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하니
1. 품 존재의 이유(사회적 가치, 당위성)
요즘 사회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많은 것들을 생성시키고 또 소멸시킨다. 시민, 공공 영역의 각종 단체나 조직들도 마찬가지이다. 50년 이라는 시간동안 진하게 압축된 경제발전과 민주성장을 경험한 사회 속에서 시민, 공공 영역 역시 빠르게 그 자리를 잡아 나갔다. 하지만 그 토대는 언제나 변화무쌍한 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각종 변화와 불안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품의 16년이라는 역사가 가지는 의미는 어느 정도일까? 고작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품을 경험한 사람이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닌 듯하다.
사회 안에서 16년 이라는 시간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아온 품이라는 조직과 품의 일은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많은 변화를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다일지라도 정작 그 근본적인 생명은 변함없이 품고 있는 것처럼, 품 역시 그 오랜 변화 가운데에서도 소중히 지켜내 온 품의 생명과도 같은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부분이 품이 지금까지 존재해 온 이유이기도 하고, 앞으로 계속해서 존재해 나가야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1) ‘사람’ 중심의 가치
품은 품의 열 가지 약속 중 첫 번째로 “모든 실천의 근거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라고 밝히고 있다. 품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은 품의 발자취와 일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좀 더디게 일하더라도 참여하는 이들 하나하나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임을 인정한다. 많은 이들이 기술과 효율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품은 사람과 가치에 대해 더욱 신경 쓴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인간 중심’이라는 가치가 그다지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살기는 편해졌지만, 중심이 되어야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소외되고 있음이 꾸준히 지적되면서, 인간 중심이라는 개념은 이미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문제는 이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는가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실제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삼는 이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이를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품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가치는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도 아니고 허울 좋은 공허한 외침도 아니다. 일상의 삶에서 끊임없이 추구되어야 할 가치의 방향이고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2) 대안적 사회 변화의 필요성
비슷한 가치와 목적일 지라도 그를 추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다양할 수 있다. 그러한 다양한 방법들 가운데 주류가 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존재 한다. 그 주류라는 것에 해당하는 방법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의 사회적 동의를 쉽게 얻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일지라도 어떤 본질적인 것에 접근하지 못할 때,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가치 추구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류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대안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변화를 위한 대안적인 방식들이 잘못된 주류의 방향을 미약하나마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품 역시 잘못된 주류에 대해 계속해서 대안적인 모델을 제시해 왔다. 품이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들’을 포함한 ‘사람’을 위한 가치를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 기존의 치료적이고 일방적이었던 사후처방식의 방법들은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적합한 것이 아니었다. 품이 끊임없이 시도하는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고민과 실천들은 사회가 건강하게 변화하기 위한 필요한 문제 제기와 제안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회적 가치와 변화의 실천 가능성
품이 지금까지 존재해왔고, 또 앞으로도 존재해야 하는 사회적 당위성은 위에 언급했던 품이 추구해온 ‘사람’이라는 중심적인 가치와 그를 위한 대안적인 접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부분들의 실질적인 실천 가능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와 대안적 방법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중의 하나를 바로 현실적인 실천 가능성에 대한 고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바르지만 그 거대한 가치를 제대로 현실에 풀어낼 수 없을 때 그러한 실천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고, 또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단체나 조직도 존재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품은 커다란 가치를 자신들 만의 현실 적용이 가능한 언어로 16년 이라는 시간동안 풀어내 왔다.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아닐지라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고 있는 많은 이들로부터 지지받고 있고, 이는 품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열심한 노력과 맞물려 내·외부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빚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2. 품의 과거와 현재
품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면서도 그 중심을 잃지 않고 지켜 온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을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보는 작업은 그 과정이 얼마나 쉽지 않았는지를, 그리고 그를 통해 쌓여왔을 품의 내공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해주고, 이를 통해 품의 미래에 대한 그림도 그려볼 수도 있게 해 준다.
