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화공동체 품에서 진행하는 ‘무늬만학교’ 참여 학생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 생각을 말하는 모습. 청소년문화공동체 품 제공
민들레·품·서울시대안교육센터 등 두드려봐
인문공부…직업체험까지 다양한 경험 가능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학교가 재미있었다. 겨울방학이 되자 시들해졌다. 내 시간이 아깝고 배우고 싶은 걸 못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엄마를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그만둘까?’ 선뜻 말하기가 어려웠다. 스스로 확신도 없었다. ‘내가 뭐가 되려고 이러지?’ 호기심이 강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성격이다. 잠깐 갖는 호기심인가 싶기도 했다.”
홈스쿨러 생활을 한 뒤 지금은 패션 마케팅 분야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이윤선(22)씨의 이야기다. 당시 이씨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2010.haja.net)(이하 ‘하자센터’)를 찾아 사진 강좌를 들었다. 학교가 강제로 수업을 하는 공간이고, 학원이 진학에 맞춘 수업만 했다면 하자센터의 수업은 달랐다. 이씨는 “세련된 직업학교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 뒤 대안교육공간 민들레(mindle99.cafe24.com)를 찾았다. 글쓰기, 만들기, 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수업이 있었다. 이씨의 지금 진로는 이 공간들을 통해 찾은 것이다.
도시형 홈스쿨러들은 외롭다. 공부도 필요하다. 남들은 교복 입고 학교에 가는 시간, 나는 뭘 하는 걸까 싶다. 이씨는 “민들레의 경우, 수업을 선택해 듣는 자유도 있었고, 거기다가 멘토 구실을 하는 ‘길잡이’가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중1 겨울방학에 자퇴를 한 뒤 다시 2주 정도 잠깐 학교를 나갔는데 그때 편견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대하는 교사를 본 뒤 어른에 대한 불신이 생겼었다. 어른들과는 눈도 못 마주치던 이씨가 변하게 된 건 민들레의 길잡이 ‘혜숙쌤’을 만나고부터다.
지난 6월5일에 방문한 민들레는 시끌벅적했다. 기타를 배우고, 여름여행을 기획하고, 서가에서 책을 보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었다.
김문주양은 현재 민들레 학습회원이다. 이런 학생들은 약 30명이다. 봄학기, 가을학기에 뽑는 학습회원이 되면 ‘자비로운 말과 글’, ‘MIC 수학’ 등 필수과정과 ‘내 마음의 영화 찾기’, ‘나와 세상을 발견하는 쓰기 수업’ 등 자유롭게 선택해서 듣는 선택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함께 점심도 먹는다. 김양은 “시험은 없고, 합의 아래 과제를 하는 방식”이라며 “수업뿐 아니라 소모임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일상적으로 만들어져서 무척 바쁘다”고 했다. 민들레에는 김양처럼 필수과정과 선택수업 등을 들으며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학습회원과 자치활동, 소모임 등을 하며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열린회원 등이 있다.
공간에는 이씨에게 멘토 구실을 해준 ‘혜숙쌤’처럼 네 명의 길잡이가 있다. 학생들은 길잡이를 통해 배우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구체화한다. 민들레 김경옥 대표는 “흔히 생각하는 교사 개념이 아니라 ‘돌봄’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코치, 매니저, 코디네이터 구실을 한다”며 “민들레는 시스템에 나를 맡기는 게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배움을 찾아가게 돕는 일종의 ‘배움의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민들레 등 대안공간의 수업은 ‘삶’과 연계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며 ‘대체 이걸 언제 써먹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청소년문화공동체 품(pumdongi.mynet.co.kr)에서 하는 ‘십대와 마을 만들기’, ‘무늬만학교’ 등도 그렇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아무개양은 얼마 전부터 무늬만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학습일기를 쓴다. 영어, 수학 몇 단원을 얼마나 배웠는가를 쓰는 학습일기가 아니다. 내 하루를 내가 어떻게 꾸려갔는가를 바라보는 식의 일기다. 일상의 삶과 놀이 그리고 공부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연계돼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과정이다. 홈스쿨러인 김양은 이 공간을 통해 인문학과 문화 관련 공부들을 일상과 연결짓는 법을 배운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www.seoulallnet.org)에서는 대안학교 재학생이나 홈스쿨러 등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젝트’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한 직업 현장에서 멘토라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하고, 학습 동기와 진로 목표 등을 세워볼 수 있도록 돕는 학습모델이다. 학생이 원하는 분야의 직업 현장과 멘토를 찾아준다는 점에서 특장점이 있으며 특정 분야의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며 소통 능력, 문제해결력 등도 기를 수 있다. 프로젝트를 하면 학습 과정을 안내해주는 길잡이 교사가 도움을 준다. 6~8월, 9~10월 일 년에 두 차례 실시한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38234.html#csidx2a7191adac151c3ad43db8d5553e32
민들레·품·서울시대안교육센터 등 두드려봐
인문공부…직업체험까지 다양한 경험 가능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학교가 재미있었다. 겨울방학이 되자 시들해졌다. 내 시간이 아깝고 배우고 싶은 걸 못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엄마를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그만둘까?’ 선뜻 말하기가 어려웠다. 스스로 확신도 없었다. ‘내가 뭐가 되려고 이러지?’ 호기심이 강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성격이다. 잠깐 갖는 호기심인가 싶기도 했다.”
