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활동] Happy Village Project 2. 그 후...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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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들려주는 "happy village project" 이야기 : 그 후...


글 : 심한기


1. 마을 잔치 이후 풍경들

[ 소란한 잔치 이후 이것저것 정리할 것이 많았다. 손님이 돌아간 후 교사들과 마을 주민들은 학교건물을 점령했던 영상 스크린 지지대를 철거하고, 학교 주변을 청소하고, 새롭게 만든 학교 간판 2개를 다시 정비했다. 그리고 즐거웠던 잔치의 뒷이야기를 나누거나 앞으로의 일들을 상상해보는 것들이 베시톨 마을에 남아있는 풍경들이었다. ]


크게 변한 것도, 크게 바뀐 것도 없다.조용한 베시톨 마을을 살짝 흔들어놓은 ‘행복한 마을 만들기’의 열쇠는 그들이 가지고 있기에 조금은 소란스러웠던 잔치는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작은 잔치 이후 베시톨 마을에는 작은 울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을 청년들의 울림과 마을 사람들의 울림과 아이들의 울림과 교사의 울림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학교와 마을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자조적 모임을 시작했고, 교사들은 학교교육의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과 제안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마을 리더들은 학교와 마을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변화된 학교에 대한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눈에 보이거나, 수치로 환산하루 수 있는 현상이 아닌 물결 속에서 일고 있는 보이지 않는 파도와도 같은 울림이었다.

(관련 사진-마을)


2. 교사, 마을 대표의 행복한 카트만두 나들이와 한국음식과의 만남

엔지오 품은 마을 잔치를 마친 후 그간 함께 고생했던 모노하라 학교의 교장, 교사(6명), 마을 대표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분위기 메이커 한분과 목수 아저씨 이렇게 10분을 한국식당으로 초대했다. 카트만두에서 1시간 거리이지만 쉽게 나갈 기회가 없는 시내 나들이였다. 엔지오 품에서 대절한 봉고버스를 타고 타멜거리에 도착한 10명의 초대 손님들은 너무도 정겨웠다. 남자 손님들 대부분은 깔끔하게 이발을 했고, 여자 손님들은 화려한 네팔 전통의상(사리)을 입고 왔다.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한국식당에서의 식사와 이야기는 ‘소박한 이야기 밥상’ 그 자체였다. 처음 먹어보는 김치와 두부조림, 김밥과 김치만두, 김치 볶음밥과 닭도리탕 그리고 감사와 즐거움의 반찬까지 포함하여 모두들 행복한 밥상을 마주했다. 한국담배와 네팔 담배를 서로 나눠 피우고, 독한 네팔 위스키를 담은 유리잔을 부딪쳐가며 즐거운 이야기 밥상까지 함께 했다. 누군가 의도적인 말 걸기 시도하지 않아도, 행복한 밥상의 주제는 ‘행복한 학교와 마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행복한 학교와 마을의 주인은 자신들이란 것을..., 그리고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엔지오 품 대표가 모노하라 학교의 첫 방문에서 느꼈던 속상함, 네팔 공립학교의 교사의 현실적 한계, 마을 사람들의 변화와 관심, 앞으로 만들어갈 행복한 학교와 마을에 대한 상상까지...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편안하게 이어졌고, 엔지오 품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을 건내며 잡은 두 손은 너무도 따뜻했다.


3. 베시톨 마을 최초의 청년 조직

농촌 마을에 청년들이 없는 한국의 현실과는 다르게 네팔의 농촌과 산간마을에는 많은 청년들과 아이들이 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카트만두나 포카라, 동부의 모랑 등의 대도시 또는 중소 도시에는 아직도 네팔의 청년을 흡수할만한 직업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농촌의 청년들은 자신의 고향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네팔에 한국처럼 도시화가 진행된다면 농촌과 산간마을에는 청년들과 아이들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네팔의 농촌에는 많은 청년들과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살고 있다. 엔지오 품은 그 자리에 남아있는 청년들이 바로 네팔의 힘이며, 가능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과거의 소중한 뿌리들을 잃어버렸지만 네팔은 세대와 세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우리가 만난 네팔의 농촌마을 ‘베시톨’은 농촌마을의 변화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형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농촌마을 사람들이 스스로의 희망을 찾아내고, 모든 세대가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며 가능한 변화를 실천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결국 엔지오 품은 이번 ‘행복한 마을 만들기’의 초점을 청년으로 집중했다. 물론 한국과 네팔의 청년 아티스트들의 참여와 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베시톨 마을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곳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힘이 더욱 중요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과정에 한국과 네팔의 청년 아티스트들에게도 가장 강조되었던 것은 베시톨 마을의 청년과 주민들에게 스스로 가능한 동기화를 찾게 해주는 것 이었다. 우리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제안하는 방향이 아닌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갈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계획했다.