1) 품의 변화와 그 과정
① 복지 base에서 문화 base로
처음에 품을 알고 방문했을 때 가장 의외였던 부분이 대부분의 상근자가 전공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는 점이었다. 넓은 의미에서 바라봤을 때의 복지가 사람을 행복하게 잘 살게 하는 것이라면 품의 활동 역시 그 범주 안에 속하게 되겠지만, 이제는 품의 언어와 일 어디에서도 ‘제한적 복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청소년 복지’라는 또 다른 기존 틀 안에 품 그리고 아이들을 가둬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틀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품에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노래품’이라는 그 시작점에서부터 이미 단순한 청소년 지도나 수련과는 차별화된 문화적인 코드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 또한 품은 가지고 있던 것 같다. 그렇게 품은 특정한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지닌 한국의 사회복지라는 토대에서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문화를 매개로 하는 새로운 기초를 마련하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② 사업에서 운동으로
품이 변화해 온 과정에 있어서, 사업에서 운동으로의 변화는 위에서 언급한 복지 base에서 문화 base라는 기본 토대의 변화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시적인 프로그램이나 기타 일회성 사업들이 사회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각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야 함을 품은 알고 있었고, 단순한 사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삶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갈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다른 모든 일회성 사업들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산발적으로 무수히 존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아이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 또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품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나 효과성이라는 결과가 아닌, 그 일을 진행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고 그것에 집중한다. 이는 변화와 삶의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하여 더욱 많은 이들이 고려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2) 품의 일
품이 지난 16년 동안 해 온 일에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많은 일들을 산발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품이라 하더라도,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지내온 과정은 무시할 수 없는 많은 수의 다양한 일들을 시도 해왔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상상해 보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쉬운 일 역시 아닌 것 같다. 때로는 그것에 대해 오해와 잘못된 상상을 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상상으로 품이 해온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보다는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그룹지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① ‘특별한 일상을 더욱 행복하게’- 축제
직접 경험하지 못한 채 이야기로만 전해 듣는 지식이 얼마나 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지에 대하여 품의 축제를 공부하면서 새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특별히 그와 동일하기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한 경험조차 전무할 때 더욱 심각해진다. 일의 과정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누누이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그 과정에 충실하게 일을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이야기만으로 품이 해온 일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늘 어떤 결과물로만 보이는 축제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축제를 통해 품과 인연을 맺었고, 축제를 매개로 품 안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미루(유영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품의 축제에 대해 잘못 생각할 뻔했다. 아무리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해도, 축제 자체를 일상으로부터의 긴 탈출, 혹은 여행에 비유했던 나의 인식 자체가 품의 축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루의 말처럼 축제는 일상과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고 그 과정에 서 있는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특별하긴 해도 그들의 삶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품이 해왔던 여러 가지 축제들은 단순히 한 순간 아이들의 의식을 환기시켜 주고 숨통을 틔워주는 수준의 행사가 아니라, 그들의 특별한 일상을 더욱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상의 연장선이었다.
② ‘공동체로의 연대 만들기’- 지역, 학교
품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동체’, 즉 지역 사회이다. 품이 지속적인 변화를 위한 운동을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 사회는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그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삶의 터전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근래에 가까워 오면서 더욱 견고해 지는 품의 방향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공동체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로,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라는 조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 대해서는 품 역시 아직까지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하고 있고, 어려움과 도전들도 안고 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좀 더 다양한 단위들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높은 수준의 공동체성이 형성될 때, 더욱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접근과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품은 이를 위해 다양한 지역운동 및 학교 관련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③ ‘일깨우기, 그리고 흔들기’- 교육
많은 경우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나 사회가 변화하지 않을 때는 이를 위한 관심이 없거나 의지, 혹은 노력이 부족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대상들을 일깨우고, 관심을 갖게 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흔드는 것 또한 품이 하고 있는 일 중 하나이다. 다양한 이름의 아카데미들을 통해 품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새로운 렌즈를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한 작업은 품이 하고자 하는 다른 운동들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지만, 또 긴 시간 인내를 가지고 진행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학교 등에서 행해지는 일방적인 수업이나 세미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나누고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품이 이야기하는 교육인 것 같다. 품은 시간이 지나오면서 아이들 뿐 아니라 아이들과 만나는 교사, 예술가 등 매개자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통합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품의 시선을 알 수 있다.