홈스쿨러 생활을 한 뒤 지금은 패션 마케팅 분야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이윤선(22)씨의 이야기다. 당시 이씨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2010.haja.net)(이하 ‘하자센터’)를 찾아 사진 강좌를 들었다. 학교가 강제로 수업을 하는 공간이고, 학원이 진학에 맞춘 수업만 했다면 하자센터의 수업은 달랐다. 이씨는 “세련된 직업학교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 뒤 대안교육공간 민들레(mindle99.cafe24.com)를 찾았다. 글쓰기, 만들기, 공간디자인 등 다양한 수업이 있었다. 이씨의 지금 진로는 이 공간들을 통해 찾은 것이다.
도시형 홈스쿨러들은 외롭다. 공부도 필요하다. 남들은 교복 입고 학교에 가는 시간, 나는 뭘 하는 걸까 싶다. 이씨는 “민들레의 경우, 수업을 선택해 듣는 자유도 있었고, 거기다가 멘토 구실을 하는 ‘길잡이’가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중1 겨울방학에 자퇴를 한 뒤 다시 2주 정도 잠깐 학교를 나갔는데 그때 편견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대하는 교사를 본 뒤 어른에 대한 불신이 생겼었다. 어른들과는 눈도 못 마주치던 이씨가 변하게 된 건 민들레의 길잡이 ‘혜숙쌤’을 만나고부터다.
지난 6월5일에 방문한 민들레는 시끌벅적했다. 기타를 배우고, 여름여행을 기획하고, 서가에서 책을 보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었다.
김문주양은 현재 민들레 학습회원이다. 이런 학생들은 약 30명이다. 봄학기, 가을학기에 뽑는 학습회원이 되면 ‘자비로운 말과 글’, ‘MIC 수학’ 등 필수과정과 ‘내 마음의 영화 찾기’, ‘나와 세상을 발견하는 쓰기 수업’ 등 자유롭게 선택해서 듣는 선택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함께 점심도 먹는다. 김양은 “시험은 없고, 합의 아래 과제를 하는 방식”이라며 “수업뿐 아니라 소모임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일상적으로 만들어져서 무척 바쁘다”고 했다. 민들레에는 김양처럼 필수과정과 선택수업 등을 들으며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학습회원과 자치활동, 소모임 등을 하며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열린회원 등이 있다.
공간에는 이씨에게 멘토 구실을 해준 ‘혜숙쌤’처럼 네 명의 길잡이가 있다. 학생들은 길잡이를 통해 배우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구체화한다. 민들레 김경옥 대표는 “흔히 생각하는 교사 개념이 아니라 ‘돌봄’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코치, 매니저, 코디네이터 구실을 한다”며 “민들레는 시스템에 나를 맡기는 게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배움을 찾아가게 돕는 일종의 ‘배움의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민들레 등 대안공간의 수업은 ‘삶’과 연계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며 ‘대체 이걸 언제 써먹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청소년문화공동체 품(pumdongi.mynet.co.kr)에서 하는 ‘십대와 마을 만들기’, ‘무늬만학교’ 등도 그렇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아무개양은 얼마 전부터 무늬만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학습일기를 쓴다. 영어, 수학 몇 단원을 얼마나 배웠는가를 쓰는 학습일기가 아니다. 내 하루를 내가 어떻게 꾸려갔는가를 바라보는 식의 일기다. 일상의 삶과 놀이 그리고 공부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연계돼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과정이다. 홈스쿨러인 김양은 이 공간을 통해 인문학과 문화 관련 공부들을 일상과 연결짓는 법을 배운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www.seoulallnet.org)에서는 대안학교 재학생이나 홈스쿨러 등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젝트’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한 직업 현장에서 멘토라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하고, 학습 동기와 진로 목표 등을 세워볼 수 있도록 돕는 학습모델이다. 학생이 원하는 분야의 직업 현장과 멘토를 찾아준다는 점에서 특장점이 있으며 특정 분야의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며 소통 능력, 문제해결력 등도 기를 수 있다. 프로젝트를 하면 학습 과정을 안내해주는 길잡이 교사가 도움을 준다. 6~8월, 9~10월 일 년에 두 차례 실시한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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