두 번의 사전 마을 설명회와 이틀간의 행사 과정을 통해서 베시톨 마을의 청년들의 참여가 이루어졌다. 비록 어설프고, 수줍어하는 청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들의 학교와 마을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을잔치가 끝나갈 무렵 가장 적극적인 참여를 했던 썬제이는 마을 청년들에게 공식적으로 제안을 했다.


“앞으로 학교와 마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이제 우리가 직접 마을과 학교를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모임과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모노하라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 중 이것에 관심 있는 청년들은 내일아침 학교로 모이길 바란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렇게 빨리 그들이 스스로 움직일 줄은 예측하지 못했었다. 우리는 어설프고, 작은 경험과 참여를 통해서 그들의 힘과 에너지가 발현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까지 매일 모임을 가졌고, 청년모임의 이름도 정했다. 그리고 그들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목록화하기 시작했고, 품에게 자신의 계획을 전달했다. 그리고 엔지오 품은 최초의 베시톨 마을 청년조직과 기존의 마을 커뮤니티 모임, 교사 조직과 함께 모노하라 학교와 마을을 위한 공동의 논의구조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관련 사진)


● 마을 청년 조직과 함께 한 짧은 워크숍(두번째 청년조직 만남)

• 20180608. 04:00 pm- 06:00 pm 모너허라 학교
• 품 심한기, 이하니 / 마을 청년들 12명과 품의 자원 활동가 그룹인 해피바이브레이션 3명

프로젝트가 끝난 며칠 후 모너허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눈에 띄게 활발한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전까지 마을 안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던 청년들의 모습을 생각해봤을 때 매우 커다란 변화였다. 이제 막 시작한 그들의 움직임은 열정에 넘쳤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부분들이 있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조언과 자극이 필요했다.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한 기획 웤샵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마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던 기획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심쌤은 한국으로의 출국 전 짧은 시간이었지만,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한 번 모너허라를 찾았다.


강의는 ‘의심’과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끊임없이 모든 것에 대한 ‘의심’과 ‘질문’을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청년들의 관심을 끌어 들이기 시작했다. 이 날의 강의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대부분의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정도의 영어를 사용해 심쌤과 마을 청년들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했다.


심쌤은 청년들의 기획 중 하나인 영어 자원 활동가 교사 배치를 예로 들어 기획 웤샵을 시작하였다. 모든 기획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공유(논의와 이해), 인력(기획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 대한 계획과 관리), 재정, 그리고 맨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끊임없는 문제제기 ‘왜하는가’ 라는 기획을 위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기획 지도(planning map)를 통해 그려보는 방식에 대한 강의는 마을 청년들 모두에게 새로운 지적 경험이 되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것에 목말라 있던 청년들의 강의 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청년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셤은 단순하지만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이야기였다고 말했고, 썬저이는 짧았던 것이 좀 아쉬웠지만 자신들이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용이었다며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시간이었다는 자신의 생각을 나눠주었다. 청년들의 움직임에 대해 품 역시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지지하겠다는 우리의 생각과 신뢰의 마음도 전달되었다.