④ ‘참여적인 단단한 기초 세우기’- 주주
‘주주’라는 한 단어만으로도 품이 어떠한 가치를 품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품을 알고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품이 가지는 가치를 공유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단순히 돈을 받고, 의무적으로 사업에 대한 근황과 소식들을 전달하느라 소통이라고는 불가능한 일부 단체들의 상근자와 회원 간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구조에서 품만의 사람 냄새가 난다. 이러한 주주라는 토대는 품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분명 단단한 밑받침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초를 어떻게 참여적으로 함께 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고, 이를 이루어 가는 과정은 커다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두레품에서 주주 운동에 대한 이야기 중 ‘주주 배가 운동’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다. 예전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단체에서 TM이라는 방법까지 써가며 ‘전투적’으로 회원 배가 운동을 시작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모인 회원이 얼마나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품의 주주들은 분명 품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배가 운동’을 펼쳤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진다.
⑤ ‘세계화에 대한 부드러운 저항’- 국제교류
품이 새롭게 시작한 국제교류사업은 특별하다. 일회적이고 표면적으로만 시작되고 끝을 맺는, 요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다른 국제교류사업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품에게는 새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미 그 중심이나 과정들이 지난 16년간 품이 해왔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품의 이러한 Nepal Pum 활동은 시작부터가 재미있다. 처음부터 특별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흐름만은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숲 안에 있을 때 나무 하나하나를 보되 숲 전체를 볼 수는 없는 것처럼, 이미 그것이 원조이든 교류이든 간에 국제 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들은 애초부터 엄청난 문제의식과 불타는 사명감에서 그 일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수동적이고 물질적으로 만들었는지는 알지 못하고, 또 알더라도 모른 척 하고 싶어 한다. 늘 그렇듯 품은 이러한 거대한 흐름과 구조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부드러운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보기는 했지만, 품의 일들 중 어느 것 하나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모두가 조금 또는 많은 공통의 부분을 가지고 상호작용할 수 있고, 이 모두를 ‘아이들이 제대로 잘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한 가지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 또한 품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아닐까 싶다.
3. 품의 미래
지금의 품은 나에게 삼십대 중후반의 느낌이다. 품이 만약 사람이라면, 이제 헐떡이며 몰아쉬던 숨도 조금 잠잠해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갖게 된 안정감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새롭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설계할 수 있는 삼십대 중후반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보다 10년, 20년쯤 세월이 흐른 후의 품을 상상해본다면,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 굳건히 서있으면서도 좀 더 온화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모든 이들을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는 중장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자료와 이야기만으로 지난 품의 16년이라는 과정을 상상했던 것만큼이나, 짧은 만남과 경험으로 판단되는 품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품의 미래를 점쳐보는 일은 매우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품이 갖게 될 미래의 그 모습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품이 품어 온, 그리고 앞으로 품어 갈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분명 세상이 좋게 변하리라는 것과 그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은 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그 노력만큼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진정성에 대한 소통과 공감 그리고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품은 더욱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상 품의 미래에 대한 매우 추상적인 상상이다.
