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1018 ~ 20 품 알아가기 두번째 이야기
by 하니 :)
심각한 단기 기억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지난 주 정했던 두 가지 규칙을 그새 홀랑 까먹고,
1주일이 지난 후에 다시 머리를 쥐어짜며 그 때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끄적거려 놓은 아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한번 까먹었으니 다시 까먹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생기넘치는 아이들
저녁 10시가 다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품에 도착했다.
친구와의 통화를 막 끊고, 정신없이 품의 문을 열었는데 입구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처음 보거나, 고작해야 한 두번 보았을 뿐인데 고맙게도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준다.
아이들은 '영화'를 찍기 위해 남아 있다고 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조금 후에 아이들은 판 감독님과 진짜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시간이 늦어지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열중하며 열성적이었고,
아이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배역을 멋지게 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뻤던 것 같다.
참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생기넘치는 아이들을 만나보았던게 언제였을까를 생각했다.
마음이 따뜻해졌고 왜 아이들을 희망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처음에 왜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지도 오랜만에 마음으로 느껴봤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품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누가 먼저이냐 할 것없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닮아가는게 아닐까 싶다.
품에서 '성공'이 의미하는 것
품이 함께 준비한 화계중학교의 축제에 당일뿐이었지만 나도 참여해보기로 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어서, 학교가 온통 술렁이며 말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런 자유로움을 느껴보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축제는 19일 하루였지만, 여러 사람들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나 역시
그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공들인 시간과 노력의 과정을
아주 조금이지만 느껴보려 노력할 수 있었다.
아무 설명도 듣지 않고, 단순히 축제만 하루 보러 온 사람이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 축제를 준비한 사람들,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품이 느끼고 공감하는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알아챌 수 있었을까.
눈에 보이는 결과를 특별히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보기에
아이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학교는 온통 쓰레기 장처럼 어수선하게 되어버리고,
공연 마당은 사소한 음향 문제들이 끊이질 않고,
아이들은 관심을 아주 약간의 박수로만 표현하고,
결국 추운 날씨 때문에 공연이 채 끝마치기도 전에 아이들은 우루루 의자를 들고 교실로 향하고,
또 그 아이들을 선생님들은 막아보려고 결국 강압적인 어조로 돌아가는...
그런 축제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나 역시 아무런 의식없이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에 집중했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축제를 바라봤겠지.
하지만 품의 시선은 그런 것들과는 다른 것들에 닿아 있는 듯했다.
이것은 소홀히 한다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의미이다.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품은 언뜻 보기에 중요하게 생각될 수 있는 것들로만
결과를 평가하지 않았다.
축제 내내 일적으로 여유있는 것과는 별개로,
느긋하고 깊이있게 축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 듯했다.
아무도 "아 오늘 축제는 너무 성공적이었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축제를 마친 후의 품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와 주고 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성공'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기에는 어려울 듯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 20071018 ~ 20 품 알아가기 두번째 이야기
by 하니 :)
심각한 단기 기억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지난 주 정했던 두 가지 규칙을 그새 홀랑 까먹고,
1주일이 지난 후에 다시 머리를 쥐어짜며 그 때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끄적거려 놓은 아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한번 까먹었으니 다시 까먹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생기넘치는 아이들
저녁 10시가 다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품에 도착했다.
친구와의 통화를 막 끊고, 정신없이 품의 문을 열었는데 입구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처음 보거나, 고작해야 한 두번 보았을 뿐인데 고맙게도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준다.
아이들은 '영화'를 찍기 위해 남아 있다고 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조금 후에 아이들은 판 감독님과 진짜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시간이 늦어지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열중하며 열성적이었고,
아이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배역을 멋지게 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뻤던 것 같다.
참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생기넘치는 아이들을 만나보았던게 언제였을까를 생각했다.
마음이 따뜻해졌고 왜 아이들을 희망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처음에 왜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지도 오랜만에 마음으로 느껴봤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품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누가 먼저이냐 할 것없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닮아가는게 아닐까 싶다.
품에서 '성공'이 의미하는 것
품이 함께 준비한 화계중학교의 축제에 당일뿐이었지만 나도 참여해보기로 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어서, 학교가 온통 술렁이며 말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런 자유로움을 느껴보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축제는 19일 하루였지만, 여러 사람들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나 역시
그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공들인 시간과 노력의 과정을
아주 조금이지만 느껴보려 노력할 수 있었다.
아무 설명도 듣지 않고, 단순히 축제만 하루 보러 온 사람이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 축제를 준비한 사람들,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품이 느끼고 공감하는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알아챌 수 있었을까.
눈에 보이는 결과를 특별히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보기에
아이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학교는 온통 쓰레기 장처럼 어수선하게 되어버리고,
공연 마당은 사소한 음향 문제들이 끊이질 않고,
아이들은 관심을 아주 약간의 박수로만 표현하고,
결국 추운 날씨 때문에 공연이 채 끝마치기도 전에 아이들은 우루루 의자를 들고 교실로 향하고,
또 그 아이들을 선생님들은 막아보려고 결국 강압적인 어조로 돌아가는...
그런 축제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나 역시 아무런 의식없이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에 집중했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느낌으로 축제를 바라봤겠지.
하지만 품의 시선은 그런 것들과는 다른 것들에 닿아 있는 듯했다.
이것은 소홀히 한다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의미이다.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품은 언뜻 보기에 중요하게 생각될 수 있는 것들로만
결과를 평가하지 않았다.
축제 내내 일적으로 여유있는 것과는 별개로,
느긋하고 깊이있게 축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 듯했다.
아무도 "아 오늘 축제는 너무 성공적이었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축제를 마친 후의 품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와 주고 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성공'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기에는 어려울 듯한 무언가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