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활동] 파견 활동가의 품 알아가기 1. 새로운 시작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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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3 품 알아가기 첫째 날

by 하니 :)


• 새로운 시작

품과의 새로운 시작이 결정된 후의 첫 방문. 그곳을 찾아가는 길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그 길도, 그 장소도,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도 모두 나도 모르게 소중히 품게 되길 바라 본다.


• 기록(記錄)에 대한 생각

‘정리’, ‘기록’에 대한 나의 생각은 꽤 크게 변해왔다. 일기나 편지 쓰는 것 모두 다 좋지만, 규칙을 정해놓고 약간의 의무감에 하는 그것들은 ‘강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지난 여름, 연해주에서 지내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난 ‘어쩔 수없이’ 매일 ‘일지’라는 것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처음 몇 일은 그 ‘강박’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새 그것은 자연스러워졌고, 또 나의 생각과 마음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 때 ‘기록’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많이 달라진 듯하다. 그래서 현희 언니의 말을 들으며 ‘아 인상적이었던 점들을 기록해 나가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똑 같은 이야기를 언니가 해줘서 참 신기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열심히 ‘기록’해 보기로 마음 먹는다. 앞으로 내 ‘기록’에 대한 작은 원칙들을 생각해 보았다. 하나, 토시 하나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인상적인 개념들을 중심으로 정리하자. 머리에 그려보고, 마음에도 새겨 보고, 마지막으로 정리해서 기억으로 남기는 거다. 둘, 기록은 그 날 또는 다음 날을 넘기지 말자. 몇 일이 지난 기억을 떠올린 다는 것은 단기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기록’을 즐거운 작업보다는 괴로운 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 품이 품고 있는 주제들

당분간 현희 언니와 함께 공부하고 생각해 볼 주제는 바로 ‘품’이다. 친구에게 ‘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품’이 마치 ‘생명’을 지닌 존재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참 신기한 느낌이다. ‘품’과 관련된 주제에는 크게 교육, 지역, 주주,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네팔(국제 교류) 정도가 있다. 이제 이 하나하나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해보게 되겠지.


• 품의 역사

첫 날의 주제는 ‘품의 역사’이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본 품의 역사. 역시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고, 생각을 나누고, 재미있는 시청각 교육(?)도 했다. 축제와 캠프가 진행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 보여서, 현희 언니 표현대로 나 역시 ‘찌릿찌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날 품이 지금까지 커오는 과정에 대하여 이야기 했던 것들 중, 인상 깊었던 세 가지를 적어본다.


• ‘선택과 집중’

개인이든 집단이든 정말 하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욕심도 욕심은 욕심이어서, 누구든 그 욕심을 버리고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것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은 쌩뚱맞지만 수행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든다(과연 ‘품’도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인가_). 본질적인 것 그리고 첫 마음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내면서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선택과 집중’의 영향이 아닐까.


• ‘과정’을 알면 품이 보인다

현희 언니는 ‘품’은 남들이 쉽게 하는 일을, 매우 어렵게 오랜 시간이 걸려 해낸다고 이야기했다. 한 마디로 ‘무식하게’ 일한다고 했다. 이야기로 듣고, 영상을 통해 본 품이 일하는 방식은 분명 시간도 노력도 몇 배로 쏟아 부어야 함이 분명했지만, 그 ‘과정’에 소통과 정성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중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그 소통과 정성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게 될까. 그리고 나 또한 말이나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 얼마나 ‘과정’을 소중하게 여겨 노력해 왔는가를 되짚어 보게 된다.


• 통합적인 삶의 추구

‘품’ 식구가 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 같다. 이래 저래 매력덩어리인 ‘품’이지만, 내가 그 안에서 일하게 되면 이래저래 많은 유혹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복리후생만을 외치는 이들에게 ‘품’의 통합적인 삶의 추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궁금하다.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았던, 가치가 우선시 되고, 공동체 안에서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되던 시절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깨어지고 잃어버린 그러한 가치들의 회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과연, 그러한 가치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좀 더 길고 깊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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