다만, 마지막으로 품이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데에 있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 ‘균형’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역’, ‘교육’, ‘주주’, ‘국제교류’, 이 모든 카테고리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품이라는 체계에 있어서, 어느 한 부분에만 집중하거나 소홀해진다 것은 그 체계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처럼 큰 그림을 잃지 않으며 조화롭게 성장해 나가는 품을 보고 싶다. 균형을 잘 잡으며, 안정적으로 조금씩 더 자라날 품의 미래를 위해 작은 몫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희망적이다.
by. 하니
1. 품 존재의 이유(사회적 가치, 당위성)
요즘 사회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많은 것들을 생성시키고 또 소멸시킨다. 시민, 공공 영역의 각종 단체나 조직들도 마찬가지이다. 50년 이라는 시간동안 진하게 압축된 경제발전과 민주성장을 경험한 사회 속에서 시민, 공공 영역 역시 빠르게 그 자리를 잡아 나갔다. 하지만 그 토대는 언제나 변화무쌍한 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각종 변화와 불안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품의 16년이라는 역사가 가지는 의미는 어느 정도일까? 고작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품을 경험한 사람이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닌 듯하다.
사회 안에서 16년 이라는 시간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아온 품이라는 조직과 품의 일은 내부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많은 변화를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다일지라도 정작 그 근본적인 생명은 변함없이 품고 있는 것처럼, 품 역시 그 오랜 변화 가운데에서도 소중히 지켜내 온 품의 생명과도 같은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부분이 품이 지금까지 존재해 온 이유이기도 하고, 앞으로 계속해서 존재해 나가야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1) ‘사람’ 중심의 가치
품은 품의 열 가지 약속 중 첫 번째로 “모든 실천의 근거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라고 밝히고 있다. 품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은 품의 발자취와 일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좀 더디게 일하더라도 참여하는 이들 하나하나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임을 인정한다. 많은 이들이 기술과 효율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품은 사람과 가치에 대해 더욱 신경 쓴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인간 중심’이라는 가치가 그다지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살기는 편해졌지만, 중심이 되어야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소외되고 있음이 꾸준히 지적되면서, 인간 중심이라는 개념은 이미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문제는 이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는가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실제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삼는 이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이를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품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가치는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도 아니고 허울 좋은 공허한 외침도 아니다. 일상의 삶에서 끊임없이 추구되어야 할 가치의 방향이고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2) 대안적 사회 변화의 필요성
비슷한 가치와 목적일 지라도 그를 추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다양할 수 있다. 그러한 다양한 방법들 가운데 주류가 되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존재 한다. 그 주류라는 것에 해당하는 방법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의 사회적 동의를 쉽게 얻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일지라도 어떤 본질적인 것에 접근하지 못할 때,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가치 추구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류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대안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변화를 위한 대안적인 방식들이 잘못된 주류의 방향을 미약하나마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품 역시 잘못된 주류에 대해 계속해서 대안적인 모델을 제시해 왔다. 품이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들’을 포함한 ‘사람’을 위한 가치를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 기존의 치료적이고 일방적이었던 사후처방식의 방법들은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적합한 것이 아니었다. 품이 끊임없이 시도하는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고민과 실천들은 사회가 건강하게 변화하기 위한 필요한 문제 제기와 제안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회적 가치와 변화의 실천 가능성
품이 지금까지 존재해왔고, 또 앞으로도 존재해야 하는 사회적 당위성은 위에 언급했던 품이 추구해온 ‘사람’이라는 중심적인 가치와 그를 위한 대안적인 접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부분들의 실질적인 실천 가능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와 대안적 방법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중의 하나를 바로 현실적인 실천 가능성에 대한 고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바르지만 그 거대한 가치를 제대로 현실에 풀어낼 수 없을 때 그러한 실천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고, 또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단체나 조직도 존재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품은 커다란 가치를 자신들 만의 현실 적용이 가능한 언어로 16년 이라는 시간동안 풀어내 왔다.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아닐지라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고 있는 많은 이들로부터 지지받고 있고, 이는 품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열심한 노력과 맞물려 내·외부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빚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2. 품의 과거와 현재
품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면서도 그 중심을 잃지 않고 지켜 온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을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보는 작업은 그 과정이 얼마나 쉽지 않았는지를, 그리고 그를 통해 쌓여왔을 품의 내공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해주고, 이를 통해 품의 미래에 대한 그림도 그려볼 수도 있게 해 준다.