워크숍이 시작되기에 앞서 마을 청년들과 그들이 조직한 'Manohara Ex-students and Creative Youth Society'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매일 미팅을 해온 그들은 이미 꽤 많은 논의 내용들을 가지고 기획단계에 있었다. 현재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기획은 처음에 그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던 학교 교육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영어, 수학 자원 활동가 교사를 배치하고, 부족한 책들과 아이들의 교복을 구입하며, 좀 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겠다는 구체적인 논의들이 이미 이루어졌고, 이들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이미 도네이션과 관련된 움직임을 시작하는 등 놀라운 동기화와 실천의 과정들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이러한 기획과 실행을 위해 매주 토요일 아침 8시에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로 정했는데, 이 모임에 품의 스텝인 하니도 함께 하여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함께 일할 것임을 이야기되었다.


현재 베시톨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그들 자신의 삶과 마을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조금씩 시행착오도 거치며, 모든 과정을 함께 조율해 가는 시간을 갖게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 조직과 마을 위원회, 그리고 모너허라 학교의 교사 조직과의 조화로운 소통과 협력의 과정도 이들에게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관련 사진)


4. 엔지오 품의 이후 계획 : 끝나지 않을 행복한 마을 만들기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것에 최종 종착지는 없다.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그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시적인 프로젝트의 개념이 아닌 끊임없는 삶의 과정을 만들어 감을 의미한다. 엔지오 품은 베시톨 마을과 모노하라 학교와 함께 끝나지 않을 과정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1. 청년조직의 지원

청년조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다. 그들의 희망과 계획들이 실천될 있도록 기획과 실천 워크숍을 추진할 것이며, 청년조직의 계획과 실천들이 마을주민, 교사들과의 협력체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그들의 희망들이 확장될 수 있도록 외부의 자원을 연결할 것이다.


#2. 교사 워크숍, 커리큘럼 개발 그리고 내부와 외부의 지원(연계) 시스템 마련
오랜 시간 동안 정지되어 있는 교육의 방식과 내용의 성장 그리고 교사의 참여확대를 위한 교사 워크숍을 추진할 것이며, 방과후 활동, 야외활동 등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의 삶과 연결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교사들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내부의 자원과 외부의 자원을 연결하는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이다.


#3. 베시톨 마을의 지역공동체 네트워크의 지원
새롭게 만들어진 청년조직, 기존의 마을주민 조직, 학교교사들과 함께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 엔지오 품은 한국의 민간재단에 요청하여, 모노하라 마을에 도서관 짖기 프로젝트를 시도할 것이다. 이제 모노하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의 질과 교육을 통한 사회와의 소통이다. 이를 위해서 도서관은 매우 중요한 연계 역할을 한다. 엔지오 품은 올해 안에 모노하라 학교에 ‘행복한 도서관 짖기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존우드의 희말라야 도서관 프로젝트는 도서관을 짓고 책을 후원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엔지오 품은 도서관과 책만이 아닌 도서관을 통해서 아이들과 주민, 청년과 아이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소통하고, 공부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활동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즉 모노하라의 도서관이 베시톨 마을의 ‘행복한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


culture & arts work shop에서 community youth culture movement로...

지난 2년 간 엔지오 품은 학교의 교사, 청년 예술가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에 중심을 두었었다. 교육의 변화를 통한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인 학교의 교사 그리고 또 하나의 교육 매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청년 예술가들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과정에 모노하라 학교와 베시톨 마을을 만났다. 그곳과는 공식적인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을 한 적은 없었으나 한국의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들을 연결하면서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2008년 워크숍은 청년이 중심이 되어 문화를 매개로 한 지역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실천 중심의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제 엔지오 품은 올해의 가능성을 근거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청년문화운동을 확산해 갈 것이다. 베시톨 마을의 사례를 중심으로 엔지오 품은 앞으로도 계속 이와 같은 가능성과 희망을 만들어 갈 것이다. 문화적 상상력과 실천을 매개로 지역사회의 청년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은 곧 네팔의 희망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새로운 변화를 만나고 있는 네팔은 앞으로 한국의 과거처럼 고도성장을 꿈꿀 것이며, 빠른 변화의 속도감을 만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반드시 잃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가치’이다. 청년문화운동의 핵심은 사람의 가치, 공공적 사회적 가치를 잃지 않고, 개인과 집단, 지역의 일상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경제개발과 고도성장 속에서 잃어버릴 수 있는 이러한 삶의 가치를 지키려면 네팔은 지금부터 무언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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