿으면서도 직접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는 인색하거나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다양함이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그 안에서는 충돌 역시 가능한 부분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이미 그에 앞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내 안의 배타적이고 비판적인 기준을 알아채고, 그것을 옅어지게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문화예술교육, 특히 네팔에서의 사업은 다른 문화에서 다른 민족과 만나, 다른 환경에서 하는 것이니 만큼 다양성에 관한 부분을 늘 머릿속에서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4. 개인적인 생각과 준비

사실 네 번째 제목은 특히나 네팔에 오기 전 네팔 사업을 정리하고, 네팔에 가는 마음의 준비를 하려던 생각에서 잡아 놓았던 것인데, 네팔에 도착한 이제야 이것을 써보게 된다. 품의 16년, 이제 17년을 맞이하는 길고 긴 과정을 한 번에 축약해 놓은 듯한 느낌의 품의 네팔 사업. 그래서인지 이것을 정리하는 일이 더욱 크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이미 네팔에 와있지만 네팔 품에서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꼭 정리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빈곤과 문화를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나의 게으름을 정당화하기 위함은 아니지만, 오히려 네팔에 와서 이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께 밤에 도착해서 어제 하루 카트만두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내 시선이 더 많이 가닿고 머리에 더 깊이 각인되는 부분들은 길에서 구걸을 하는 할머니나 쓰레기 안에서 무언가를 줍고 있는 어린아이들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원조사업들의 한계에 대해 느끼기 전부터 처음 나의 관심은 문화나 일상의 변화보다는 밥과 빵에 있었기에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품의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정리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도 아직 뒤죽박죽이기는 하다. 누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_ 특별히 나는 지금 품 안에 있고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시각과는 구별된 무언가가 있어야 함을 생각한다.


* 그 ‘무언가’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경험과 깊이 있는 생각, 그리고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