1) 품의 변화와 그 과정
① 복지 base에서 문화 base로
처음에 품을 알고 방문했을 때 가장 의외였던 부분이 대부분의 상근자가 전공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했다는 점이었다. 넓은 의미에서 바라봤을 때의 복지가 사람을 행복하게 잘 살게 하는 것이라면 품의 활동 역시 그 범주 안에 속하게 되겠지만, 이제는 품의 언어와 일 어디에서도 ‘제한적 복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청소년 복지’라는 또 다른 기존 틀 안에 품 그리고 아이들을 가둬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틀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품에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노래품’이라는 그 시작점에서부터 이미 단순한 청소년 지도나 수련과는 차별화된 문화적인 코드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 또한 품은 가지고 있던 것 같다. 그렇게 품은 특정한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지닌 한국의 사회복지라는 토대에서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문화를 매개로 하는 새로운 기초를 마련하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② 사업에서 운동으로
품이 변화해 온 과정에 있어서, 사업에서 운동으로의 변화는 위에서 언급한 복지 base에서 문화 base라는 기본 토대의 변화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시적인 프로그램이나 기타 일회성 사업들이 사회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각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야 함을 품은 알고 있었고, 단순한 사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삶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갈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다른 모든 일회성 사업들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산발적으로 무수히 존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아이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 또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품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나 효과성이라는 결과가 아닌, 그 일을 진행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고 그것에 집중한다. 이는 변화와 삶의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하여 더욱 많은 이들이 고려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2) 품의 일
품이 지난 16년 동안 해 온 일에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많은 일들을 산발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품이라 하더라도,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지내온 과정은 무시할 수 없는 많은 수의 다양한 일들을 시도 해왔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상상해 보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쉬운 일 역시 아닌 것 같다. 때로는 그것에 대해 오해와 잘못된 상상을 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상상으로 품이 해온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보다는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그룹지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① ‘특별한 일상을 더욱 행복하게’- 축제
직접 경험하지 못한 채 이야기로만 전해 듣는 지식이 얼마나 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지에 대하여 품의 축제를 공부하면서 새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특별히 그와 동일하기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한 경험조차 전무할 때 더욱 심각해진다. 일의 과정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누누이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그 과정에 충실하게 일을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이야기만으로 품이 해온 일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늘 어떤 결과물로만 보이는 축제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축제를 통해 품과 인연을 맺었고, 축제를 매개로 품 안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미루(유영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품의 축제에 대해 잘못 생각할 뻔했다. 아무리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해도, 축제 자체를 일상으로부터의 긴 탈출, 혹은 여행에 비유했던 나의 인식 자체가 품의 축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미루의 말처럼 축제는 일상과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고 그 과정에 서 있는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특별하긴 해도 그들의 삶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품이 해왔던 여러 가지 축제들은 단순히 한 순간 아이들의 의식을 환기시켜 주고 숨통을 틔워주는 수준의 행사가 아니라, 그들의 특별한 일상을 더욱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상의 연장선이었다.
② ‘공동체로의 연대 만들기’- 지역, 학교
품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동체’, 즉 지역 사회이다. 품이 지속적인 변화를 위한 운동을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 사회는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그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삶의 터전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근래에 가까워 오면서 더욱 견고해 지는 품의 방향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공동체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로,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라는 조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 대해서는 품 역시 아직까지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하고 있고, 어려움과 도전들도 안고 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좀 더 다양한 단위들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높은 수준의 공동체성이 형성될 때, 더욱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접근과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품은 이를 위해 다양한 지역운동 및 학교 관련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③ ‘일깨우기, 그리고 흔들기’- 교육
많은 경우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나 사회가 변화하지 않을 때는 이를 위한 관심이 없거나 의지, 혹은 노력이 부족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대상들을 일깨우고, 관심을 갖게 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흔드는 것 또한 품이 하고 있는 일 중 하나이다. 다양한 이름의 아카데미들을 통해 품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새로운 렌즈를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한 작업은 품이 하고자 하는 다른 운동들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지만, 또 긴 시간 인내를 가지고 진행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학교 등에서 행해지는 일방적인 수업이나 세미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나누고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품이 이야기하는 교육인 것 같다. 품은 시간이 지나오면서 아이들 뿐 아니라 아이들과 만나는 교사, 예술가 등 매개자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통합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품의 시선을 알 수 있다.
④ ‘참여적인 단단한 기초 세우기’- 주주
‘주주’라는 한 단어만으로도 품이 어떠한 가치를 품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품을 알고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품이 가지는 가치를 공유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단순히 돈을 받고, 의무적으로 사업에 대한 근황과 소식들을 전달하느라 소통이라고는 불가능한 일부 단체들의 상근자와 회원 간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구조에서 품만의 사람 냄새가 난다. 이러한 주주라는 토대는 품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분명 단단한 밑받침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초를 어떻게 참여적으로 함께 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고, 이를 이루어 가는 과정은 커다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두레품에서 주주 운동에 대한 이야기 중 ‘주주 배가 운동’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다. 예전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단체에서 TM이라는 방법까지 써가며 ‘전투적’으로 회원 배가 운동을 시작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모인 회원이 얼마나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품의 주주들은 분명 품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배가 운동’을 펼쳤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진다.
⑤ ‘세계화에 대한 부드러운 저항’- 국제교류
품이 새롭게 시작한 국제교류사업은 특별하다. 일회적이고 표면적으로만 시작되고 끝을 맺는, 요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다른 국제교류사업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품에게는 새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미 그 중심이나 과정들이 지난 16년간 품이 해왔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품의 이러한 Nepal Pum 활동은 시작부터가 재미있다. 처음부터 특별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흐름만은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숲 안에 있을 때 나무 하나하나를 보되 숲 전체를 볼 수는 없는 것처럼, 이미 그것이 원조이든 교류이든 간에 국제 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들은 애초부터 엄청난 문제의식과 불타는 사명감에서 그 일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수동적이고 물질적으로 만들었는지는 알지 못하고, 또 알더라도 모른 척 하고 싶어 한다. 늘 그렇듯 품은 이러한 거대한 흐름과 구조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부드러운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보기는 했지만, 품의 일들 중 어느 것 하나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모두가 조금 또는 많은 공통의 부분을 가지고 상호작용할 수 있고, 이 모두를 ‘아이들이 제대로 잘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한 가지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 또한 품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아닐까 싶다.
3. 품의 미래
지금의 품은 나에게 삼십대 중후반의 느낌이다. 품이 만약 사람이라면, 이제 헐떡이며 몰아쉬던 숨도 조금 잠잠해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갖게 된 안정감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새롭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설계할 수 있는 삼십대 중후반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보다 10년, 20년쯤 세월이 흐른 후의 품을 상상해본다면,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 굳건히 서있으면서도 좀 더 온화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모든 이들을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는 중장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자료와 이야기만으로 지난 품의 16년이라는 과정을 상상했던 것만큼이나, 짧은 만남과 경험으로 판단되는 품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품의 미래를 점쳐보는 일은 매우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품이 갖게 될 미래의 그 모습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품이 품어 온, 그리고 앞으로 품어 갈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분명 세상이 좋게 변하리라는 것과 그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은 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그 노력만큼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진정성에 대한 소통과 공감 그리고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품은 더욱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상 품의 미래에 대한 매우 추상적인 상상이다.
다만, 마지막으로 품이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데에 있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 ‘균형’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역’, ‘교육’, ‘주주’, ‘국제교류’, 이 모든 카테고리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품이라는 체계에 있어서, 어느 한 부분에만 집중하거나 소홀해진다 것은 그 체계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처럼 큰 그림을 잃지 않으며 조화롭게 성장해 나가는 품을 보고 싶다. 균형을 잘 잡으며, 안정적으로 조금씩 더 자라날 품의 미래를 위해 작은 몫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